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시론]대학입시와 혁신학교

 

K형. 4, 5월 경기도 혁신교육지구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자체나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고심을 하는 학교였기에 저도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 교사들을 만나고, 스쳐 지나듯 아이들을 만났기에 제가 본 것이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생각은 더욱 많아졌던 기회였습니다. 혁신교육지구는 경기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지역과의 연계 필요에 따라 6개 지자체와 MOU를 맺어 운영합니다. 각 혁신학교가 점이라면 혁신교육지구는 평면이지요. 한 지역에 초·중·고를 연계해 혁신학교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벨트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분명 필요하고 경기도에서 추구하는 혁신학교 정신이 잘 녹아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3차원, 4차원적인 교육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그런데, K형. 분명 꿈틀거리고는 있습니다. 변화의 바람이 아까시나무 꽃향기처럼 달콤하면서도 은은하게 감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을 만난 가장 큰 이유는 ‘인문고에서 혁신학교를 하게 되면 대입지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한결 같이 그걸 걱정하고 있었고, 대부분 특별교육과정도 논술수업이나 심화반 운영 등에 치중돼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걱정거리이죠. 모든 교육과정은 그 학교 공동체가 지향하는 인재상과는 관계없이 대학입시에 종속돼 있는 이상한 나라가 우리니 뭐,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이런 틀을 깨려면 누가 먼저 시도해야 할까요? 바로 혁신학교나 혁신교육지구에 있는 인문고교들이 아닐까요? 혼자 힘으로 하기 어려우니 지역을 묶어 함께 방안을 찾아보라고 만든 것이 혁신교육지구이지요. 창의성, 공공성, 민주성, 역동성, 국제성을 가치로 지성교육으로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바로 창의지성교육과정이고 이를 혁신학교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 방법으로 배움중심수업, 교사별 평가를 하자고 말하고 있지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업에 집중하라고 업무경감하자는 것이고요.

사실 대학입시도 변하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나 절대평가의 도입, 9등급제가 아닌 6단계 평정 등은 분명 대입 선발 모형에서도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고교에서 새로운 모색을 해야함을 암시합니다. 이미 창의적체험활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체험을 중시하는 풍토가 갖춰졌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학교는 활기찬 모습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분명 우리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준비를 해야 우리 아이들이 미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K형. 문제는 사람입니다. 며칠 전 한 기간제 교사를 만났습니다. 제가 그 친구 고3때 수업을 했었습니다. 한 3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배려, 존중, 나눔 등을 가르쳐야할 곳에서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마음가짐이 부족한 교장, 교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학교는 혁신학교입니다. 이런 학교는 대입지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변화도 없지요. 그런데 왜 혁신학교일까요? 돈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남양주에 있는 모 고교에 갔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 학교는 혁신학교도 아니고 혁신교육지구도 아닌 그저 농촌에 있는 학교였습니다. 선생님들의 모습이 매우 밝았습니다. 교감선생님과 스스럼없이 농담도 주고 받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구요. 여기 교장선생님은 특별한 소수를 위한 입시교육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셨더군요.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게 공교육이 해야할 일이 아니냐고 역설하시더군요. 그동안 소수 학생으로 명문대 진학자는 꾸준히 나온 편이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소외됐는데 이제는 방향을 바꾸자고 하셨어요. 그러니 학교는 여러 특별활동으로 활기차게 변하고 교사들은 수업에 대해 고민하게 된거죠. 아울러 대입의 새로운 유형에 대해서도 논의하기 시작했구요.

이 교장선생님의 생각에서 우리는 배워야하지 않을까요? 공교육이 여전히 대학입시에 종속된다면 ‘공교육 살리기’는 요원하지 않을까요. 경기도에 있는 모든 고교가 이 교장선생님과 같은 생각으로 학교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혁신학교나 혁신교육지구에 있는 인문계고교에서라도 이렇게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결국 변화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자신에게서 시작되는 거지요. 혁신학교 확대를 위해 짧은 시간도 잘게 쪼개 쓰는 형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에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