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 7월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경기 부양 기조를 이어온 지난 1년과 달리, 최근 금융·환율 환경이 불안정한 만큼 추가 금리 인하가 부담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1470원대를 넘나들며 금융시장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금리까지 인하할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을 자극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외환시장 대응에 나선 가운데, 금통위가 금리를 내리며 시장 불안을 키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변수다. 10·15 대책 이후 진정되는 듯했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최근 상승 폭을 다시 키우고 있다.
가계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금리 인하가 추가적인 자산 가격 상승과 차입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져 왔다. 부동산과 대출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한은의 정책 판단은 “인하 리스크 관리”로 기울었다는 평가다.
국제 금융시장 상황도 불확실하다. 다음 달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추가 금리 조정에 나설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한미 금리 격차 확대가 환율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는 남아 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0%, 내년 1.8%로 소폭 상향했지만,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과 소비 개선이 지속적 추세라 보기엔 이르다고 진단한다. 일부에서는 내년 상반기 정책 명분이 쌓일 경우 한두 차례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한은의 이번 동결은 “경기 부양보다 시장 안정”에 무게가 실린 결정으로 평가된다. 시장은 다음 금통위와 내년 FOMC 결과를 주요 변수로 두고 한국의 향후 금리 사이클 종료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