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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재래시장] 양평시장

80년 세월 꿋꿋한 ‘민초 지킴이’

 

“젊은 사람들이 웰빙, 웰빙 하면서 대형마트를 찾아다니는데 진짜 몸에 좋은 것은 재래시장에 다 있어. 걸어 다니면서 시장 보니까 건강에도 좋지, 농약 덜 친 야채며 산나물도 살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웰빙이 어디 있겠어.”

휴양과 맛의 고장으로 알려진 양평군.

그 양평군 한복판에 80년 세월동안 민초들의 먹거리며 입을 거리, 생필품을 공급해온 양평시장이 있다.

남한강과 이어지는 양근천을 따라 자리잡은 양평시장은 300평 규모의 널찍한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골목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3~8일이면 어김없이 장이 서는 양평시장은 ‘양평 장날에 와서 앉은뱅이 된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푸짐한 인심과 구수한 손맛을 뽐내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양평해장국 하며 깔끔한 맛으로 소문난 옥천냉면이 바로 양평시장의 대표선수.

여기에 철마다 쏟아져 나오는 더덕이며 산나물, 각종 유기농 야채들은 ‘웰빙 양평시장’의 자랑거리다.

때문에 양평시장은 여름휴가차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과 가을산행을 즐기기 위해 용문산을 찾은 등산객들로 사계절 내내 웃음이 넘쳐난다.

또 지역주민 대부분이 전통재래시장을 애용하고 있어 대형마트에 시장을 빼앗긴 여타 지역과는 달리 양평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활기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상인들의 웃음꽃이 시들면서 걱정 어린 한숨이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중·소형 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의 상권이 흔들리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초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양평군의 인구가 2006년, 8만7천명을 돌파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자 시장석권을 노린 대형마트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 최근 본격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 매서운 소식에 양평시장번영회는 시장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새로운 전통재래시장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번영회는 우선 재래시장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백분 활용해 재래시장상품권 발행과 함께 대대적인 장터 정비를 계획했다.

이용객 위주의 편의시설을 확장하고 대형마트에서 이용되고 있는 카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비가 내리는 날도 쾌적하게 시장을 볼 수 있도록 장터 전체에 투명천장을 설치하고 시장 중앙에 문화공원을 조성해 쇼핑과 문화예술공간을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대훈(50) 양평시장번영회장은 “시장상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으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푸짐한 인심과 쾌적한 쇼핑환경이 더해진 재래시장이 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하 10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손님들에게 웃음꽃을 선사하는 양평시장의 280여 상인들은 ‘정’과 ‘덤’ 그리고 현대적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는 그네들의 시장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우뚝 일어서기를 소원한다.

 

“열정·아이디어로 손님몰이 최선”

   
 
  ▲ 민대훈 양평시장번영회장  
 
“우리 양평시장이야말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그대로 담아온 전통재래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정과 인심이 묻어나는 그런 시장이죠.”
이달 초 양평시장번영회장을 맡으면서 장터개선 사업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민대훈(50) 회장은 양평시장의 장점에 대해 “서민의 향취를 그대로 머금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재래시장이 산업화와 자본화에 밀리면서 점차 ‘정과 인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양평시장은 산업화가 덜 된 탓인지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에요.”
민 회장은 “이제 전통을 유지해 나가면서 시장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대형마트에서 맛볼 수 없는 장보기의 재미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이 지역도 중·소형 마트들이 속속 자리를 잡아 장터개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또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의 성공조건으로 ‘상인들의 열정’을 강조했다.
“대형마트 못지않은 시설과 시장상인들의 정을 더하면 재래시장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상인들이 얼마나 적극성을 띠느냐는 것이죠.”

 

민 회장은 “대형마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한숨만 쉬고 원망만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어려울 때 일수록 웃음을 잃지 말고 더 친절하게, 더 정감 넘치게 장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 회장은 “정부차원에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시장상인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손님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만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덤 넘치는데 전자저울 필요없죠”

   
 
  ▲ 11년째 떡집 운영… 남궁윤 사장  
 
“이문(利文)이요? 허허, 그거 따져가면서 장사할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재래시장에서 떡장사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양평시장에서 11년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남궁윤(45) 사장은 시장상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가족과 같은 이웃들과 함께 정을 나누는 것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시장을 찾아오는 손님 대부분이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과 조카 같은 젊은이에요, 근데 이것저것 재가면서 장사하면 정떨어져서 손님들이 오겠어요?”
‘덤’이라는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인지 남 사장이 운영하는 떡가게에는 흔한 전자저울조차 없다.
소수점 자리까지 계산되는 전자저울자체가 야박해 보이기 때문이란다.

 

“떡값을 못 깎아주면 어차피 한 움큼이라도 덤으로 집어줘야 하는데 저울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남 사장은 “영점 몇 그램까지 달아 계산하는 전자저울 같은 것은 마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며 “굳이 저울이 필요할 때는 앉은뱅이 저울(스프링식 바늘 저울)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이 넘치는 시장분위기 때문인지 흔한 천원짜리 지폐하나에도 양평시장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묻어난다.
남 사장은 “가끔 어르신들이 시장을 보다가 돈이 떨어져 천원, 이천원 하는 차비를 빌리러 오는 경우가 있다”며 “내 부모님 같아서 선뜻 돈을 내밀고는 뒤돌아서서 잊어버리는데 어르신들께서 ‘지난번에 빌린 차비’라며 꼬박꼬박 돈을 갖다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남 사장은 “젊은 친구들이 합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마음 한편에라도 정과 나눔을 잊지 말고 재래시장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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