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e스포츠 패권잡기 나선 중동...역대 최대 규모 대회 예고

2024.04.04 15:08:46 4면

오는 8월 'e스포츠 월드컵' 개최...역사상 최다 상금 책정
사우디, 2030년 까지 게임/e스포츠에 51조 원 투자 단행
UAE, 아부다비에 10억 달러 규모 'e스포츠 섬' 건설 예정
오일머니 침투한 게임산업...국내 e스포츠 업계 위기감 대두

 

중동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을 필두로 중동국가들은 게임을 미래 산업으로 정하고 다량의 오일머니를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게임·e스포츠 시장에서 '중동 파워'가 날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올 여름 자국 수도인 리야드에서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한다. e스포츠 월드컵은 e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이 개최했던 게이머스8의 총 상금은 총 590억 원이었다. 이번 e스포츠 월드컵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상금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 규모 답게 다수의 게임 종목을 갖췄다. 현재 발표된 종목만 약 15개가 넘는다. 리그오브레전드, DOTA2, 배틀그라운드, FC24 등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던 PC 온라인 게임에 더해 레인보우 식스 시즈, 오버워치 2, 포트나이트, 스타크래프트2, 카운터스트라이크2 등 다양한 온라인 FPS 종목이 다수 포함됐다. 

 

또 스트리트 파이터6, 철권8 등아케이드/콘솔 게임과 왕자영요, 모바일 레전드: 뱅뱅,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모바일 게임까지 모든 게임 플랫폼을 아우른다. 

 

 

오는 8월 개최될 e스포츠 월드컵을 대비해 사우디는 수도 리야드 도심에서 떨어진 사막지대 키디야에 5억 달러(약 6745억 원)를 들여 게임·e스포츠 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최대 25개의 e스포츠 클럽이 숙식과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관객 7만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4개 e스포츠 경기장이 완공될 전망이다.

 

이처럼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e스포츠 대회 개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이들이 게임을 미래 산업으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사우디는 게임 및 e스포츠 산업을 본격 육성하고 있다. 2030년까지 게임/e스포츠 산업이 사우디 총 GDP에서 500억 리얄(약 18조 5000억 원)을 차지할 수 있도록 38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 산하의 새비 게임즈 그룹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새비 게임즈는 몇 년 전 유럽의 e스포츠 회사 ESL과 페이스잇을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중국 e스포츠 회사 VSPO에 2억 6500만 달러(약 3575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동국가인 UAE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UAE는 수도 아부다비에 총 10억 달러(약 1조 3490억 원) 규모의 ‘e스포츠 섬’을 짓는다. 

 

두바이 기반의 e스포츠 라운지 네트워크 회사 트루게임즈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2억 8000만 달러(약 3777억 원) 규모를 자랑한다. 아부다비 해변가에 자리한 인공섬에 관광객을 위한 고급 리조트, 선수들을 위한 전문 훈련 시설, 관계자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 공간을 조성한다. 섬 중심에는 수천 명의 관중이 참석할 수 있는 아레나를 짓는다.

 

이처럼 글로벌 게임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중동국가들의 공세가 이어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업계 위기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 넥슨 등에 이미 오일머니가 다량 투입된 데다가 지난해 말 국제e스포츠연맹(IeSF) 협회장으로 사우디 전자·마인드스포츠 연맹(SAFEIS) 회장인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IeSF는 한국이 주축이 돼 지난 2008년 설립됐고, 이후 10년간 한국인이 회장을 맡았던 곳이다. 

 

게다가 오일머니가 e스포츠 영역 깊숙이 침투하는 양상이 관측되면서 한국의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이 옅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은 'K-게임', 'e스포츠 종주국' 등 수식어를 갖추고 게임 강국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미국·중국·중동 등이 경쟁에 참여하면서 지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게임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

이효정 기자 bombori61@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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