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은 북한의 최대명절이자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이 최대 변곡점을 맞이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북한 매체에서 ‘태양절’ 언급이 일제히 사라지고 ‘4월 명절’ 정도로 축소 언급되면서 성대했던 경축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김일성 생가로 선전되는 만경대는 ‘태앙의 성지’에서 ‘애국의 성지’로 대체되었다. 이틀 후인 17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친근한 어버이’라는 뮤직비디오 형태의 선전가요를 공개하며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을 ‘주체조선의 태양’으로 높였다. ‘세 번째 태양’의 등장이 기정사실화되었다. 1997년 김일성 사망 3주기에 맞춰 ‘태양절’과 함께 제도화된 것이 김일성 탄생년도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연호이다. 당시 김정일에 의한 선대의 우상화는 이듬해 구월산 양각봉 바위에 자신을 ‘21세기의 태양’으로 아로새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이제 북한의 공적 영역에서 축소 흐름 하에 있는 주체연호의 위상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김정일이 첫 세습통치의 당사자로서 ‘두 개의 태양’을 공존시켜 ‘백두혈통’의 계보를 강조했다면 김정은은 ‘하나의 태양’ 노선을 채택한 셈이다. 역사적으로 태양은 권위를 앞세운 중앙집권적 통치자들의 상징이었다.
“이것 좀 보세요” “네? 아! 아닙니다.” 심한 감기몸살로 내과에서 나오던 나에게 어떤 분이 내민 광고지의 내용은 나의 관심분야도 아닐뿐더러 그걸 읽어볼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그분은 다시 나에게 “이것 좀 보시라니까요!” “아니요, 죄송한데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등 뒤에서 쭉 앞으로 나오는 광고지는 다시 한번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거 보셔야 해요. 중요하다니까요.” 무작정 강요에 지친 나는 때마침 열린 엘리베이터를 서둘러 탔다. 몸도 아팠지만 불편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마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설득(persuasion)에 대해 데일 카네기는‘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듣는 사람의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즉,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제시하는 생각이나 느낌, 주장 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나 자신을 설득하고, 주변인을 설득하고, 모르는 타인을 설득한다. 이런 설득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설득의 방법이 강압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강압적…
행복한 근로자는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 적극적이며, 직무 만족과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서 결근이 적고 더 우수한 성과를 내며 혁신적인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23년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 환경의 유연성 증가와 원활한 소통, 예를 들어 탄력적인 출퇴근과 원격 근무 옵션이 있을 경우, 생산성이 향상되고 근로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개선된다고 한다. 이는 탈노동(post-work) 산업 구조조정 시대에 건강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기업 경영진과 근로자 간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각이라고 했다. 근로자 만족도가 높은 기업에서는 소통이 잘 되고, 어려운 기업환경에 처해 있다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기업 비전에 일체감을 느끼며 적극적이거나 협조적인 근로자는 81%, 이직을 고려하는 비협조적인 근로자는 19%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긍정적 직장문화 조성, 즉 상호신뢰, 믿음, 협조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며 부정적 요인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의 행복은 급여 인상이나 복리후생 외에도 직장
‘늘봄학교’는 그동안 운영되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한 국가교육서비스다. 정규수업 외에 전문기관과 대학, 기업,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하여 학생 성장 및 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종합 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돌봄에 대한 어려움과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한 것이므로 학부모들의 기대가 크다.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생만 이용 가능하지만 2025년 초등 1~2학년, 2026년 초등 전 학년까지 이용대상이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큰돈은 아니라지만 수강료와 재료비를 내야하는 방과 후 학교와 달리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1~2학년까지는 학교생활 적응, 기초학력 지원, 신체놀이·조작활동, 특기적성 등 놀이 중심의 재미있고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고학년에게는 인공지능, 코딩,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에 대응하는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침돌봄, 저녁돌봄을 단계적으로 확대, 학부모의 출퇴근 시간에 따른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늘봄학교는 학생들의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여,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도 늘봄학교의…
미세먼지와 황사가 인해 숨쉬기 곤란 할 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않은 기간이다. 다행히 오늘은 모처럼 비가 오면서 공기도 맑아 진 듯 하다. 이 계절에 자주 쓰는 사자성어 중 하나인 춘풍화우는 ‘봄바람을 타고 내리는 비’가 농사일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의미로 풍년을 기대하는 말이다. 이 말은 교육에서도 일맥상통하는데, ‘때에 알맞은 교육은 인재를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도 있다.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에 이르면 미래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또는 무엇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일이 흔하다. 이러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직업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해 주는 선생님이 있다. 