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준설 요구에 '폭 5m' 수로만 달랑 만들어진 용인 낙생저수지

2022.09.25 10:07:52

주민들 "이번 수해, 저수지 퇴적토 때문…준설 대신 수로만 '황당'"
농어촌공사 "준설 예산 부족…지자체 동막천 개수 사업이 더 시급"

 

 

"낙생저수지를 준설하는 줄 알았는데 고작 폭 5m짜리 수로 하나 파고는 철수하다니 정말 황당합니다."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 고기교 부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동막천과 낙생저수지 경계 지점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고기교에서 하류 방향으로 300m가량 내려가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낙생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상류에는 퇴적토가 마치 강변 둔치처럼 쌓여 있었다.

 

물은 지난달에 비해 많이 줄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폭 5m가량의 도랑을 통해 한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낙생저수지는 평소 퇴적물이 많이 쌓여 있는 탓에 상류인 동막천 상습 범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농어촌공사가 집계하는 저수지 저수율 현황을 보면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도 전인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낙생저수지 저수율은 이미 100%였다.

 

7월 4일부터 99%로 떨어졌다가 7월 14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한 달 넘게 만수위(100%)를 기록했다.

 

고기동 일대에는 지난달 8∼15일 누적 강수량이 534㎜에 달해 30억원 규모의 호우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용인시는 집중호우 직후 동막천을 긴급 정비하면서 상습 침수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농어촌공사에 낙생저수지를 준설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대대적인 준설은 하지 않고, 예산 5천만원을 들여 떠내려온 잡목과 쓰레기를 한쪽에 쌓아둔 후 퇴적토 사이에 길이 350m, 폭 5m, 깊이 0.5m짜리 수로를 파는 것으로 공사를 갈음했다.

 

지역 주민들은 낙생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가 수해 원인 해결에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주민 B씨는 "낙생저수지 퇴적물을 퍼내야 상류인 고기교 주변에 수해가 없을 텐데 고작 수로 하나 파놓고 공사를 끝냈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도 "지난달 준설 요청 시 공사 측이 '낙생저수지 상류부의 퇴적토를 제거하겠다'고 답변하길래 대대적인 준설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공사가 끝났다고 해서 현장에 가보니 수거한 잡목은 한쪽에 쌓여 있고, 퇴적토 사이에 수로 하나 나 있는 게 다였다"고 전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잡목 수거와 수로 조성은 집중호우 직후 태풍 상륙을 앞둔 상황이어서 긴급하게 한 조치"라며 "퇴적토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수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데 긴급 정비에 쓴 예산도 다른 명목으로 배정된 것을 끌어와서 공사한 것으로 대대적인 준설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막천 범람은 낙생저수지 퇴적토 문제보다는 대장동 개발로 수량이 늘고 유속이 빨라져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수지 준설보단 지자체가 관리하는 동막천 개수 사업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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