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거주 외국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인구절벽에 기인하는 국가소멸 재앙에 대응할 이민청(移民廳) 신설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들의 유치전이 치열하다. 지역마다 입지의 정당성을 포장하고 있으나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항만과 최대 공항이 있고, 거주 외국인도 절대적으로 많은 경기·인천지역에 이민청이 설립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외국인 최다거주 지역인 경기도의 경우 시·군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이민청 설립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좌우 정권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2월 초 정부는 완성된 정부안 형태로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의 골격을 완성한 다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이 그 내용을 담아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대표발의했다..
지난 2019년 선거법이 개정됐다. 주요 골자는 유권자 연령의 하향 조정이었다. 기존 19세에서 18세로 선거권 확대. 한국 정치인들은 “서구 선진국에서는 16, 17세부터 선거권이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며 하향조정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묻고 싶다. 진정 무엇을 위한 하향 조정인가? 그냥 선진국 따라 하긴가? 아니면 대의제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인가? 만약 후자였다면 젊은 유권자를 위한 상품 출시에 힘써야 한다. 젊은이들을 선거판에 불러놓기만 하고 그들이 고를 상품이 없다면 이는 상도덕에 크게 어긋난다. 오는 4.10 총선의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다. 후보들은 도시화, 경제개발만 하겠다고 야단들이다. 너도나도 철도 지하화, 공항이전, 서울편입, GTX 연장 및 건설, 녹지대 개발, 아파트(재)건축 등을 약속한다. 70년대 개발도상국 시절의 공약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런 종류의 공약은 기성세대에게는 먹힐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통하기 어렵다. 청년들에게 더 이상 투표는 의무가 아니다. 그들은 살 상품이 없으면 투표장에 나갈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이런 논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노년층은 투표장에 나가는 데 왜 젊은 층 너희는 안 나가냐며 볼멘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어디 이뿐인가? 모(某) 국가처럼 투표를 의무화 하자는 소리까지 하는 판이니 참으로 답이 없다. 물론 젊은이들의 기권은 새로운 일도 아니고,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이 현상은 선거 때마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은 사회생활에 덜 밀착돼 있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세대적인 차가 크다. 기성세대에게 투표는 훌륭한 시민의 의무였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선거에 무언가 할 말이 있을 때 투표를 한다. 프랑스의 경우 많은 청년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공약을 늘어놓기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우파 후보가 내놓는 공약과 좌파 후보가 내놓는 공약이 거의 동일하다.” “정치인들은 말만 번지르르한 ‘담론’ 사업가로, 그들에게 속아 제품을 사면 그 이후엔 작동하지 않는다.”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기성 정당들이 한국처럼 젊은 세대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학자 피에르 브레숑은 젊은이들이 기권하는 것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자신의 즐거움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고,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한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게 아니라 투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기권하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경제개발 공약만 앞세우면 그들이 어찌 선거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22대 총선, 청년이 아닌 기성세대만 잔뜩 나와 투표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는 후퇴하고 말 것이다. 이 재앙을 피하려면, 후보자들은 과거 정책만 복사해 던지기보다 진정성 있게 그리고 신선한 정책으로 유권자를 보다 폭 넓게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일 수원시 화성사업소와 경기문화재단돌봄센터가 경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행궁동 주민 마을장인 육성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내용은 두 기관이 손잡고 ‘수원화성 마을장인’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수원화성 성안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훼손된 경미한 문화재를 직접 보수할 수 있도록 문화재수리기능자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수원화성이 감싸고 있는 마을 행궁동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생을 모집해 이론과 실기교육을 실시한 후 문화재수리기능 자격증 취득자를 마을장인으로 선발, 직접 문화재 관리·보수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경미한 훼손을 직접 보수하게 된다. 이를테면 성벽의 줄눈과 지붕기와 와구토 탈락, 연못관리, 배수로 정비 등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지역주민을 문화재수리기능자로 육성해 직접 문화재 보..
