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에 이어 의대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하겠단다. 파국조짐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톤이 점점 올라간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아나운서가 의료대란 소식을 전하며 흥분할수록 위기감이 들기는 커녕 한마디로 “놀고들 있네~”싶은 생각이 솟구친다. 왜 그럴까? 사태의 본질은 명분을 건 투쟁이 아니라 밥그릇 싸움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 세상의 모든 싸움은 결국 밥그릇싸움이다. 그러나 그 싸움들은 사뭇 다르다. 건설노동자 양회동씨는 2023년 노동절에 온몸에 불을 붙였다. 10월에는 임금체불을 규탄하고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227일 동안 1인시위를 이어오던 택시노동자 방영환씨가 다시 불덩이가 되었다. 그들은 삶의 벼랑 끝에서 버티고 버티다 노동자들의 빈 밥그릇을 지키려 불타올랐다. 의료분쟁은 밥그릇싸움 중에서 가장 추악한 기득권 분쟁이다. 본시 지켜야 할 것들이 가득한 기득권분쟁은 쪽박은 절대 깨트리지 않는 법, 의사들은 가득찬 밥그릇을 지키려하고 정권은 총선 밥그릇에 표를 채우고자 한다. 원래 기득권을 함께 누리던 동맹군들이다. 쪽박을 깨면서까지 싸울 이유가 없다. 하여 뉴스의 톤이 가팔라질수록 내게는 ‘이제 국면전환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구나’하는 생각
교육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학교폭력(학폭) 문제는 그 중대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반드시 근절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아무리 범죄가 심각하다고 해도 가해자에게 평생 남는 ‘학폭’ 징계기록인 만큼 징계 결정 과정은 최대한 공정해야 한다. 현장에서 불과 1시간 만에 자료검토·협의를 모두 마치는 졸속심의 구조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피해자중심주의’ 개념은 결코 누군가 억울한 족쇄를 차도록 해도 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학폭’ 발생 시 당사자들은 3주가 지난 후에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폭위에서 가해 및 피해 심의를 받게 된다. 이후 협의를 거쳐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 가해 학생의 징계 조치 수위를 정한다. ‘학폭’ 징계 조치는 1~9호까지며 교육부는 지난 1일부터 6호에서 8호까지는 4년간 생활기록부에 남기기로 했다. 9호의 경우에는 영구보존된다. ‘학폭’ 보존 기간이 연장되면 고교 졸업 후 삼수, 사수를 하더라도 학폭위 처분이 기재된 학생부로 대입을 치러야 해 ‘진학’에 영향을 준다. 또 고교 때 저지른 학폭은 ‘취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해 대학을 4년 안에 졸업하면 가해 기록이
이제 무소속이 된 홍영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기 직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했었다. 이를 두고 문 전 대통령의 의중이 홍영표 의원의 탈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영표 의원 뿐 아니라, 다른 야당 정치인들도 심심치 않게 평산 마을을 방문하고, 문 전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다. 이런 모습을 보면, 퇴임한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은 상당한 파워를 가진 듯 보인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기 때문에, 다른 퇴임한 대통령들과는 달리 현재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문 전 대통령이 업무 수행을 잘해서라기보다는, 코로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였다. 이런 초유의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국기결집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기결집 효과란,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들은 불안한 나머지 정부와 집권 세력에게 의지하려고 하는데, 이
베이비부머 세대가 진입하기 시작하는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1059만 명에 이르게 되어 전체 인구의 20.6%를 차지하고 2030년에는 1306만 명(25.5%)이 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노인 인구는 2000년에 접어들며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의 치매 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져 2030년이면 136만 명에 달하며,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른 추세를 보인다. 이와 관련한 정부 예산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2024년도 16조 원에서 2030년에는 29조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2022년 장기요양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와 가족들은 재택 의료와 양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고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기관들은 영세 소규모 조직 형태에 머물러 미래를 대비하는 데 한계를 보이며 이용자 모집 및 종사자 구인 시 어려움뿐만 아니라 품질평가, 재무 회계 등 행정업무와 정부 정책 활용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등 서비스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서비스 현장에서의 고충과 서비스 역량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21세기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세 사람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Separation)’이 온라인상에서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고 저렴하게 현실화 되고 있다. 또한 2019년 이후 지구촌 곳곳의 인적·물적 이동을 원천 봉쇄했던 COVID-19 팬더믹의 기세도 과학·기술의 진보와 의료·보건의 혁신 앞에 멈춰 서야 했다. 특히 국경·국적·종교·문화·체제·이념 등 기존의 불편함과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성·포용성·공정성·상호성 등의 새로운 가치들이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집단지성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이처럼 인류가 발전·도약하는데 있어서 ‘사회적 연대(Solidarity)’만큼 중요한 덕목이 없다. 그 옛날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 ‘늑대 개(wolfdog)’와의 동맹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듯이 인류는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주변 환경의 불리함을 역이용할 수 있는 지혜, 즉 개인의 자유·발전과 공동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화재경보기)이 화재 발생 시 사망 사고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올해 반지하 주택과 다문화가족, 노후아파트 등 3만 700가구에 무상으로 소화기와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많은 국민이 스스로 소방시설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의 화재 예방 투자는 태부족 상태다. 