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산감소가 예사롭지 않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OECD국가의 평균(2021년) 1.58명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고,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합계출산율(2.1명)의 1/3 정도이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포기하기에 너무 이르다. 저출산 문제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으로 풀어야 하며 토지문제 해결이 그 출발점이다. 돌이켜 보면 1960-70년대의 근대화를 이룩하게 된 것은 우수인력과 산업화에 기인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제1공화국에서 1950년 실시한 농지개혁이다. 농지분배로 인해 전체 농가의 70%에 이르는 소작농이 자작농이 돼 농업생산력을 높이고 소득이 향상되었다. 농업소득의 증가는 공업투자와 소비를 유발하고, 농민들은 자녀를 공부시켜 산업화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충원했다. 이처럼 농지개혁을 통한 농촌의 안정화는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개발을 이루는데 밑받침이 되었다. 빠른 경제발전은 토지가격의 폭등을 초래하고 토지 소유는 편중돼 경제의 흐름을 악화시켰다. 또한 산업생산을 위한 실수요자의 토지사용이 크게 저해되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1989년 12월 제6공화국 정부는 ‘토지공개념’ 관련 법제를 제정해 시행했다. 그 내용은 택지 과다보유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토지초과이득에 과세하고 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것과 토지관리 및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특별회계 등이다. 이로 인해 토지소유의 불평등은 상당히 개선되고 토지이용의 효율화에 기여했다. 토지공개념제는 농지개혁 이후에 시행된 획기적인 토지개혁정책으로 평가된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2022년 기준 개인소유 토지 중 상위 10%의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7.8%이다. 차상위 10% 가구의 토지 소유 비율이 13.1%인 것을 더하면 90.9%에 이른다. 이것은 토지 소유가 극도로 편중돼 있음을 말해준다. 생산성이 없는 토지의 가격이 증가하면 불로소득으로 인한 빈부격차와 물가상승을 초래해 생산성을 악화시킨다. 토지 및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해 가계부채를 폭발적으로 증대시킨다. 불로소득이 근로소득보다 높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근로의욕을 상실하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게 된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자녀를 두지 않으려 한다. 이제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인구감소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토지의 소유와 사용에서 공정해질 때 비로소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2월부터 시행되면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형사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적용됐다. 중대재해에 관한 언론 보도가 많아질 것이 예상된다. 법 제정을 전후로 사회 전체의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중대재해 자체가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문제이기에 광범위한 호소력이 있어 보도의 소재로 삼기도 좋다. 취재 대상이 될 경영자들로서는 언론보도 중에서도 적대적인 보도에 대처해 자신과 회사의 평판을 보호하거나 회복할 방법을 고민할 일이 늘어날 것이다. 그 방법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면 민사소송이나 형사고발보다는 먼저 언론중재위원회의 구제를 받는 것이 신속하다. 언론중재법은 언론피해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이 무산되면 그 후 법원에서의 소송으로 이어진다. 정정보도는 정정보도문의 게재를 목적으로 하고, 언론보도의 내용이 허위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 그러나 보도의 허위성의 입증이 쉽지 않다. 세부적인 사실관계의 차이가 있는 정도로는 허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언론사들도 오보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정정보도에는 협조적이지 않다. 반론보도는 보도의 내용이 사실적 주장이고 그로 인하여 피해가 초래되었다는 점만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편의 입장을 반론 또는 반박문의 형태로 게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언론사도 오보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덜 비협조적이다. 추후보도는 범죄보도의 경우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언론사가 명예나 권리 회복에 필요한 설명 또는 해명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상 추후 보도의 활용 빈도는 높지 않다. 중대재해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으로부터 무죄 판결까지의 기간이 특히나 장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경영자와 회사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추후보도가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실무상 정정보도청구를 하면서 손해배상청구를 병합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손해배상청구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보도가 오보일 뿐만 아니라 부주의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므로 승산은 그만큼 낮아진다. 기사의 삭제를 요구할 수도 있으나 역시 보도의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기사의 삭제나 금전 배상을 요구할 수록 언론사가 조정에 불응할 가능성은 높고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중대재해 이후 형사책임의 리스크를 마주한 경영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업 현장의 위험성과 비극적 사고라고 하는 일면만이 아니라 기업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해 왔고 해 나갈 것인가라고 하는 다른 면도 널리 알려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판 관리의 과정에서 법적 조치로 부득이 나아가야만 한다면 그 조치는 최소한이면서도 효율적이어야 한다.