4월 총선을 앞두고 전화 여론조사가 늘었다. 모르는 번호면 여론조사겠거니 받지 않거나 수신 거부를 했는데 얼마 후 또다시 전화가 걸려 온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받으면 어김없이 여론조사 녹음 소리다. 바빠서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아 일부러 피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설문에 응답하는 사람의 경우 어떤 질문에든 답할 준비된 상태일 확률이 높은데, 그래서 정당이나 후보 이름만 들어도 어떻게 선택할지 결정의 시간을 크게 들일 필요가 없으니 응답을 수월하게 느낀다. 반대의 경우라면 질문의 내용과 선택해야 할 내용만 들어도 선택결정 어려움 앞에서 피로를 직감한다. 자연스레 응답을 피한다. 정치 관여도가 높은 응답자 확보가 많은 조사라면 모집단 전체 표심과는 다른 분포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흔히 중도층이나 무당층으로 불리는 스윙보트가 여론조사에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조사의 신뢰를 좌우한다고 보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기는 어려우나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보 공천부터 정부 정책까지 결정의 근거로 삼는 게 여론조사인 경우가 많아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곧 여론’인 현실은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기관이 성황을 이루는 것만으로 짐작 가고 남는다. 언론사 내부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풍경이 많다. 후보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 다른 기관과 결과가 다르면 이대로 보도를 내도 괜찮은지 우왕좌왕하는 식이다.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이 벌어졌다는 표현은 앞섰다거나 우위를 점했다는 단정적 표현보다 일부 나아진 표현이긴 해도 단편적인 정보라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표본의 수나 응답률이 작은 것은 어떤가? 3월 둘째 주 전국 단위 선거여론조사 7건의 주요 데이터를 정리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발표를 보면 조사별 표본수는 2천명 내지 1000명이다. 접촉률은 18.1%~36.2%로 응답자가 전화를 받거나 응답을 시작했으나, 최종 모든 질문을 완료했다고 보는 응답률은 3.9%~14.7%로 한참 낮다. 사람이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느냐 기계음 질문을 들려주느냐 사람이 직접 문항을 읽느냐처럼 조사 방식의 차이가 응답률에 영향을 미친다. 조사 시점도 중요하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선호는 조사 당시 응답자가 인지하는 상황적 요인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해서다. 언론의 의제 설정과 이슈 프레임이 얼마나 지각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선호 의사를 바꿨다기보다는 조사에 응하는 집단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단기적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언론은 여론조사가 모집단의 극히 일부의 의견을 확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효율적인 방식이나 민심을 정확하게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 여론조사에 대한 대중적 불신의 원인은 숫자가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언론과 정치에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미국 군복을 입은 한 젊은 남자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애런 부쉬넬이다. 나는 미합중국 공군 현역 군인이고 더 이상 제노사이드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극단적인 시위를 할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식민지배자들의 손에 당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전혀 극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곧이어 카메라를 땅에 내려놓고 텀블러에 담아 온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후 불을 붙였다. 25살 애런 부쉬넬은 그렇게 2월 25일 워싱턴 DC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분신자살했다. 산화해 쓰러질 때까지 그가 수차례 외친 구호는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였다. 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을 하다 숨진 미국인은 애런 부쉬넬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3월에는 레이첼 코리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가옥..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것은 모두가 질문의 산물(결과물)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려면 반드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질문은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비롯된다. 그러기에 교사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 하려면 반드시 학생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체로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리고 수업 막바지에 “오늘 배운 내용(교육과정) 가운데 이해가 잘 안되면 질문하라”고 한다. 이런 질문을 할 때 교사는 답을 가지고 질문한다. 당연히 교사는 자기가 가르친 내용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교사가 정답이라고 단정한 지식은 이미 특정 분야에서 전문 학자들이 오랜 기간 탐구하고, 경험한 결과의 지식이다. 문제는 결과의 지식으로는 학생들의 창의성 함양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가르친 내용을 학생들은 암기해 두었다가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좀 거칠게 말하면 자신이 가르친 지식을 학생들이 그대로 먹었다가 그대로 뱉어내는 것이다. 교사가 정답을 가지고 질문하면 학생들의 지적변화에도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질문은 결코 좋은 질문이라 할 수 없다. 