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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듣고 싶다

 

 

 

최근 정치인들의 막말은 국민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게 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의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의 해명기사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변인인 그는 “BBK에는 주어가 없다”라고 했으며, 2004년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자위대 창립행사 참석에 대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기자의 질문에 “자위대 행사”라고 말하고 행사장에 입장한 동영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위대 행사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이어 ‘반문특위’ 논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어 실력들이 왜 이렇게 없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반문특위 해명, 한국인이 가질 수 없는 국어실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전쟁의 후유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1948년의 어느 날이었다. 윈스턴 처칠은 옥스퍼드 대학의 졸업식에 축사를 요청받고 연단에 섰다. 비록 제국의 위용은 빛바랜 깃발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의 등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가 예정된 30분 동안 무슨 말을 할지 모두가 귀를 세우고 있었다. 연단에 선 처칠은 잠시 뜸을 들인 뒤에 입을 열었다.

“Never give up!(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라는 그의 말 한마디. 그리고 또 다시 “Never, never give up”, “Never, never, never, give up”이라고 말한 뒤에 처칠은 연단에서 내려왔다. 장황한 일장연설이 아닌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그친 것이다. 그러나 짧은 말의 여운은 길게 이어졌다. 반세기를 훌쩍 뛰어 넘은 세월 동안 영국 사람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놓고 인생의 고비를 이겨내는 중이다.

말의 힘은 매우 크다. 천 냥 빚을 말 한마디로도 갚을 수 있다.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며, 말을 잘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포춘’지가 포춘 500대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좋은 CEO가 되기 위한 자질’을 물었는데, 1위가 ‘총체적인 인간됨’이었고, 2위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로 나타났다. 결국 ‘인간됨’, 즉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칠은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위기의 상황일 때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국민들과 소통을, 그것도 가장 절망의 시기에서 긍정과 희망의 소통을 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특히 그의 웅변술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롤 모델로 삼을 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처칠의 전시 연설은 매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는데, 특히 전쟁 초기의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밖에 없습니다.”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국민들에게 결의에 찬 그의 말과 메시지는 간결하고 단호했다. 그런데 이 말의 원문을 보면, 그의 말솜씨를 알 수 있다. ‘피와 땀과 눈물’의 ‘toils, tears and sweet’은 ‘toils’와 ‘tears’는 ‘t’로 두운을 시작하고, ‘sweat’은 ‘t’로 각운을 맺는다. 요즘 말로 라임을 맞춘 것으로 사람들의 귀에 쏙 들어오는 문장을 만든 것이다. 그만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다.

윈스턴 처칠은 타고난 말재주꾼이 아니었다. 그는 한때 말을 더듬댈 정도로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꾸준한 노력과 학습으로 말의 달인이 됐다.

처칠처럼 말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이러한 원리와 학습으로 말하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말은 단지 감상적인 어휘의 사용이 아니라 이와 같이 문장의 구성까지 염두에 둔 ‘시나리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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