수원시 팔달산 중턱엔 성신사(城神祠)라는 건물이 있다. 수원화성을 축성하면서 건설 과정과 제도, 의식 등 모든 사항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여 남긴 조선왕실의궤인 ‘화성성의궤(華城城役儀軌)’에는 성신사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다. ‘병진년(1796년) 봄 특교(特敎)로 집터를 잡으라는 명령이 계셔 택일하여 사당을 지었다’라는 기록과 함께 “화성의 준공을 앞두고 제일 먼저 해야 할일은 좋은 날을 가려 성신묘(城神廟)를 세우는 것”이란 정조대왕의 어명도 들어 있다. 정조대왕은 “때에 맞춰 제사를 지냄으로써 나에게 수(壽)를 주고 복(福)을 주며 화성이 만세토록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제문(祭文)을 직접 짓고 향을 내렸다. “고유제의 제품은 7가지, 폐백은 없고 축문은 있게 하라. 해마다 봄가을(음력 1월, 7월) 첫 달 좋은 날에 수원유수가 헌관이 되..
지역방송사 전무를 역임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의 동생이 문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다. 그는 문인들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자기 동생이 문인협회 회장으로 뽑힌 것이 도지사가 된 것보다 더 기쁘다고 인사말을 했다. 얼마 후 한 시인이 그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그는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랬다. ‘나이를 먹지 말고 들고 계시지 그랬느냐?’고. 그렇게 해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유머는 시간과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순발력 있게 구사해야 효과적이다. 유머는 봄바람 같은 역할을 한다. 봄바람은 차가운 아들 손을 호호 불어주는 어머니의 입김과 같은 바람이다 자연의 훈풍으로써 언 땅을 녹이고 온기 머금은 바람은 대지 속으로 스미어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흙을 부드럽게 한다. 어..
기어코 영화 '건국전쟁'이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건국이라니. 우리가 언제 나라가 세웠지? 여하튼 여당 인사들과 공영방송인 KBS에서도 홍보하고 특정 종교 단체는 신도들의 관람을 유도하더니 급기야 청년들은 관람 인증하면 영화비를 돌려준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영화 홍보 방법도 있다니…. 여하튼 제작 측의 의도대로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이렇게 왜곡하여 미화한다고 해서 그의 평가가 달라질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다, 제주도 4.3과 여순항쟁에도, 6.25 발발 시 서울시민 안전 메시지 방송도, 한강 인도교 폭파에도 책임이 없었고, 전쟁을 이용한 민간인 학살에는 묵묵부답이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저해 행위도 없었으며 심지어 3.15 부정선거에도 개입하지 않았단다. 정말로 이런 왜곡된 인식..
경기도교육청이 다양한 교권 보호책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임태희 교육감의 교권 보호 당부가 담긴 학부모 안내장을 보급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원보호공제사업 개선책도 추진한다. 근년 교육계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른 ‘교권 보호’ 과제를 풀기 위한 교육청의 노력을 응원한다. 모쪼록 ‘교권 침해’ 논란이 우리 학교 현장을 어지럽히고 교육환경을 좀먹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허점 없는 온전한 대책이 시행되길 기대한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활동 보호 문화 증진을 위해 ‘교육활동 보호 자료 7종’을 보급한다고 밝혔다. 교육활동 보호 강화와 교육활동 침해 관련 지원 내용을 안내해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돕고자 하는 목적이다. 교육활동 보호 자료는 ‘교육활동 보호 학부모용 안내장’, ‘교직원용 교육활동 보호 강화..
공무원·교원 단체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던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 ILO·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와 제18대 국회 이후 제21대 국회에 연이어 관련 법 개정안의 발의가 있었다. 주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지 않는다. 4·19 의거 후 제2공화국 헌법은 이승만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의 실현 의지를 새롭게 규정하였다. 그 중에는 ‘정당의 국가 보호’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법률 보장’이 있었다. 정당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주요 구성체이며 대의제 민주주의의 요체이다. 그러나 1961년 포고령, 1972년 특별선언 및 비상조치, 1980년 헌법 부칙으로 국회 해산, 정당·정치활동 금지, 정당 해산 등의 시..
