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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故) 노회찬 전 의원을 기리는 이재명의 품격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추모하는 마음은 기억하는 자와 기억되는 자의 정서·신념·동지적 유기관계에 따라 그 깊이가 천차만별이다. 지난 21일 고(故) 노회찬 전 국회의원을 추모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고(故) 노회찬 의원 서거 1주기 추모사’는 그런 의미에서 심금을 울린다.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고인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결기도 묻어있어 더욱 그러하다. “여전히 부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운을 뗀 그의 글은 호흡마다 온통 슬픔이다. 그는 “노동자의 벗이자 우리시대 진보의 상징인 노회찬 의원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우리 모두 그분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비통하고도 애석한 일입니다”라고 애통한 심정을 쏟아냈다. 또 “노 의원님께서는 척박했던 진보정치 생태계 속에서도 꿋꿋이 약자를 위한 정치를 펼치셨습니다”라고 회상한 뒤 “일상을 살아내기만도 벅차 정치와 유리된 삶을 살아가던 수많은 이들에게 정치가 곧 삶이라는 것을 일깨우려 노력하셨습니다”라고 추억했다. 이어 “노동자의 권익, 소수자의 인권, 정의로운 사회, 차별 없는 세상. 당신의 손길이 향하는 데는 어김없이 낮은 곳이었습니다”라고 세상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살았던 고인의 행적을 역설적으로 기렸다. 그런 삶을 존경하고 존중하며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살아있는 자의 다짐’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지사는 지난 20일 오전 남양주시 모란공원묘지에서 열린 ‘고(故) 노회찬 의원 서거 1주기 추모제 및 묘비제막식’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이날 “우리가 서 있는 곳, 입고 있는 옷은 달라도 가야 할 길과 도모하는 바는 같다고 생각한다”며 “기회는 공평하고 공정한 나라 만드는 것이 의원님의 꿈이자 모든 국민의 꿈일 것이다. 앞으로도 손잡고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1년전 국회장(葬)으로 열렸던 고인의 영결식에 참석해 눈물을 보이며 “선배가 남겨 놓은 길, 끝까지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행보는 기존 정치인들이 ‘가지 않았거나, 가지 못했던 일’을 실천한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모제에 유족과 정의당 관계자를 제외하면 외부인사는 이 지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마음으로만 추모하던 날, 몸으로도 기린 그 모습에서 ‘기존 정치인’과 다른 ‘그 무엇(et was)’을 본다. 품격은 소신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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