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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네 이름이 붓이니라

 

 

 

 

 

숲속을 산책하는 노시인의 사색하는 모습을 볼 때나 뮤직홀에서 흰 머리카락 휘날리며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게 하는 지휘자를 볼 때면 품격에 따른 멋이 느껴진다. 순간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 삶이었으며 나의 멋스러움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젖게 된다.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사람다운 삶의 길에 마음 두고 공부하면서 붓과 펜을 쥐고 살아왔다. 과정에서의 느낌은 문호들은 인간 탐구의 대가였고 많은 문제는 사람다운 삶의 길에 있다는 것이었다.

글에는 그 사람의 체취가 있으며, 에세이는 그 사람이 걸어온 자취라고도 한다. 그러나 음미되지 않는 삶의 글에서는 울림과 아우라가 없다. 글의 생명을 깊이 인식하고 사회적 사명감과 함께 긍정적인 시선으로 따뜻하고 명분 있는 글쓰기를 항시 소망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내가 쓰는 글이 호수 위를 나는 두루미의 날개처럼 너울너울 훨훨 자유롭고 부드럽게 쓰이기를 소원한다.

자연이 색깔로 시간의 흐름을 달리한다면 붓은 먹으로 사람의 마음을 형상화해준다. 그러므로 붓을 잡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된다. 지난날의 붓이 오늘의 펜이 된 지 오래다. 바람은 자체에 소리가 없다. 바람이 부딪히는 데 따라서 소리가 곱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고 폭풍으로 변하기도 한다. 언론계에서 붓을 잡고 일하는 이들의 정신과 붓 또한 바람 같은 진실의 소리여야 할 것이다.

‘샘이냐 / 활화산이냐 /물속에 불을 뿜고 / 서나 누우나 / 허리를 굽힌 적 없다 / 천지에 / 가장 우뚝한 자여 / 네 이름이 / 붓이니라’

노산 이은상 선생이 기자들의 ‘붓’을 노래한 시다.

S 방송에 근무할 때였다. 사장실 들러 고인이 된 J 사장님과 말씀 마치고 나오려는 순간, 벽에 걸려 있는 이 시를 발견했다. 그래 바로 저것이야. ‘서나 누우나 허리를 굽힌 적 없다.’ 허리 굽히지 않고 물속에 불을 뿜을 수 있는 올곧은 기자(작가) 정신이 마음속에 쏙 들었다. ‘똑바로 살자’라는 다짐이 뒤따랐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는 새로운 항체의 근육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우뚝한 자여 네 이름이 붓(Pen)이니라’를 되새김하게 해주었다.

가족은 그리움의 실존이다. 직장 가족도 같다. 나이 들었지만 때때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역사의 강을 함께 건너온 후배도 보고 싶다. 앞으로도 따뜻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인간을 탓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하여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겠다. 붓을 잡은 사람이나 볼펜을 쥔 사람들은 글을 쓰는 분들이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눈을 어디에 두고 글을 써야 할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라는 동요가 생각난다. 새로워진 <경기신문> 기자들의 정론·직필로 새로운 강물이 형성되어 넓은 세상으로 도도히 흘러가면서 많은 사람에게 꿈과 용기를 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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