의지가 있어도 형편이 안 되는 가구에 대한 소방시설 지원은 대폭 확대돼야 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주택화재 1만 3,488건을 전수조사해 주택용 소방시설의 사망자 감소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소화기를 사용한 2,345건의 화재에서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반해 소화기가 없거나 사용하지 않은 9,065건의 화재에서는 2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화재사망자 발생률로 비교하면 0.81%대 2.31%로 후자가 약 2.85배나 높았다. 주택용 화재경보기도 화재사망자를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화재경보기가 작동한 589건의 화재에서는 불과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경보기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은 화재 2,576건의 화재에서는 무려 5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토요일(9일) 시작됐다. 시범경기임에도 한화와 삼성이 맞붙은 대전구장 주말 입장권이 이틀 연속 매진됐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5년 3월 7일, 8일 이틀 연속 연습경기 매진 이후 9년 만이다. 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한 점이 큰 이유지만, 다른 구단들도 팬들을 설레게 하는 요인들이 넘쳐난다. LG는 29년 만에 우승한 여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도루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바뀐 야구 규정의 최대 수혜팀이 될 전망이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기아는 2017년 우승했을 때에 버금가는 타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21세기 최고 명장 김태형 감독이 취임했다. 수원과 경기도를 연고로 한 KT는 안정된 투수력과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을 발판으로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시범경기지만 프로야구 기사를 전하는 일부 기자들의 검증 없는 기사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객관성은 없고 흥분만 있다. 9일 시범경기 한화-삼성전을 보도한 KBS스포츠 뉴스는 입장권 뒷거래가 네 배까지 치솟았다는 한 관중의 인터뷰를 검증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공영방송 KBS가 들뜬 취재원 한 사람의 말을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전하는 것은…
전국 대부분 지방정부마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발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권 구매 시 최대 10%의 할인 혜택을 받는디. 전국 243개 지방정부 가운데 84% 204곳에서 발행하고 있다. 지역화페 제도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민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화폐는 지역 민생경제, 특히 소상공인을 살리고 소비자의 가계부담을 경감시키는 바람직한 제도다. 지역화폐는 지방정부들이 국비와 지방비 지원을 통해 최대 10%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한다. 국비 보조금 지원은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어가던 2020년부터 급증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역화폐 발행에 필요한 지원예산을 삭감했다. 지방 정부 자율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재원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다. 국비 지원이 대폭 줄면서 상당수 지역의 지역화폐 할인율이 축소됐다. 지역화폐 예산이 대폭 줄어들자 각 지방정부는 상품권 할인율을 낮추거나 발행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지역화폐를 ‘이재명표 예산’이라고 여겨 ‘이재명 대표 지우기
‘꼰대’는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신조어로, 주로 젊은 세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의 사람들을 비꼬거나 비판할 때 쓰인다. 어떤 사람들이 ‘꼰대’로 여겨지며,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로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갖고 그것을 고집한다. “옛날에는….”로 시작되는 그들의 말에서 자신이 성장한 시대와 그 시절의 문화를 지나치게 추종하고 있으며, 현재 새로운 문화적, 기술적 변화에 대해 부정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로, 젊은 세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그들의 가치관과 행동을 비판한다. “너희 세대는….”, “요즘 애들은….”와 같은 어구로 말문을 뗀 ‘꼰대’의 대화에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온 이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으며 “…진정성이 없다.”라는 납작한 표현으로 비난하거나 평가하기에 바쁘다. 셋째로, 진정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질려버린 상대가 자기 말에 불만을 표하거나 자리를 뜨려고 하면 “세대 차이가 너무 크다.”라고 방어기제를 발동하며 원천 봉쇄의 오류를 저지른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세대 탓을 하는 것이다. 2019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채널 중 하나인 BBC Two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꼰대(KKONDA
1901년 3월 13일 평안도 용천에서 태어났다. 곧 탄신 123주년이다. 1916년 북쪽의 영재들이 모이는 평양고보에 입학한다. 수줍고 평범했다. 평고의 연락책으로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했다. 훗날 사상계에 실렸던 큰 문장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ㅡ1959년 3.1절에 부치는 글ㅡ에 따르면, 그는 전날밤 숭실학교 지하실에서 독립선언서를 받아들고 감격하였다. 평양경찰서 앞에서 뿌리고 시가행진에 참가했다. "내 60 평생, 그날처럼 맘껏 뛰고 맘껏 부르짖고 그때처럼 상쾌한 적이 없었다. 목이 다 타 마르도록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팔목을 비트는 일본순사를 뿌리치고 총에 칼꽂은 일본군인과 마주 행진을 하며 대들었다가 발길로 채여 태연히 짓밟히고 일어서고, 평소 처녀 같던 나에게서 어디서 그 용기가 나왔는지 나도 모른다. 정말 먹었던 대동강물이 도로 다 나오는 듯하였다." 이 진술은 신생아 분만현장을 연상케 한다. 저 평안도 이름없는 어촌의 소년이 한 집안의 아들에서 세상의 아들로 거듭난 것이다. 학교는 퇴학당했다. 반성문을 써내면 복교할 수 있었지만 거부했다. 남강 이승훈의 민족사립 오산학교에 편입하여 다석 유영모 교장과 특별한 사제관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