3월의 신호탄은 뭐니뭐니해도 개학이다. 새 교복을 입고 새 책가방을 든 신입생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학교 교실. 이보다 더 정겨운 봄 내음이 있을까. 하지만 이 풍경은 추억의 앨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어느 날, 65번 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버스는 잠시 신호등에 멈춰 섰다. 눈길을 사로잡는 간판들이 보였다. “행복사진관, 행복스튜디오, 옥스퍼드학생복, 이태리학생복, 요리제빵 학원.” 여기가 어디지? 너무도 정 겨워 그만 버스에서 내렸다. 수원 팔달문 근처, 그 거리를 따라 걸었다. 교복을 입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팔남매의 다섯째인 내게 교복은 전천후 옷이었다. 친구를 만날 때도 친척 결혼식에 갈 때도 심지어 소풍을 갈 때도 교복을 입었다. 이런 교복은 가난을 철저히 포장해 줬다. 내 인생에서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 만큼 찬란한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교복이 사라지는 게 싫다. 하지만 교복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교복은 일제의 잔재라는 둥 학생들을 정형화 시킨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찬성론자 입장에서 교복의 필요성을 잠깐 피력해 볼까 한다. 교복은 18세기 가장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한 영국의 기독교병원학교(Christ's Hospital School)에서 시작됐다. 이때 학생들은 푸른색 레깅스를 입었다. 그 후 프랑스, 일본 등으로 전파됐다. 특히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1802년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이는 현대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1968년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면서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교복을 폐기했다. 교육부장관 자비에 다르코스는 교복은 ‘사회 수준이나 재산의 가시적인 차이’를 없앨 수 있다며 프랑스 학생들의 교복을 부활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교복이 개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반대에 부딪쳤다. 이 논쟁은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재점화 됐지만 결론을 보지 못했다. 2024년 현재 프랑스 정부는 교복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장관은 교복이 학교 내 평등, 규율, 공동체 정신의 증진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학생이 같은 옷을 입도록 함으로써 복장에서 드러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차별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사회,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환경을 조성한다. 교복은 또한 소속감을 갖게 한다. 학생들은 학교의 색상과 상징을 자랑스럽게 착용함으로써 교육 공동체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다. 교복을 입으면 매일 아침 복장 선택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된다. 학생들은 외모보다는 교육과 학교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수업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패션과 관련된 방해 요소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처럼 교복은 장점이 많고 유용하다. 경제적 격차가 지금보다 심화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학생들의 격차와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복 착용이 큰 대안일 수 있다. 우리 학생들의 교복 폐지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좀 더 심도 있고 다양한 논의가 개진될 수 있길 바란다.
전국단위의 산업안전지킴이 사업의 폐지로 중요성이 훨씬 높아진 노동안전지킴이의 채용과 관련한 경기도의 행정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도가 지난달 말 발표한 노동안전지킴이 합격자 수에 일선 시·군의 인구 비례는 물론 사업장 수 비례마저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아무리 도-시군 매칭 사업이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해도 시·군 간 극심한 불균형 방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노동 현장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보완이 시급한 대목이다. 도는 지난달 27일 ‘2024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의 시군별 최종합격자 104명을 공고했다. 경기도는 지난 2022년부터 도-시·군 매칭 사업 형태로 시군별로 2~6명의 노동안전지킴이를 배치, 건설·제조업 등 산업현장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보건조치 사항..
지난 2월 14일, 한국과 쿠바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公翰)의 교환을 통해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일각에서는 쿠바와의 수교를 ‘중남미지역 외교의 완성’으로 평가해왔다. 이로써 한국의 미수교국은 코소보, 시리아만 남게 되었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틀 후 김정일 생일(2.16) 기념행사 보도에서 26개국 재외공관을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형제국’ 쿠바를 누락시켰다. 지난달 11일만 해도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열린 쿠바 혁명승리 65주년 경축 집회를 비중있게 알리던 북한이었다. 국내에서는 이번 수교를 기점으로 공공외교 차원에서 기존의 對쿠바 문화외교를 강화하고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한국형 ‘보훈외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3,078km 떨어진 한 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 뉴스를 접하며 문득 궁금해졌다. 뉴스 1면을 장식해온 한국형 공공외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제대로 조명받고 있는가? 이번 수교 이전, 2017년과 2023년 당시 부산시 경제사절단과 쿠바상공회의소 회장이 양국을 오가며 경제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던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중추국가를 바라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 하에서 공공외교의 역할은 비단 중앙정부의 몫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공공외교가 지방정부의 생존전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공공외교법』의 제정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공공외교 전략의 수립과 정책 추진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결과물이었다. 해당 법 제2조는 공공외교를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공공외교 예산과 인력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통제나 양자 협력체계의 미비로 인해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공공외교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지방위기 타개를 위한 공공외교 전략 수립은 전문인력 양성과 재정 확보, 제도와 조직 정비에 관한 논의와 병행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21년 조례 제정을 통해 공공외교 상위법과 조응하기 위한 조문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가 국제교류 활동을 외교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정책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공공외교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례개정과 ‘외유성 논란’ 예방을 위한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불과 2004년까지만 해도 지방정부의 해외 지방정부와의 결연은 중앙정부의 승인 사항이었다. 지자체장 개인 역량에 의해 공공외교가 좌우되거나 새로운 민선 정부의 등장시 좌초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국내 광역 17개, 기초 225개 지자체가 세계 85개국 1350개 도시와 1817건의 자매우호협력을 체결하고 있으나 실제 국가외교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법’상 외교의 주체는 중앙정부인 반면, ‘공공외교법’에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점(국가와의 협력 및 시·도지사의 시행계획 수립 의무화 등)에 관한 과도적 인식도 시대상에 맞게 정돈이 필요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공공외교의 주체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기업, 단체, 개인의 참여가 녹여진 일련의 ‘탈’주체 내지는 ‘범’주체적 ‘앙상블’의 개념으로 접근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