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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인도에서는 삭발(削髮)을 큰 치욕으로 여겨 중죄인에게 내리는 형벌 중 하나로 사용했다. 하지만 석가모니가 출가한 뒤 나무 아래서 손수 삭발한 이후 바뀌었다. 불가의 수행자들이 속세의 인연을 끊고 세상의 번뇌를 떨쳐버리기 위해 하는 종교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불교에 귀의 하는 출가자들은 행자시절을 거쳐 득도식을 거행하는 날 비로소 삭발을 하고 사미승이 된다. 불가에서는 머리카락을 번뇌초, 무명초라고도 부른다. 이같은 머리카락을 말끔히 깎는 일이 아집·교만·유혹 등을 떨쳐내고 수행자의 자세를 갖추는 상징적 행위를 거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백성들은 이와 사뭇 달랐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효지시야(不敢毁傷孝之始也).’ ‘효경(孝經)’의 한 대목처럼 신체는 털과 살갗까지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어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 해서 머리카락에 목숨까지 걸게 했다. 개화기 일제의 단발령에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손발을 자를지언정 두발은 자를 수 없다’며 반발했을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두발 자유화 이전 학창시절 삭발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머리를 조금이라도 길러 보려고 애를 쓰다 선생님에게 걸려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리고 장발단속에 걸려 경찰에게 듬성듬성 가위질 당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빡빡 밀고 다녔다. 삭발은 ‘반항’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두발 또는 그와 관련된 행위가 상징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특별한 목적과 의미를 담아 머리를 깎는 행위여서다. 불가 이외에 상징의 내용은 서로 다를지라도 단순히 패션이나 개성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시험·결전 등을 앞둔 수험생·운동선수 등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삭발하기도 한다. 시위나 파업 등에서 대중 선동이나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현상도 일반화된지 오래다. 공개적으로 삭발식을 갖고 결의를 보여주는 일도 잦다. 엊그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원이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항의의 표시인 그들의 행동, 국민의 동정심을 살 수 있으려나.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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