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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극장은 계속 안녕하실까?

 

 

 

넷플릭스가 영화관(극장)을 사라지게 할까? 영화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관심사다. 넷플릭스는 영화관 대신 온라인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판매하는 온라인 영상판매 회사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의 기기를 통해 일정 비용을 받고 콘텐츠를 무제한 보여준다. 영화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상영과는 달리 인터넷 환경이라면 어디든 서비스를 할 수 있다.

1997년 온라인을 통해 비디오 대여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주문자영상(VOD) 사업으로 확장한데 이어 지금은 스트리밍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비슷한 업체가 몇 개 있지만, 규모나 시장영향력 면에서 압도적이다. 2018년 4분기 기준 유료가입자 1억4천여만 명을 넘겼고 매출은 157억 달러(약 1조 9천억 원)에 이른다. 유통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옥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 ‘킹덤’을 제작했다. 해외에서는 ‘로마’란 영화가 관심을 모았다.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라는 문제는 관객들의 관심과 흥미 즉 흥행과 관련된 핵심이다. 또 다른 관심은 그 영화를 어디에서 보는가이다. 영화를 보는 곳은 당연히 극장(영화관)이다. 120여년 영화 역사에서 변함이 없었다. 그 사이 영화관의 시설이 좋아지고 스크린 하나가 영화관이던 단일관에서 여러 개의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로 모양을 바꾸기는 했지만, 스크린에 영상을 비추고 관객은 어두운 객석에 앉아 영화를 보는 관람방식은 여전하다. 넷플릭스가 그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스트리밍을 통해 배급되는 영상을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는 ‘로마’를 영화관 개봉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라 하여 심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2017년에 ‘옥자’는 경쟁부문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프랑스 영화관업계는 2018년부터는 경쟁부문에 참가하는 영화는 프랑스 내 영화관에서 개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입장이 달랐는지 ‘로마’에게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여했다. 지난 1월에 끝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안겼고 2월의 아카데미영화상에서는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차지했다.

한때 ‘영화’의 정의는 ‘필름에 수록된 연속적인 영상’으로 한정했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동영상 유통이 확산되면서 그 정의는 무력해졌다.

지금의 ‘영화법’(영화및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영화’라 함은 연속적인 영상이 필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에 담긴 저작물로서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公衆)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필름이나 디지털 매체에 수록한 저작물 중 영화관이나 다른 시설(장소)에서 공중(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컴퓨터 동영상은 필름을 사용하지도 않고, 영화관에서처럼 영사기로 비추지 않는다. 전자 신호를 통해 액정 화면을 발광(發光) 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물론 영화관처럼 관객이 모여서 관람하는 것도 아니다. 매체에 유료로 접속한 개개인이 소비자가 될 뿐이다.

화관에서 상영한 영화는 컴퓨터 화면으로 옮겨가는 순간 ‘영화’의 자격이 바뀐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영화법’의 적용을 받지만 컴퓨터 등에서 보는 영상은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보는 방식에 따라 상영방식이나 유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때 TV가 영화를 죽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공생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균형을 잡았다. 온갖 견제와 경쟁을 돌파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영화와 시장을 나누는 공존 구조로 갈지, 영화관을 밀어내는 태풍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흥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변화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영화와 넷플릭스의 생존을 건 창과 방패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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