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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지극히 높은 향기

 

지극히 높은 향기

 

                           /김여옥

어린 초승달은 푸른 별빛 뿌리며

눈썹 위로 내려와서는

내 쓸쓸한 이마를 쏘다닌다



엄마 몸에서 막 빠져나온

아기 염소는 미간을 찌푸리며

휘청휘청 물기를 털어낸다



엄마 품에 안겨 꼬물거리는

아가의 작은 손가락에서는

지극히 높은 곳의 향기가 난다



세상 오만 곳에서 묻혀 온

비린 바람의 흔적들

지우고 남을 향긋함이다

순정한 어여쁨이다

- 김여옥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 (2019, 책만드는집)

 

 

성탄의 계절이 다가왔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의 눈빛이 그러했을까? 신이 인간의 몸으로 탄생할 때도 요란한 팜파레나 엄중한 지존의 모습으로 오지 않고, 가장 여리고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온 것은 그러한 작은 곳에서 높은 향기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도 반기지 않는 쓸쓸한 마굿간에서 오직 엄마의 신음과 아버지의 기도만이 작고 여린 아가의 손가락을 만진다. 세상 온갖 비린 흔적을 지우고도 남을 향기. 그것이 바로 순정의 어여쁨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의 향기다. 시인의 시에서 아가의 손, 엄마의 품에서만 나오는 지극히 높고 거룩한 성탄의 향기가 난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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