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14일 학술세미나를 명목으로 기자들을 대동한 채 8박9일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방문길에 올랐다는 본지 보도(14일자 1면) 이후 문화예술인들이 기자에게 보내온 반응은 놀라웠다. 그들이 재단의 ‘관광성 짙은 해외방문’ 사실에 나타낸 감정은 ‘경악’도 ‘화’도 아니었다. ‘체념’이었다. ‘냉소’였다. 기사가 나간 월요일 아침 기자를 만난 한 미술가는 “재단 사람들, 또 놀러갈 기회를 잡았나보군, 기자들을 대동하고 가니 별 탈 없이 넘어 가려나…”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성악가 박 모씨, “벌써 몇 번짼데요. 재단이 생긴 이래 관광성이 짙은 해외 나들이를 지적당한게 한 두번인가요. 그런데 어디 고쳐지던가요. 경기문화재단은 이제 아무래도 안되려나 봅니다.” 그리고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 온 안성에 산다는 예총 관계자는 오히려 기자를 위로하려 했다. “정 기자님, 재단의 잘못된 부분을 강단있게 비판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중략)… 그러나 더 이상 재단에 기대할 것이 있을런지요.” 언제부터였을까, 재단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의 반응이 이렇게 냉담해진 것이. 1997년 경기문화재단 탄생을 지켜본 예술인들은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는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친구 종자기(鍾子期)가 있었기에 더욱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종자기가 없었다면 백아에게 있어 자신의 거문고 소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예술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 봐주고 이해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줄 때 예술은 그 빛을 발한다. 공연·전시 공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에 비해 지방의 경우 백아를 알아봐 줄 종자기를 찾기가 힘들다. 각 지역별로 문화예술공간 짓기에 열을 내고 있지만 덩그마니 건물 짓기에만 바쁠 뿐 지역예술이란 알맹이를 제대로 담을 만한 그릇이 되리란 기대는 빗나가기 일쑤다. 예컨대 신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용인시의 경우 경기도박물관, 한국민속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들어서 있지만 문화마인드가 담보돼 있는 예술공간은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다. 특히 이 지역은 최근 서울을 활동무대로 삼던 예술인들이 넓은 공간과 조용한 주변 환경을 찾아 터를 옮겨오고 있는 추세지만 용인은 아직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일까, 지금껏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어 미술인들의 작품을 만나볼 기회가 드물었다. 미술관은 고사하고 전시관이라 해야
경기도내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연대해 활동하게 될 '경기박물관협의회'가 19일 오후 도박물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25개 박물관·미술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총회에서는 김이환 이영미술관 관장, 이종선 경기도박물관 관장, 박찬수 목아박물관 관장 3인을 공동 대표로 하고, 이 가운데 김이환 관장을 상임공동대표로 선출했다. 광역 단위의 지자체로서는 처음 결성된 '경기박물관협의회'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 것인지, 협의회 창립의 의미와 과제 등을 통해 알아본다. ◆창립배경과 사업계획 = 협의회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말 몇몇 관계자들에 의해 시작, 1월 준비모임을 거쳐 빠르게 추진됐다. 이처럼 빠른 진척상황을 보이게 된 것은 박물관 관련 업무 이관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올 1월부터 박물관·미술관 등록 업무가 문화관광부에서 시·도 지자체로 이관돼 조만간 관련 조례가 제정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때 협의회 차원에서 박물관·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조례안이 제정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 협의회 창립배경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보다 문화적 역량이 풍부한 경기도의 문화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박물관·미술관들이 해야 할
11년째 경기국악협회 수장으로 협회를 이끌고 있는 송영철(60) 지회장은 국악계의 '대부'로 통한다. 음악, 특히 전통 음악을 사랑해 이 길로 들어선 그이지만 전문적으로 악기를 다루거나 전문적 소리꾼은 아니다. 그런 그가 회원들 사이에서 '대부'로 통하는 것은 송 지회장이 지닌 통솔력과 투명성 때문이다. 한 소리꾼은 "송 지회장은 경기국악계의 아버지"라며 "경기소리를 비롯한 경기국악협회를 여기까지 성장, 발전시킨 그에게 늘 감사한다"고 말한다. 회원들의 그에 대한 마음은 4년마다 돌아오는 지회장 선거 때면 확연히 드러난다. 예술계가 수장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경기국악협회는 늘 단독 후보로 추대형식을 갖춰왔다. 92년 이후 4번째 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일할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회원들이 계속 추대해 지회장직을 놓지 못하고 있다"며 "어쩌다보니 장기집권을 하게 됐다"고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특히 송 지회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기국악제'다. 지난해 정부가 전국의 국악제가 너무 많고 방만하게 운영된다며 대폭 축소할 방침을 세워 국악계 전체가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경기국악제는 의미를 살려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올
수원시의 지역별 예술문화 불균형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술문화 공간이 많은 팔달구를 중심으로 권선구, 영통구 주민들은 예술문화 관람률이 높은 반면 장안구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나 지역별 균형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결과는 수원예총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총 10개 항목에 걸쳐 실시한 '수원시민의 예술문화 의식도' 조사결과 나타났다. 그 결과는 수원예총이 최근 발행한 '수원예술 2003 겨울호'에 자세히 실려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팔달구, 영통구 주민들은 작게는 연중 3∼5회 이상 예술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반면 장안구는 1∼3회에 그쳐 예술문화적 혜택이 다소 편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장안구는 미술, 사진 등 전시작품 관람률이 다른 구에 비해 가장 높았으며, 문화예술회관, 야외음악당 등이 있는 팔달구는 음악, 연극 등 분야 관람률이 높게 나타났다. 수원예총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예술문화 시설의 위치가 시민들의 실수요율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팔달구민의 전시 관람률이 높지 않은 것은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전시장이 주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지하에 위치해
