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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천등산 천년고찰, 안동 봉정사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 낮은 아직 덥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문화유산여행을 하기에는 좋은 계절이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을 간직한 사찰로 유명한 봉정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봉정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다녀간 20주년을 기념해 그의 차남 앤드류 왕자가 2019년 5월에 다녀가기도 했다.

봉정사는 일주문이 가장 강렬하게 우리를 맞이하는 곳이다. 다른 어떤 사찰보다는 일주문의 존재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르막길에 서있는 일주문으로 인해 그 앞에 서면 일주문의 위엄이 더욱더 무게감 있게 전해진다. ‘천등산봉정사’라는 빛바랜 편액에서 천년고찰의 세월을 느끼며, 발아래 밟히는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표지석을 바라보며 우쭐해지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속인의 모습이다.

일주문은 정면에서의 모습과 측면에서의 모습이 사뭇 다른데 측면의 모습이 좀 더 감동적이다. 맞배지붕에 풍판을 댄 지붕을 하나의 기둥으로 떠받치고 있는데 기둥하나가 버거웠던지 양쪽으로 나무를 추가로 덧대어 놓았다. 마치 머리가 큰 가분수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일주문이 숲속에 나 홀로 서있는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비우게 하는 느낌이다.

일주문을 뒤로 하고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봉정사 경내로 가는 길에 통일나무를 만난다. 마곡사에 백범김구의 향나무가 있다면 이 곳 봉정사에는 통일나무가 있다. 서로 다른 느티나무들이 뿌리가 서로 합쳐지면서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보이는 통일나무는 ‘의상대사의 화엄사상으로 대중이 화합하는 형국과 비슷하다’해서 ‘통일나무’로 부르고 있다. 통일나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남과 북이 서로 다르지만 하나로 통일되어서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통일의 염원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 염원에 마음을 보태듯 사람들은 안내판 앞에 작은 소망의 돌탑들을 쌓고 있다.

통일나무를 지나 만세루를 향한다. 경북문화재 325호로 지정된 만세루는 숙종 때 지어진 건물이다. 만세루는 대충 쌓은 듯한 축대에 올린 건물로 단청이 없지만 오랜 세월 무탈하게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맞이한 곳이다. 수 많은 이들의 하나인 우리를 만세루의 ‘천등산봉정사’라는 편액이 맞이한다. 만세루는 봉정사 중정으로 오르는 통로이다. 더불어 2층에는 목어와 법고, 운판이 놓아 예불을 알리는 고루(鼓樓)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만세루 맞은 편에 대웅전이 보인다. 대웅전은 국보311호로 조선초기의 건물이다. 고르지 않은 크고 작은 돌들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대웅전을 지었다. 정면에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대웅전과 잘 어울린다. 대웅전은 독특하게도 난간을 설치한 마루가 있다. 난간은 치장 없이 무뚝뚝한 평난간이다. 평난간의 마루가 대웅전 창문의 정자살과 한 세트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찰에서는 이러한 마루를 만나기 어렵다. 봉정사 대웅전의 이 마루는 어떤 용도였을까? 대웅전 안에서 예불이 이루어질 때 자리가 협소해 들어가지 못한 신도들이 이 곳에 자리해 함께 예불을 드렸을까? 아니면 한 밤 중 참선을 하는 스님들의 명상자리였을까? 그 어느 것도 정답이 없건만 이 마루의 용도에 대해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불로 모셨다. 삼존불 뒤로는 후불탱화를 설치했고 천정은 우물천정이다. 겉에서 보이는 소박한 느낌과는 다르게 부처님을 모신 전각답게 내부는 화려한 장식들로 부처님에 대한 예를 다했다. 이러한 대웅전은 봉정사의 이미지를 만드는 주요요소이다.

봉정사는 화려한 사찰은 아니다. 큰 사찰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꾸미지 않은 듯 소박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찰이다. 가까이 있다면 자주 찾아 올 곳 이다. 멀리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마음이 편안한 안식처를 찾는다면 올 가을에는 봉정사를 자신만의 안식처로 삼아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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