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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번지는 인간성 회복 운동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의 가해자인 미군 병사에 대한 무죄평결이 내려진 뒤 반미 촛불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1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SOFA가 개정됐지만 아직도 불평등하다는 것이 국민여론이다. 따라서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고상황
지방선거일이라 학교가 휴교했던 지난 6월13일 오전 10시30분께 신효순.심미선(당시 14세.조양중 2)양은 동네 친구 김모(14)양의 생일잔치에 가기 위해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 갓길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이 도로는 편도 1차선으로 비좁고 인도도 없는 데다 차들은 쌩쌩 달려 인근 학교 학생들은 이 길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이 무렵 미2사단 44공병대 소속 부교설치용 장갑차(AVLM)와 브래들리 전차 등 20여대가 56번 지방도에서 전술훈련을 하고 있었다.
무게 45t의 사고 장갑차는 앞부분에 부교장치가 설치돼 왼쪽에 탄 운전병의 시야가 가려 오른쪽에 탄 관제병이 통신헬멧으로 도로상황을 체크해 운전병에게 알려주며 운행하고 있었다.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25)병장은 커브를 돈 직후 갓길을 걷던 두 여중생을 발견하고 운전병에게 경고를 전달했으나 운전병 마크 워커(36)병장은 경고를 듣지 않았다.
뒤늦게 ‘정지’ 고함소리를 들은 운전병은 급히 장갑차를 멈췄으나 두 여중생은 이미 깔려 숨진 뒤였다.

서울시청 앞 추모행사
지난 14일 서울시청 광장은 5만여 개의 촛불로 가득 메워졌다. 여중생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여중생 추모행사에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오만한 미국에 대한 분노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불평등한 SOFA개정국민행동 문정현 상임대표는 이날 “부시대통령은 더 이상 한국민을 기만하는 엉터리 사과를 그만두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공개사과를 하라”며 “한미 소파를 없애고 살인자 2명을 한국법정에 세워 심판하는 것은 물론 미군 당국의 책임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날 추모행렬은 미국대사관 앞에서 불평등 SOFA개정과 부시사과 등을 요구하려 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경찰의 저지선을 뚫은 500여명의 시민만이 미대사관 앞에서 ‘소파개정, 부시사과’ 등의 구호를 외치고 30여분 뒤 자진 해산했다.
이 과정에 경찰과 시민들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 다행히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범대위 측은 오는 31일 재야의 종소리와 함께 전 국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추모행사와 반미행사를 열 계획이다.

'공무중 범죄 재판권 포기' 개정절실
이번 사건을 통해 쟁점이 되고 있는 SOFA 규정은 제22조에 명시된 ‘공무 중 일어난 미군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의 재판권을 인정한다’는 조항이 문제다.
특히 ‘상대국 요청이 있을 경우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권을 포기한다’는 양해각서의 내용을 미군이 악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불평등한 SOFA개정국민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공무수행 여부에 대한 판정도 미군 장성이 미군측이 발부한 공무집행증명서를 평가해 판정하기 때문에 공무수행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도 우리 법원이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SOFA의 적용대상이 되는 ‘가족’에 대한 범위도 축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미SOFA의 경우 당사자와 부모 외에 미군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구성원이나 피보호자로서 한미 양국이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기타 친척’도 가족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부양받지 않는 가족과 기타 친척 등이 필요 이상으로 SOFA의 보호에 숨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허술한 환경 분야에 대한 조항도 보강해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판권 포기 관례없다' 억지주장
미국은 전 세계 84개국과 SOFA를 맺고 있지만 공무 중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준 일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만이 예외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도 지난해 9.11테러 이후 90여명 규모의 의료지원단과 수송지원단을 파견하면서 키르기스탄과 SOFA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공무상이든 비공무상이든 파병된 한국군의 모든 범죄에 대한 전속관할권을 한국 정부가 갖는 것으로 명시돼 있음을 예를 들어 한미 SOFA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일, 미-NATO, 미-독간의 SOFA와 비교할 때 구체적 사안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부족해 사안에 따라 미군에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
또 SOFA를 뒷받침하는 양해각서의 내용도 수정해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법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
이와 함께 SOFA의 모법(母法)이랄 수 있는 1953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호조약도 이 번 기회에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제3조에 명시된 ‘한미양국은 태평양지역의 안정을 위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조항은 한국이 아닌 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군사 전진기지로 미군이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통일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미리 논란의 소지를 없애자는 주장으로도 분석된다.

<인터뷰-여중생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오종렬 상임대표>
-전 국민이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의미를 평가해 달라.
▲이는 바로 하늘의 소리요 땅의 울림이다. 만 백성의 분노가 봇물터지듯 터진 것이다. 그 어떤 계산이나 속셈이 없는 순수한 영혼의 울림이다. 미 권부는 이 뜻을 왜곡해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부시대통령의 전화 사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왜 전화를 하느냐. 전 세계를 향해 우리 국민을 향해 진솔한 태도로 사과하라. 개인적인 통화는 우리 국민에게 한 사과가 아니다.
-SOFA개정에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은 우리의 제1 교역국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야 하나. 서로간에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불평등을 계속 고집하니까 반미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한국 사람도 사람이고 미국 사람도 사람이다. 같은 사람끼리 평등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방미투쟁단의 성과를 평가해 달라.
▲미국 동포들과 전 세계 소수민족들의 혼을 일깨우는데 큰 몫을 했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의지가 분명히 전달됐고 미 권부도 우리의 의지를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미국의 양심을 두드렸다. 성과는 충분히 거뒀다고 생각한다. 이제 SOFA개정이 남았다.
-향후 범대위의 계획은.
▲SOFA가 평등해질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새해가 와도 민족자존과 민족자주를 되찾을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다. 재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 다시 만나자.
김종화기자 kj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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