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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끝이라 그런지 하늘이 맑다. 칠석이 지나고는 기온도 뚝 떨어졌다.

연중행사인 조상님 묘소에 벌초를 하러 나서보니 가을은 벌써 안마당까지 와 있다. 긴 가뭄 끝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지루한 장마로 연결되고 예년에 보기 드문 긴 장마 기간은 모두가 지겹다 할 정도로 매일 비를 뿌렸다. 계절도 지칠 대로 지쳐 과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나 할까 했던 생각들은 벌초를 하러 산야로 나서보니 한꺼번에 후리릭 활짝 개인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요즘의 벌초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벌초 문화가 되었다. 삼사십 년 아니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벌초 행사는 어느 문중이나 할 것 없이 연중행사 중에 가장 큰 행사였고 문중 사람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낫을 들고 조상님 산소를 윗대부터 찾아서 벌초를 시작했다. 벌초 후에는 점심을 먹고는 문중 총회를 능가하는 집안의 문제들을 의논하고 결정을 하였다. 물론 날이 날인 만큼 조상님 묘지 관리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으며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께서는 족보를 내어놓고 누구는 어느 장등에 계신 어느 할아버지의 후손이고 누구는 몇 대조 할아버지 몇 형제 중에 막내의 후손이다 등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이야기 등이 해마다 반복이 되었었다.

세월이 흐르니 모든 게 변했다. 전통과 풍습으로 내려오던 일들이 한두 가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설 명절이면 온 동네를 이삼일에 걸쳐서라도 어른을 찾아다니던 세배 문화도 찾아볼 길이 없게 되었고 더군다나 벌초는 이제 구차한 일로 여기기 시작했으며 조상님의 벌초는 후손들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이제는 벌초 대행하는 업체가 메꾸어 간다. 사정이 있어 벌초를 못하게 되면 지인에게 부탁하고 돈이 아닌 감사한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 고마움을 표하던 이야기는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지난 과거를 생각해보면 벌초는 문중의 화합의 장이었고 대외적으로 자기 문중의 세를 내보이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벌초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고 자신의 뿌리를 몸으로 직접 느껴가며 뼈대 있는 집안의 소속감으로 뿌듯함을 느끼는 산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벌초 문제가 더 이상 문중이나 집안의 화합의 장이 아니고 뿌리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행위도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집안 내분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누구는 오고 누구는 안 오고 참여의 문제로 시작해서 어느 집 자손들은 살기도 괜찮다면서 번번이 참석하지 않으니 아예 벌초를 각자 나누어서 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그러다 보니 자기 부모나 조부까지는 때에 맞추어 벌초를 한다지만 윗대로 올라가면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없는 것이 현실이 되고 그 지경이 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부터 납골 묘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하늘은 맑고 높으며 기온마저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되었다. 추석 명절이 오기 전 음력 7월이면 하는 벌초가 이제 제철을 맞은 것 같다. 이번주나 다음주까지는 전국에 걸쳐 효도의 물결들이 예초기 돌아가는 윙윙 소리와 함께 넘쳐날 것 같다. 한때는 예초기 벌초는 불효이고 경망스럽다 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예초기 없이는 못하는 벌초가 된 요즘 안전사고의 각별히 유의하고 벌이나 뱀 등 해충에도 조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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