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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배창환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큰 꽃은 큰 꽃을 달고

작은 꽃은 늦가을에 죽을 힘 다하여

작은 꽃이라도 피워 올린다



(……)



어떤 이는 돈을 남기고

어떤 이는 남부럽지 않을 자식을 남기지만

또 어떤 이는 가슴에 그늘 깊은 나무를 심고

따뜻한 시를 남기고, 뒷사람이 찾아 밟을

눈길 위에 곧은 발자국을 남긴다

해 뜨면 곧 녹아 사라져 없어질지리도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가난한 이들은 어둔 밤 귀갓길 골목어귀에

낯익은 별무리 찾아 띄워 길을 밝히고

키 작은 담장아래 별살 닿는 자리마다

시간의 긴 터널 건너온 여문 꽃씨를 뿌려 거둔다

-배창환 시집 ‘별들의 고향을 다녀오다’

/ 실천문학사·2019

 

 

 

 

피지 않아도 되는 꽃은 없듯이 가난하기 위하여 사는 인생도 없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노래로 풍성하다. 시인의 나라에서는 부요함이 가난함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의 세상에는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꽃들은 꽃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새벽을 깨우고 싹을 틔우며 어둑한 골목길 나선다. 햇살 쨍쨍한 낮이라도 사람들은 가난을 벗기 위하여 자신마저 벗는다.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가난해지는 이 쓸쓸한 세상의 풍경을 연민으로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은 또 얼마나 가난할 것인가. 그러나 사람은 ‘시간의 긴 터널 건너온 여문 꽃을 뿌려 거두는’ 어둠 속에서도 별을 피우는 희망의 존재라는 것을 노래하는 쓸쓸하지만 참으로 따뜻한 시편이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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