좋은 질문이 되려면 하나의 질문에 학생마다 답(표현)이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궁금증과 호기심은 학생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가 질문할 때 좋지 않은 태도는 자신만의 답을 미리 가지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질문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좋지 않은 질문의 예를 들어보면 ‘예(Yes)’ 아니면 ‘아니오(No)’를 유발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런 유형의 질문을 해야만 할 때는 한 번 더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예라고 반응한 준영이한테는 “너는 왜 ‘예’라고 생각하니?” 또는 아니라고 반응한 준홍이에게는 “너는 왜 ‘아니오’라고 생각하는 거니?”와 같은 질문은 준영이와 준홍이의 생각이 다르기에 질문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질문은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개의 답(반응)을 끄집어낼 수 있는 질문이다. 학생에게 있어서 교사의 질문이 중요한 것은 그 질문에 반응(답변)하기 위해 학생들이 여태껏 배워서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이때 뇌세포는 활성화되기 시작하여 변화를 일으킨다. 이를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지구조의 변화’라고 한다. 이는 곧 교사의 질문을 통해서 학생의 인지구조의 변화를 일으켰기에 교육의 효과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질문은 문제의식의 자극제 역할을 한다. 문제의식은 문제해결의 실마리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문(自問)을 통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문제의식은 이를 가진 자가 문제해결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문제의식은 문제해결의 요체(要諦)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이 행해지는 곳에서는 항상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예리한 질문을 통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러므로 문제해결의 시발(始發)인 문제의식을 유도하는 ‘질문’을 학교 교육의 근간(根幹)으로 삼아야 비로소 학생들의 창의성이 길러지고, 그 열매를 맺고 수확하게 될 것이다.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했다. 출국금지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된 후 많은 논란을 뒤로한 채 지난 10일 출국한지 11일 만이다. 외교부는 방위산업 관련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출국금지된 피의자 신분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급조한 듯한 방위산업 관련국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한다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귀국 사유는 방산협력 주요국 공관장 회의 및 5월 초 한-호주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사전조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25일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발표한 공관장회의는 지난 20일에 결정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해에도 방위산업 공관장 회의가 두 번 있었지만 모두 화상회의로 진행됐다”며 “주요국 대사들이..
1977년 최초로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12년 만인 1989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최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이다.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고 제도 발전에 따른 기대수명 등의 건강지표,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건강보험 제도가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지속 되도록 제도운영의 근간이 되는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바램이자 보험재정 운영 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향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기도 하다. 보험재정이 적정한 곳에 적절하게 투입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공단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건보공단은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저성장의 기조 속에서 제도의 발전과 지속성을 위해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새로운 부과 기반 마련과 함께 불법·부당한 진료비 지출 억제 등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수입·지출 관리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언론기사에서 보험재정 안정성의 위협 요소에 대한 건보공단의 고민을 접하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지만 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건보공단은 보험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불법개설기관(이하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2014년부터 1447건의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하니 그간 단속도 많이 해왔다. 필자가 염려하는 대목은 사무장병원 환수 실적이다. 이들이 지난 14년간 건보공단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3조 3762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수사초기 폐업이나 장기화되는 수사 기간(평균 11.5개월) 동안 재산을 은닉하여 3조 1427억 원이 미징수 금액으로 남아있다. 이는 인천·경기 지역가입자의 1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하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현행 단속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안이 필요하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로 불법적으로 개설한 사무장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뒤로한 채, 돈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로 국민에게 끼치는 폐해가 막대하다. 모든 범죄영역을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입장도 이해된다.