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하면 상대방이 풍요롭고, 나는 잃는 것 없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김훈동(69)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은 ‘봉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덧붙여 김 회장은 “삶의 가치를 더해주는 일인 봉사, 이런 봉사를 구현하는 조직에 몸담을 수 있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인생의 후반기 들어 적십자사와 다시 연을 맺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 4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이하 적십자경기지사)의 일원으로 발을 내딛은 김훈동 회장은 회장실 보다 적십자경기지사 사옥 지하의 구호물자 보관창고를 먼저 찾아갔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은 “적십자는 봉사를 기본으로 한 재난상황 대처가 가장 중요한 일이므로 새롭게 취임한 회장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곳 역시 구호물자를 보관하는 곳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김훈동 회장.
김 회장은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수원토박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나이 ‘고희(古稀)’, 70살.
고희를 코앞에 둔 김훈동 회장은 “노인들이 바쁘면 늙을 틈도 없다”는 농담까지 던지는 등, 늙을 틈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왔다.
10년이 넘게 수원예총 회장직을 맞고 있으며, 지난해 적십자경기지사 회장 직 수락 직전에는 수원시가 화성시와 오산시 등 주변 지자체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시민 협의체인 ‘수원시 광역행정 시민협의회’의 공동대표까지 맞는 등 수원지역의 원로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다 적십자경기지사 회장직까지 맞았으니 김 회장은 이마에 주름이 생길 겨를도 없다.
일부에서는 김훈동 회장의 적십자경기지사 회장 취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김 회장에게서 적십자와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훈동 회장은 학창시절 RCY(Red Cross Youth, 청소년 적십자)활동은 물론 대한적십자사 전국 대의원에 역임하는 등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경기도지사 회장보다 적십자와 큰 연관이 있는 사람이다.
김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현재 RCY의 전신인 JRC(Junior Red Cross)에 입단해 JRC수원연합회 회장과 경기·인천연합회 부회장으로 선출돼 지역사회의 농촌봉사활동, 문맹퇴치활동, 하계야영캠프 등 다양한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또 김 회장은 2008년 RCY경기도위원회 위원과 대한적십자사 전국대의원으로 5년간 활동했다.
특히 학창시절의 적십자 활동은 김 회장의 나눔과 봉사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해 주는 계기가 됐다.
김훈동 회장은 “청소년적십자 단원이 학창시절에 몸에 익힌 봉사의 의미는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적십자 봉사원이 되도록 이끌어 준다”며 “최근 들어 RCY에 가입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RCY 단원을 육성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적십자를 알리는 것은 적십자의 가장 큰 사명인 봉사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라고 자부하는 김훈동 회장.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도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것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김 회장은 “세상의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고 시민들의 알권리가 중요하게 자리 잡은 만큼 과거 당연히 내야하는 줄로만 알고 냈던 적십자회비였지만 요즘에는 납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적십자회비를 내면 북한에다 다 가져다주는데 이런 돈을 왜 내야하고 하는 사람까지 있어 적십자회비가 쓰이는 용도에 대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에 따라 적십자경기지사는 도내 31개 시·군을 모두 구체화 해 지자체마다 해당 지자체에서 납부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해당 지역에서 납부된 적십자회비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얼마나 쓰여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훈동 회장은 “내가 낸 적십자회비가 우리 지역은 물론 전체적으로도 어떻게 쓰였는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회장은 취임한지 6개월도 안 돼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영어 알파벳의 순서를 예로 들어 태어나는 것을 뜻하는 Birth의 ‘B’, 죽음을 뜻하는 die의 ‘D’.
이 두 알파벳 사이에는 ‘C’가 있다.
탄생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이 알파벳 ‘C’가 바로 ‘인생’이라고 말하는 김훈동 회장.
김훈동 회장이 말하는 ‘C’는 선택이라는 뜻의 ‘choice’와 바꾼다는 뜻의 ‘change’다.
김 회장은 “인생은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인 만큼 합리적인 선택을 할 때야 만이 현재보다 더 진보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며 “이런 올바른 선택을 바탕으로 과거부터 이어오던 전통적인 방식 중 존중하고 이어가야 할 것은 고수하고 버려야하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라고 자부했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김훈동 회장이 바로 적십자경기지사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이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밑바탕에는 청소년적십자 활동을 하면서 키울 수 있었던 풍부한 예술적 감각 덕에 문인으로 등단한 예술인으로의 김훈동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은 창조이기 이전에 파괴”라고 말하는 김훈동 회장은 “적십자 역시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지만 버려야 하는 과거의 묵은 때를 파괴해야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탁월한 선택(choice)을 바탕으로 한 변화(change)를 강조한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도내 31개 시·군을 방문한 횟수만 해도 100번이 넘을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적십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있는 조직으로 베풀기 위한 역량을 만들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려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며 “적십자회비를 전해주려는 분들이 계신 곳이면 어디든 갈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낮은 자세 덕분에 김 회장의 행보는 잠시도 쉼이 없다.
최근 안양시의 적십자 봉사자들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김훈동 회장은 모금함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고 직접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선거철을 앞두고 수십명의 예비후보들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아무도 기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훈동 회장은 후보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적십자에 기부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모금을 한 적도 있다.
김훈동 회장은 “적십자사의 모금함은 밖에서 안이 깨끗이 들여다보이는 완전한 투명이다. 정치 역시 봉사의 일종인 만큼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봉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정치인들을 향한 따끔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적십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항상 바쁜 내가 회장으로 앉아있으니 직원들은 더 바쁠게 뻔한데 적십자 직원들의 처우도 더욱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을 느꼈다”는 김 회장.
김 회장은 “옛날처럼 그냥 묵묵히 맡은 일을 하기보다는 우리 적십자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려 도민들이 적십자를 인지할 수 있는 활동에도 나서야 한다”며 “홍보는 혈액과 같으므로 경기도 전 지역에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적십자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많이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돕기 위해 탄생한 적십자의 활동은 숭고한 인도주의 활동의 집합체”라며 “적십자의 목적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인 만큼 경제발전의 양극화로 매년 취약계층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고통 받는 이웃을 직접 찾아가는 적십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훈동 회장이 함께 하는 적십자경기지사는 2014년 희망풍차 프로그램으로 4대 취약계층인 노인과 아동청소년,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및 위기가정 6천400세대에 우수한 교육과 경험이 풍부한 적십자봉사원 1만2천800명이 연 33억원의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은 “적십자사경기지사 회장이라는 직책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인 동시에 보람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봉사를 기본으로 한 적십자 이념을 1천250만 경기도민과 공유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담=최영재사회부장 cyj@
/정리=정재훈기자 jjh2@
/사진=오승현기자 o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