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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시위의 차원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시위는 한 사람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방법에서부터 복수가 휴대용 확성기를 동원하여 상대방에게 외치는 방법, 많은 사람이 시내로 몰려나와 권력의 횡포에 항의하는 6월항쟁,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독재정권을 타도한 4.19혁명, 시민들이 무장군인에 맞서 스스로 무장하고 싸운 5.18 광주민중항쟁, 러시아의 노동자.농민.도시빈민들이 궐기하여 짜르 전제정권을 타도한 프롤레타리아 혁명 등 그 차원이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명사들도 가끔 시위를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파소속 정치인들이 연달아 공정심사에서 탈락하자 7일부터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하며 항의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규택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미안하다. 내가 힘이 없어 이렇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희를 믿으라고 해서 신뢰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박 전 대표는 영남권의 공천심사가 발표된 후에 시위의 강도를 조절할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와 관련하여 장기간 침묵하고 있다. 친지들이나 지지자들이 방문하면 그들과 대화하며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자신을 돕도록 설득시키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김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침묵한다면 이것은 강한 불만의 표시다. 김 전 대통령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 박지원씨와 자신의 둘째 아들 홍업씨 등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데 대한 격노의 감정을 침묵시위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생도 권력도 인간에게 절실한 문제다. 아니 민생과 관련한 시위는 많은 사람의 행복과 관련된 절박한 사정을 반영하지만 권력의 향배에 따른 자리 배정 문제는 당사자들 간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음지로 들어간 사람들이 하는 항의성 시위는 차원이 높지 않아 보인다. 정치는 힘의 논리의 장이다. 그 힘은 자파 의원 수에서도, 도덕적 정당성에서도 나온다. 정치 시위자들은 도덕적 정당성을 천명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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