"회원들의 화합을 토대로 시민들에게 더욱 친근한, 봉사하는 약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수원시약사회 신임회장에 선출된 이내흥(건강약국 원장·사진) 회장은 '회원간 화합', '시민을 위한 봉사'를 약속했다. 그는 누구보다 약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20년 가까이 시 약사회 임원으로 활동해왔고, 지난 3년 동안은 부회장직을 맡아온 터라 약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 앞으로의 가능성 등 세세한 일까지도 꿰뚫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단독 출마한 그를 회원들이 선뜻 시 약사회를 이끌 새 회장으로 지지해 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이 회장은 "솔직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현재 대한약사회의 당면과제인 국민속에 뿌리내리는 약사회로의 발전, 회원간 화합단결로 어떻게 하면 성숙한 약사회를 만들 것인가가 무거운 과제로 다가옵니다." 의약분업과 건강복지분야의 중요성이 커져가면서 약국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약사회 회원 또한 계속 늘어나고 있어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회원간의 갈등과 괴리감을 어떻게 해소시키고 균형잡힌 약사회가 되도록 할 것이냐는 앞으로 3년간 이 회장에게 맡겨진 숙제다. 이 회장이 밝
"도민을 위한 복합문화예술공간, 도 문화복지의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오는 6월 법인화의 길을 걷게 되는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하 도문예회관) 홍사종 관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한해 펼칠 보다 알차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했다. 주 초점은 '자율성'과 '공익성' 강화다. 언뜻 느끼기에 상반된 듯 한 두 성격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 홍사종 관장으로부터 올 한해 사업계획과 관련해 들어본다. -올해 도문예회관을 이끌어 나갈 큰 틀은. ▲아시다시피 올해는 회관이 독립법인 '경기도 문화의 전당'으로 거듭난다. 또한 7월 개관예정인 도립국악당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독창적, 다원적, 종합적인 예술공간으로서의 작품 창작에 힘쓸 생각이다. 기존 사업 그대로에 머무는 안일한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 도민들에게 보다 나은 작품을 선보이겠다. 총 600회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새로 도입되는 신설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청소년 문화교육을 위한 '예술교육 멘토 프로그램'을 비롯해 '시즌 프로그램' 도입, '해외유명 트레이너' 초청 등이 신규 사업이다. 또 올해는 건축음향시설도 보강할 생각이며, 도립국
설 연휴, 귀향을 서두르는 사람들에게 5일은 짧기만 한 휴일이겠지만 별다른 약속이나 스케줄이 없는 이들에게는 자칫 따분할 수도 있는 기간이다. 이러한 때 마음의 양식인 책 몇 권 옆에 끼고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넉넉하게 쉴 수 있도록. ◇쉽고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 윤흥길의 '소라단 가는 길'(창비)은 환갑을 앞둔 나이의 지방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어린 시절에 겪은 전쟁의 체험과 인상 깊은 사건을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형식의 연작소설집이다. 모두 11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작품집은 '귀향길'에서 시작해 '상경길'로 끝나는 통일성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화가 정은미가 쓴 '아주 특별한 관계'(한길아트)에서는 현대미술의 중심인물 15명의 파트너십을 다루고 있다. 고통과 절망을 안겨준 남녀관계가 대부분이지만 오노요코와 존 레넌 혹은 장 미셀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경우처럼 두 사람의 만남이 결정적으로 예술적 영감의 불을 지핀 사례도 볼 수 있는 대중예술서다. 올 한해 네티즌이 투표로 뽑은 '2003년 최고의 책' 1위에 선정된 '나무'(열린책들)도 이번 설연휴 동안 섭렵해 볼만한 책. '개미' '뇌' 등으로 전 세
"지난해가 의료계 전반적으로 힘든 한해였다면 올해는 회원화합을 토대로 보다 알차고 힘있는 해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작년보다 더 많은 봉사활동을 펼칠 것이며 지역문화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지난해 경기도의사회 28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봉사활동에 주력해 온 정복희 회장(60)은 2004년을 '봉사, 화합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역봉사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봉사까지 나서 주목받았던 도의사회의 저력을 올해는 한 차원 강화시키겠다는 것. 지난해 도의사회는 다방면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4월 이라크에 난민 의료봉사단을 파견한데 이어 7월에는 21세기 첫 신생국인 동티모르에 친선협력사절단 일원으로 정 회장 등이 직접 방문한 바 있다. 또 일본 사이타마현 의사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해외의료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도내에서의 봉사활동은 말할 것도 없다. 안양시의사회 등을 주축으로 의료봉사단이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불우이웃돕기, 영세민 개안수술,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등의 봉사를 해왔다. 올해는 더 많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우리의 의료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힘이 닿는 한 도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