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에 한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이 주어진다면 효과적인 단속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것 같다. 현재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입법화를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일부의 반대 의견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에 대해 전문성과 효과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사무장병원 수사는 보건의료 전문성과 방대한 증거자료가 필요한 수사 영역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 조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전문인력도 확보하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빅데이터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시각에서 불법개설 혐의점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 단속에 최적화된 준비된 기관이다. 전문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의 시각을 버려도 될 것 같다. 사무장병원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해마다 증가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건강보험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가 하루 6억 원 이상 누수되는 현실에서 사무장병원 적발과 편취금액 적기 회수를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이들이 자취를 감추고 건실한 재정과 건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1977년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골치 아픈 난제를 풀어야 할 때이다. [ 박용열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 ]
수원의 남북을 가로 지르는 경부선 철도로 인한 동·서 불균형 해소문제는 오랜 현안이다. 경부선 철도는 1905년 개통됐지만 이로 인해 현재까지 수원은 두 개 지역으로 쪼개졌다. 경기도청과 수원시청 등 관공서와 상업시설, 문화기반은 철길의 동쪽에 자리 잡았다. 따라서 철도 서쪽은 상대적인 낙후지역이 됐다. 게다가 군공항이 위치해 있어 소음피해까지 입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철도·도로 지하화 공약이 연이어 발표됐다. 수원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수원시의 여야 국회의원 후보들은 경부선 철도지하화를 공통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31일 수원시 장안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를 공약했다. 수원 동·서간 고착화된 격차를 철도지하화로 해소..
남들이 모두 일하는 평일 오후, A는 또다시 노트북을 펼친다. 화면을 노려본다. 눈앞에 놓인 것을 희대의 난제처럼 느끼고 있다. 하얀 배경에 커서만이 깜빡거린다. 쉬이 글이 써지지 않는다. 자기소개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 700자 내지 1000자를 기준으로 본인을 소개하는 것이다. 막막하다. 물론 파훼법은 있다. 목적을 생각하는 것이다. 날 먹여주고 재워줄 대감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기 위해 쓰는 글인지, 남들이 인정하는 학당에 어울리는 차세대 인재임을 증명하는 글인지, 준비된 전문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는 글인지 등. 나의 특정적인 면을 궁금해하는 상대에게 맞춰 나를 드러내면 된다. 하지만 목적을 안다고 해도 이내 곧 벽에 부딪힌다. 마음의 벽이다. 이게 정말 ‘나’가 맞나? 하는 의심의 벽이거나 목적을 너무나 잘 이해한 탓에 과도하게 멋있어진 글 속의 내가 어색하고 부끄러워지는 양심의 벽이다. 결국 한차례 글을 지우고, 다시 쓴다. 있는 그대로. 어쩐지 아까보다 글이 술술 써진다. 이번의 자기소개는 여러모로 적절해 보인다. 그렇게 글을 완성하고 다시 읽어보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글 속의 인간이 허접하고 쓸모없어서. 갑자기 화가 난다. 이 방식은 너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 목적 지향적인 짧은 글로는 온전한 나를 소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나에겐 아주 다양한, 귀한 모습이 있는데 이 자기소개서라는 이름의 퀴즈는 나의 작은 일부만을 답으로 본다. 이 글 때문에 붙어도, 떨어져도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다. 결국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온전한 나를 써 내려가 본다. 저의 꿈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다정하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갈고 닦아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은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온 시간의 대부분을 제가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 내에서 소임을 다하고 둘러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건 어렵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께서는 그만한 시간이 없으시겠지요. 그래서 전 이를 악물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이 일이 꼭 필요하니까요. 저만큼 이 일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비교해 굳이 저를 뽑아야 하는 이유가 있냐 물으신다면 저는 없다고 말할 겁니다. 가끔은 노력하지 않고 행운을 거머쥐고 싶습니다. 예컨대 마음 내키는 대로 쓴 이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일 따위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 뽑으시면 후회 안 하실 만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잘하게 될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열심히 하는 건 보장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행복과 건강, 재물운이 넘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자기소개를 가장한 고백은 결국 쓰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다시금 표면적인, 자기 홍보에 중점을 둔, 실제와는 아주 조금만 닮아 있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