우리 재단에서도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해결 하지 못하는 진로 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제한된 예산으로 진로교육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성시와 우리 재단에서는 진로교육에 대한 예산을 수립하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을 보며 뭉클해하는 우리의 공통 경험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K팝, K드라마, K스포츠를 보라. 이외에도 나라의 명운을 걸고 세계 시장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일컬어지는 분야가 있으니, 인공지능이 그것이다. 문제는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고 있는 주역들을 향한 뭉클한 마음이 너무도 강력하여 그 이면에 있는 다른 면모들을 까맣게 잊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5일,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HAI)의 연구진들은 '인공지능 인덱스 2024'를 발표했다. 2017년부터 발표된 이 보고서는 정책 입안가들과 저널리스트, 대중이 인공지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보고서에는 일부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들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었다. 소동은 분석대상이 된 ‘일부’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중 한국 기업이 개발한 모델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아 발생했다. HAI 연구진은 보고서 그래프 하단 각주를 통해 ‘중국과 한국의 일부 모델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적어 두었다. 연구진은 한국이 ‘인공지능 국가 대항전'
최근 정부와 경찰의 지속적인 범죄예방 홍보활동에도 불구하고 불법 투자리딩방 등 신종사기가 교묘히 활개를 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 발전은 삶의 질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검거한 ‘유명인 사칭 주식투자 사기’ 사례와 같이 사칭 앱과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도 하고, 고도화된 합성 기술과 딥페이크, 딥보이스를 활용한 새로운 사기 수법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경제활동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12월까지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 리딩방의 불법행위 피해액은 1200억 원대에 이른다. 이렇듯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 맞춰 경찰청은 올해 최우선 정책목표를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로 정했고, 지난 2월 7일에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국민체감 약속 4호’를 발표했다. ‘국민체감 약속 4호’는 투자 리딩방 사기, 암호화폐 금융사기 등 신종사기 범죄에 총력을 다해 이를 막고 국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피싱 범죄 등 사기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장 이해도가 높은 형사 부서로 업무를 이관하는 등 총력 대응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통계 결과 도내 학교안전사고와 학교폭력 비율이 최근 수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다소 주춤했던 학교 안전사고·폭력이 긴장해소와 더불어 폭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에 속하는 학교안전사고·학교폭력에 대한 국가사회의 대응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에 따르면 공제회가 5년 전인 지난 2019년 한해 학교안전사고 관련해 지급한 요양급여·장해급여·유족급여 등 공제급여는 2만 2792건에 68억 8700만 원이었다. 공제회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익 특수 법인으로서 예방 활동과 함께 학교안전사고와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보상·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학교안전사고 공제급여 건수와 금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시기인 2020년 8745건·58억 9600만 원, 2021년 1만77건·56억 4200만 원으로 확 줄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2022년에는 전년보다 1만 911건(47.4%)·14억 5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6조(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등)엔 ‘시장이나 군수는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하여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대수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서 정의한 ‘특별교통수단’은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 등을 장착한 차량을 말한다. 장애인 이동권이 심각하게 제한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오전 서울 한성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단체 소속 100여 명이 이동권 보장 등을 위한 법률 제정을 촉구하며 ‘다이인(die-in)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이인은 죽은 듯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다. 당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정과 시혜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시민으로 살고 싶다’며 시위를 하던 장애인 4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버스, 지하철 등 일반 대중교통은 아직까지 장애인들이 쉽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이런 실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콜택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대표적인 특별교통수단
뉴스(News)의 의미는 ‘새로운(new)’에 방점이 있다. 뉴스(News)란 ‘New’의 복수 형태로부터 유래하여, 14세기 중세 영어에 처음 등장하였다. 학창 시절 흥미롭게 들었던 뉴스(News)의 어원, 즉 동서남북(North, East, West, South)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는 건 잘못된 속설이란다. 뉴스의 어원을 이렇게만 알았던 나는 여기서부터 가짜 뉴스에 휘둘린 셈이다. 신문 방송 등 미디어가 제도로 진화하면서 뉴스는 그 생태가 자못 복잡해졌다. 뉴스는 뉴스 가치(News Values)에 의해 선택된 사실(사건)이다. 즉, 어떤 새로운 사건이 뉴스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해야 하고, 선택된 뉴스(버려지는 뉴스도 많다)도 보도의 조건과 관습에 맞게 언어화하고, 보도와 소통의 틀에 맞도록 재구성한 이야기가 되어,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뉴스가 된다. 가짜 뉴스(fake news) 논쟁이 급증하고 있다.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가짜가 개입할 수 있는 소지가 전혀 없다 할 수 없겠다. 정치인들은 정쟁의 시작과 끝을 가짜 뉴스 논쟁으로 소모한다. 가짜 뉴스 없이는 아예 정치를 하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