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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포리아]부부의 거리와 행복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다. 올라가려는 층의 버튼을 누른 후 한 쪽에 자리를 잡고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뒤에 탄 사람은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앞서서 이미 탑승한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친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가까운 곳에 서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부부 또는 연인이나 자신의 어린 자녀가 탑승했다면 손을 잡거나 안아주는 행동으로 인해 둘 사이의 거리는 사라진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동물 사이에서 나타나는 ‘개체거리’가 사람 사이에도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개체거리란 동물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다른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 또는 비둘기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어가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처럼 사람에게 나타나는 개체거리를 ‘대인거리’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대방과 관계 정도에 따라 4개의 유형으로 나타난다.

‘공적거리’는 360~750㎝의 거리로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과의 거리이다. 위협을 받으면 즉각적인 방어 행동이나 회피가 가능한 거리이다. ‘사회교제거리’는 120~360㎝의 거리로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업무 관계의 사람과의 거리이다. 주로 업무상 대화에서 유지되는 거리로 사적인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사람들과 유지되는 거리이다.

‘개인기본거리’는 45~120㎝의 거리로 잘 아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와의 거리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지만 신체 접촉보다는 사적이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과의 거리이다. ‘친밀거리’는 0~45㎝의 거리로 신체 접촉이 가능한 사람과의 거리이다. 친밀거리는 상대방을 언제든지 만질 수 있는 거리로 자녀를 안아주거나 상대방과 신체 접촉이 동반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사람과의 거리이다.

상대와 친밀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의미이다. 친밀거리에서는 상대의 숨소리, 냄새까지 느낄 수 있고 크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하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기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하는 거리다.

여러분은 집안에서 배우자와 어떤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가? 함께 외출했을 때 어떤 거리를 유지하고 걸어가는가? 행복한 부부관계를 원한다면 배우자의 친밀거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재 우리 부부의 거리 점검이다.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TV 시청을 하거나 마트에서 함께 쇼핑할 때의 거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부부로 살다 보면 서로 편안한 거리가 만들어진다. 서로 편안한 거리가 가까울수록 부부 친밀도는 높아지고 그것이 부부 행복으로 연결된다.

필자가 부부 강의를 진행하면서 참여한 부부들에게서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 키우고 서로 바쁘게 살다 보면 스킨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로 볼 것, 안 볼 것 다 보고 사는 사이인데 인제 와서 무슨 스킨십이냐는 이야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변화 의지’는 사라지고 그 생각대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부부 거리가 멀어지는 시점이다.

부부 거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킨십(신체 접촉)이다. 특히 자주 하는 가벼운 스킨십은 부부 거리를 효과적으로 줄이게 한다.

가벼운 포옹, 입맞춤 등은 부부의 신체 친밀감을 높인다. 피곤해 보이는 배우자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주는 것도 부부 친밀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킨십도 습관이라는 점이다. 습관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자주 하는 것이다.

옛말에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부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행복도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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