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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황제의 궁궐, 덕수궁 2

 

 

 

미세먼지가 연일 극성을 부리더니 오늘은 조금 나아진 듯싶다. 마스크를 장착하고 지난 시간에 이어 덕수궁 산책을 계속 떠나보자.

연꽃 봉우리를 간직한 금천교는 금천 위에 놓인 다리다. 금천은 존엄하신 황제가 계신 궁궐 안의 세계와 백성들이 사는 바깥세상이 구분한다. 그러나 이 두 세계가 물길로 구분만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백성들의 여론이 들어와야 하며, 민심을 제대로 읽어낸 황제의 명령은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세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금천교가 놓여 있다.

금천교를 지나 한참을 걸어가면 중화문을 만난다. 중화문은 법전인 중화전으로 향하는 출입문이다. 중화문 앞에는 답도가 자리하고 있다. 답도의 문양은 도무지 알아보지 못할 만큼 희미하지만 황제의 궁궐답게 다른 궁궐과는 달리 용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답도의 용 문양처럼 중화문과 중화전 일대는 황제의 궁궐임을 알 수 있는 상징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용문양이다. 답도의 용과 함께 중화전 내부 천정에도 용이 자리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화전의 창살색과 중화전 내부의 어좌의 색상이다. 창살색과 어좌의 색상이 모두 노랗게 칠해져 있다. 이는 황제의 색을 나타낸 것이다. 세 번째는 월대에 자리한 드므다. 중화전 월대에는 동서 양옆으로 드므가 하나씩 자리하고 있는데 서쪽 드므에는 ‘희성수만세(囍聖壽萬歲)’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성스러운 임금의 수명이 만년토록 오래 지속됨을 기뻐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만세(萬歲)’는 황제에게만 붙일 수 있다. 황제가 아닌 왕에게는 ‘만세’대신 ‘천세(千歲)’를 사용했다.

황제의 상징들을 간직한 중화전은 덕수궁의 법전으로 나라의 큰 행사들이 열렸던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고종황제의 양위식이 거행되었다. 1907년 일제는 ‘헤이그밀사’사건의 책임을 물러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면서 이곳 중화전에서 양위식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고종과 순종 모두 참석하지 않았고 주인공이 없는 양위식이 진행되었다.

중화전을 지나 덕홍전으로 향한다. 덕홍전은 덕수궁의 편전으로 실질적인 업무가 처리되었던 곳이다. 밖에서 볼 때는 전통건축물이지만 내부에는 곳곳에 서양식 인테리어를 했다. 고종황제는 이곳에서 외국사신이나 고위 관료를 만나는 장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전기도 설치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고종황제는 이곳에서 신하들과 야근도 했지 않았을까?

덕홍전 바로 옆에 자리한 함녕전으로 발길을 옮긴다. 함녕전은 고종황제의 침전이다. 함녕전 대청마루에는 궁궐에서 처음으로 전화기가 설치된 곳이다. 당시 전화기를 ‘덕률풍(德律風)’이라고 불렀다. 덕률풍은 전화의 영어인 텔레폰(Telephone)을 중국식(떨리펑)으로 해서 쓴 말이다. 여기에 우리 조상들은 ‘덕과 법을 전하는 바람’이라는 뜻을 더해 ‘덕률풍’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고종황제는 이 전화기를 사용해 좀 더 빠르게 어명을 내렸다. 신하들은 고종황제의 전화를 받을 때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큰 절을 네 번 한 뒤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전화를 받았다. 마치 고종황제를 직접 대면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화에티켓을 고민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고종황제는 이곳에서 1919년 승하하셨다.

함녕전을 지나 계단숲길을 오르면 정관헌을 만나게 된다. 정관헌은 덕수궁에서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함녕전, 덕홍전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덕홍전이 전통건물에 서양식 인테리어를 사용한 것과는 반대로 이곳은 서양식 건물에 전통문양을 장식하였다. 정관헌은 고종황제가 커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고종황제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잠시 고종황제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덕수궁은 마음이 복잡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산책하기에 좋은 궁궐이다. 나라가 기울어져가고 있었던 당시의 고종황제를 만나 현재의 다사다난함을 함께 공유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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