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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지역의 역사적 환경이 갖는 의미

 

며칠 전 필자는 지방에 가서 일본의 고도(古都)에 대한 보존행정에 대해 강연을 하고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옛 도시의 보존에 관한 법률인 ‘고도보존법(2004년 제정, 법률 제7178호)’이 있다.

이 고도보존법에서 정하고 있는 옛 도시 즉, 고도는 경주, 부여, 공주, 익산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외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도시가 해당된다. 아울러, 고도보존법에서는 ‘역사적 문화환경’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데 ‘역사적 의의를 갖는 전통과 문화를 구현·형성하고 있는 건조물·유적 등과 주위의 자연환경이 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고도보존법(원래 명칭 : 고도에서의 역사적 풍토 보존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1966년에 제정되어 벌써 40여년이 지나고 있다. 일본의 고도보존법은 고도경제성장기에 발생하는 일본 전국 각지의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파괴되는 경관과 환경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 대처하고자 가마쿠라시, 교토시, 나라시 등의 역사도시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특히 가마쿠라시는 60년대의 택지개발조성에 따른 가마쿠라의 역사적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들의 운동을 계기로 1964년에 ‘가마쿠라 풍치보존회’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본의 ‘고도보존법’ 제정의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고도보존법에서는 ‘역사적 풍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의 역사적인 건조물 및 유적 등과, 그러한 것들을 둘러싼 수림지 등의 자연적 환경이 일체가 되어 고도다움을 나타내고 있는 토지의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현재는 10개의 역사적 도시인 지방자치단체가 고도로써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토목을 위주로 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유치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은데 반해, 이들 도시는 왜 개발이 아니라 역사적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계승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국가적으로나 해당 지역 차원에서나 기본적으로 해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 역사적 환경을 지키는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도,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지역의 역사적 환경을 더욱 지키도록 하는 유인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역사도시이면서 유명한 관광도시인 교토시는 연간 방문 관광객수가 보통 4천만을 넘는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가 고도보존법에 의해 보존되는 도시라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교토시는 고도보존법에 의해 고도보존사업을 행하는데 연간 11억엔의 예산이 투입된다. 반면에 교토시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교토시에 쓰고 가는 돈은 약 24억엔이 된다. 그렇다면 교토시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순수익)은 자그마치 13억엔에 달한다.

이렇기 때문에 교토시는 기를 쓰고 역사적 자원의 보존과 역사적인 풍경의 보존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교토시는 2006년 가을에 신경관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경관보전과 형성을 위한 규제수준을 한층 더 강화하였다.

우리나라의 지자체에서 이러한 정책을 발표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2008년에 역사적 풍치 유지 및 향상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즉 고도보존법과 문화재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역사적 환경 외에, 고도보존이나 문화재적 가치는 없을 지라도 지역의 역사적인 풍경을 형성하고 있는 자원들을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이다.

우리의 경우는 문화재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속마을이 해당되는데, 이러한 민속마을이 아니고도 지역에서 역사적 환경을 형성하고 있는 자원들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문화재가 아니니까 라는 이유로 이를 훼손하는 개발행위에 대해 손을 댈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어찌해야 하는가.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반드시 산업만이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서양의 다른 나라에서 택하는 것처럼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 예술에 의한 역사적 환경, 문화적 환경을 잘 보전하고 활용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을 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이상 서울과 똑같은 지방의 마을을 만들기보다, 서울과 다른 지역적인 풍경이 잘 살아 있는 그러한 마을 풍경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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