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농협에서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주운 40대 여성이 당사자 행세를 하며 다른 지점에서 통장을 재발급 받아 돈을 인출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수원서부경찰서와 농협,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 오전 10시쯤 이모(41·여)씨는 농협 수원 조원동지점 파쇄기 위에 놓여 있던 A(49·여)씨의 주민등록증을 주웠다.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며 빚에 허덕이던 이씨는 주민등록증을 주인에게 찾아주지 않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같은달 27일 오전 11시쯤 모자를 쓰고 수원축협 오목천동지점으로 가서 A씨의 주민등록증을 내민 뒤 “통장을 재발급 해달라”고 해, 농협 직원은 통장을 재발급해 줬다.
40여분 뒤 인근 농협 고색지점으로 간 이씨는 재발급 받은 통장으로 1천200만원을 인출해갔다.
5월초 피해사실을 알게 된 A씨의 문제제기를 받은 농협은 전액 배상 뒤 같은달 7일 경찰에 신고, 수사가 시작됐다.
잠잠하던 이씨는 다시 생활고에 시달리자 또다시 범행을 계획, 6월 10일 오전 9시 30분쯤 수원 농협 정자동지점에 가서 또 돈을 찾으려고 A씨의 신분증을 건넸다.
농협측은 전산 조사한 결과 “재발급 신청된 신분증”이라고 말했고, 이씨는 대담하게도 조원1동 주민센터에 가서 신규 발급된 주민등록증을 찾아왔다.
담당 공무원은 주민증 얼굴 사진과 이씨가 다르다고 판단, 수차례 본인 확인을 했다지만 지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새 주민증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정자동지점에 온 이씨를 수상히 여긴 농협 직원은 경찰에 신고, 2개월여 이어지던 이씨의 범행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수원서부경찰서는 이씨에 대해 절도, 사기, 사문서 위조, 주민등록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를 적용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농협 경기본부는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들과 책임자, 지점장 등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고, 시 관계자는 “조원1동 주민센터 담당 직원의 실수가 인정돼 징계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