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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NO 아베’, 냉정과 분노 사이

 

잘사는 이웃집 사람들이 어느 날 총칼을 들고 우리 집에 밀고 들어와 “가난하고 미개한 당신들도 잘살게 해주겠다”고 말하며, 오랫동안 집안을 들쑤시고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고쳐서 이용하다가 우리 가족의 끈질긴 저항에 물러났다면 고마워해야 할 사건일까?

스포일러 같아 조심스럽지만 최근 개봉한 ‘봉오동 전투’의 주연인 유해진 씨도 영화에서 비슷한 질문을 일본군에게 하는데, 솔직히 이런 내용의 문답 자체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좋은 말이 나오기 힘든 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100년 전 일제의 침략을 받아 주권을 상실한 후 36년간 처참한 시간을 보내다가 민초들의 애국심과 저항운동에 힘입어 독립과 광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후 74년이 지난 오늘날, 광복절을 전후로 우리 국민들은 다시 일제의 긴 그늘을 보고 있다.

이웃 국가를 무력 침략한 후 점령지 국민들의 노동력 등을 강제로 갈취했던 역사를 부정한, 극우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앞세운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연일 우리나라를 겁박하며 무역 보복을 통한 경제 공격을 자행 중인 상황은 제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보는 것처럼 참담하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의 각료들이 지난 7월부터 불합리하고, 부당한 언행을 일삼아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연일 커지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이 주요 사업인 기업이나 부품·소재 등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기업들은 경제적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

군포시민을 비롯해 대다수 국민이 옳지 못한 행동들을 하는 일본 정부 인사들의 ‘개과천선’을 바라고 있지만, 상황 변화는 쉬이 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희망이 자라고 있음에, 국민들의 슬기로운 대처에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시작된 경제침탈 또는 경제전쟁에 우리 국민은 참으로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

이번 사태 초기부터 “NO JAPAN!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구호로 ‘경제독립군’을 자처하던 시민들이 최근에는 ‘NO 아베’라는 구호로 문제를 유발한 정치인이나 극우 인사들과 선량한 일본 시민에 대한 시선과 평가를 명확히 구분한다.

기업인들은 이번 기회에 일본산 부품과 소재 의존도를 줄이며, 국내 개발이나 수입 경로 다변화를 꾀해 경제 산업 구조를 더 튼튼하게 하려고 시도 중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실현되는 모습이다.

부당한 일에 분노하는 감정을 정당하게 표출하는 동시에 분별없는 반일이나 혐일이 아닌 현명한 극일을 추구하는 모습에 국민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국민의 성숙한 의식이 무척 자랑스럽다.

그래서 군포시는 한·일 양국의 우호 관계를 깨친 일부 극우 인사들의 개과천선을 바라는 것과는 별개로 현대판 ‘경주 최부자’식 경제독립운동을 전개하려 한다.

영화 ‘봉오동 전투’ 속 유해진 배우의 대사를 재차 요약·인용하자면 예전 우리 국민은 농사짓다가, 소 기르다 독립운동을 했다. 2019년의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여행지에서조차도 독립운동의 마음으로 극일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민간의 순수한 경제독립운동을 시는 뒤에서 지원하고, 옆에서 함께할 것이다. 앞장서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지사들을 경제적·재정적으로 뒷받침했던 경주 최부자, 최현식 선생님의 의기를 본받아 군포시민들의 자발적 극일 운동을 지원하겠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민사회의 극일 운동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며,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내 기업들의 피해 복구를 위해 자치단체로서 실천 가능한 모든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본과의 갈등 문제에 있어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언제쯤 마무리될지, 지금은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군포시도 길게 보고 대응하겠다.

지난 200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10회의 교류를 유지해온 해외 자매도시 일본 아츠기시와의 오랜 우호도 잠시 중단하게 만든, 일본의 극우 정치인과 행정가들. 그들의 언행을 냉정과 분노 사이의 시선으로 주시하며, 언제나 군포시민과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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