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허울뿐인 경기도 노동이사제…도입 4년, 노노갈등 ‘첨예’

2022.09.04 20:00:00 1면

2018년 11월, 경기도 노동이사제 도입…도내 18곳 중 13곳 선임
노동조합·노동이사 갈등…‘노조 탈퇴 의무·선출 방식’ 엇갈린 입장
“지배 개입 받아 거수기 전락” vs “지배 개입 과해…여건 마련돼야”

 

공공기관의 공공성 강화와 투명 경영을 위해 마련된 ‘노동이사제’. 경기도는 2018년 조례 제정을 통해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이사제 조례 해석의 모호성, 노동조합과의 갈등, 기관별 통합 운영 방안 부족 등으로 제도 정착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경기신문은 경기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허울뿐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도입 4년 차…경기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현주소
<계속>

 

경기도가 2019년부터 운영한 ‘노동이사제’. 공공기관 근로자를 비상임 이사로 지정, 이사회에서 발언·의결권을 가지며 경영 과정에 참여해 기관의 공공·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됐다. 

 

노동이사는 내부 사정을 모르는 비상임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노동자의 입장을 전달하고,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사측의 의사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노동이사제는 2016년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했고, 이후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경남·광주·부산·울산·전남·충남에서 도입·운영 중이며, 대구·대전·경북·전북·충북에서는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난달 4일부터 정부 산하 130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 운영을 준비 중이다.

 

 

◇ 노동이사 vs 노동조합…‘노조 탈퇴 의무·선출 방식’ 두고 갈등

 

경기도가 추진 중인 노동이사제의 경우 노동이사 선출 방식과 자격, 권한 등에 대해 지금까지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조합(노조)과의 갈등이다.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가 노동이사로 선출되면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 조례에 ‘노조 탈퇴 의무’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 노동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임원으로 봐야하는 만큼 노조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측 입장에서는 노조원 자격을 상실하고 노조와 단절된 노동이사가 이사회를 통해 사측의 지배 개입을 받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이사가 오히려 노노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기관 노조위원장은 “현행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며 “노동자가 아닌 이사에 방점이 찍혀 사측으로부터 각종 비용 지원 등 지배 개입을 당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B기관 노조위원장도 “노동이사는 노조법으로 인해 노동자 적용을 받지 않아 결국 노조와 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 고유 권한을 확보하려면 노조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노동자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직 노동이사는 본연의 업무와 임원의 역할을 겸직해 사측의 비용 지원 등 지배 개입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이사는 회사의 비전을 고민해 노조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작은 목소리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재웅 경기도일자리재단 노동이사는 “노동이사 활동 시간은 연간 200~300시간 정도고 나머지는 대부분 본연의 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개개인의 성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지배 개입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과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노동이사는 “오히려 노동이사들은 노조위원장이 더 낫다고 한다. 이는 대표자와 1대1 협상권한이 있고, 노조 사무실과 든든한 조합원도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이사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노동이사로서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동이사는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하며 회사의 장기적 비전을 고민하고 노조원뿐만 아닌 전 직원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면서 “노동이사 선출 과정에서도 노조의 목소리가 우선되는 것이 아닌 전 직원의 투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서 두 번째로 노동이사제 도입한 경기도…공공기관 18곳 도입

 

경기도는 2019년 5월 경기신용보증재단을 시작으로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8년 7월 경기도지사로 취임하면서 노동 분야 핵심 공약을 통해 도입, 11월 조례로 제정됐다.

 

조례에 따라 정원 100명 이상의 도 산하 공공기관 12곳이 의무 도입됐고, 정원 100명 미만 공공기간도 자율적으로 도입해 현재 18곳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관광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킨텍스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아트센터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연구원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한국도자재단 등이 1명의 노동이사를 뒀다.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농수산진흥원 ▲경기도청소년수련원 ▲경기도의료원 ▲경기교통공사 등 5곳은 노동이사가 공석인 상태다.

 

노동이사 자격은 해당 기관에서 1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로 임기는 기관 규모에 따라 2~3년이다. 기관은 정원 200명 미만은 1명, 정원 200명 이상은 2명의 노동이사를 둘 수 있지만 도내 모든 공공기관의 노동이사는 1명이다.

 

선출 과정은 내부 공모로 투표를 통해 임명되기도 하지만 노조원이 과반 이상이면 내부 경선을 거쳐 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기도 한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김혜진 기자 trust@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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