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인공지능의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영상과 음성을 조작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fake)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2017년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자가 유명인의 얼굴을 성적인 영상에 합성한 사건으로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정치적 인물의 조작 영상 등이 등장하며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성적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딥페이크 기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Simulacrum) 개념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현실과 복제물의 경계가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복제물은 원본을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이지만, 시뮬라크르는 원본이 무엇인지조차 흐릿하게 만들며 복제물이 독립된 의미를 갖게 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쉽게 말해, 복제물이 원본을 대신하거나 아예 대체해 버리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광고 속 완벽한 이미지들은 실제 사람보다 더 아름답고 이상화된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이런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그
“인간사회에서 슬픔의 종류는 허다하나, 나라를 강탈당한 망국노(亡國奴)의 치욕, 그 이상 가는 슬픔은 없을 것이며, 기쁨의 종류도 허다하나 잃었던 자유를 되찾은 기쁨이야말로 최고의 환희일 것이다.” 훗날 광복회장을 역임한 독립투사 故이강훈 선생(1903~2003)의 저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사》의 첫 문장이다. 우리 조상들은 1910년 8월 29일 그날을 왜 망국의 상실감으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지독한 분노를 담아서 규정하지 않고, ‘국치(國恥)’라고 여기고 그렇게 말했을까. 그 후 100년도 더 지난 오늘도 우리는 그날을 ‘부끄러움’으로 상기하며, 그날의 조상들처럼 치를 떤다. 힘 없고 가난했지만, 누구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던 사람들이, 아무 때든, 어디서고 편하게 누워서 쉬고 또 일하던 사람들이, 필요한 걸 찾아서 궁핍과 남루를 그럭저럭 감당하며 살던 사람들이, 이젠 그 어떤 일도 맘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처량한 신분은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들이었다. 그 통한(痛恨)의 시간에, 그 가엾은 족속의 눈에는 빈 쌀독과 대여섯씩이나 되는 처자식의 입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우리 식구들이 머지않아 굶어죽겠구나
경기도의 주요 철도사업에 대해 정부가 배정한 내년도 예산안이 태부족해 초비상 사태다. 발표된 안이 경기도 건의액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보완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사업 차질마저 우려된다. 도민을 대표해 국회에 나가 있는 지역 출신 의원들의 역량 집결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게 됐다.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관철하기 위해 일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철도사업이야말로 지역 민생과 직결돼 있다. 경기신문이 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과 경기도가 여야 경기 의원실에 제출한 ‘2025년도 경기도 주요 국비 사업 설명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철도 분야 주요 국비 사업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내년도 철도 분야 주요 국비 사업으로 18건에 1조 6995억 원을 건의했다. 이는 전년도 1조 7317억 원보다 1.9%가 적은 것이다. 이들 18건의 예산안을 집계한 결과 1조 6389억 원(96.4%)으로 90%를 넘었으나 사업별로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이 문제다. 그중 10건의 사업은 건의액보다 크게 적다. 오는 2027년 개통 목표인 도봉산~옥정 광역철도는 건의액(1275억)의 62.3%인
더위로 인해 열 받는 지구 안에서 웃고 살자고 한다면 정신이 외출해 버린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웃어보자고 '강의 유머 기법'을 읽다 보니 '사람을 졸게하는 죄' 라는 테마가 있다. 그 내용이다. 늘 교통법규를 위반하던 총알택시 기사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목사님이 동시에 천국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목사님을 칭찬하지 않고, 오히려 총알택시 기사를 칭찬했다. 기가 막힌 목사님이 그 이유를 물어보자, 하나님이 말하기를 “너는 늘 사람들을 졸게 했다. 하지만 총알택시 기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하나님!”하고 늘 기도하게 했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깨우고 나의 길을 가기 위한 심신의 워밍업으로 이른 아침이면 헬스장으로 달려간다. 가는 길에는 한 대학 생환관이 있고 그 산자락 아래로는 도로가 있다. 그 길 가운데는 양쪽 도로를 지켜주는 분계선에 수십 년 된 플라타너스가 우람하고 듬직하게 줄지어 서 있다. 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삶이 버거웠는지 얼굴에도 몸에도 검은 구멍이 뻥뻥 뚫렸다. 가지는 떨어져 나가고 위로 뻗은 줄기도 꺾어져 버린 그대로이다. 하체만 세월 앞에 당당한 모습이다. 얼마나 처절한 삶이었으면… 하고서 나는 내 삶의 안을
한때 나는 전원주택단지에 몇 년간 산 적이 있다. 단지 안에는 아주 작은 가게가 하나 있을 뿐, 식당이나 마켓이나 문화시설을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했지만 주변이 모두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차할 공간이 넉넉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공원마다 운동기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끊임없이 내 공간을 침입하는 벌레들 때문에 방심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벌레를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레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특히 집을 비운 사이에 내 영역을 활보하거나 점유하고 있었던 벌레들이 인기척에 놀라 쏜살같이 도망가거나 딱 버티고 있을 때에는 머릿속이 뒤엉키고 몸이 얼어붙는다. 그때에는 휴지로 벌레를 눌러 잡는 사람, 책이나 그릇 같은 것으로 살짝 눌러 놓는 사람, 그냥 못 본 체 뒷걸음질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소파 밑으로 숨어들어간 벌레는 내가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 안보이는 곳으로 줄행랑을 친다. 몸을 숨긴 후 어디로 매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나는 소파에 앉는 것을 두려워한다. 벌레들의 전략은 일단 삼십육계, 그들은 진정성 없이 물러서서 일단 나를 안심시킨다. 저리 작은 체구로 지능적인 술수도 없이
지난달 22일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화재가 난 호텔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는 발화 초기에 불길을 잡아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여주는데 부천 호텔엔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스프링클러는 2017년부터 ‘6층 이상의 모든 신축 건물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 호텔은 2003년 지은 건물로 법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숙박시설에 발생한 화재로 인명 피해가 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843건이나 됐다. 매년 370건 정도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5년간 인명 피해는 총 387명(사망자 32명)이었다. 전기한 것처럼 숙박업소의 화재 때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를 키운 경우가 많다. 지난 2018년 1월 서울 종로 여관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여관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같은 해 11월 7명이 숨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영화 ‘딸에 대하여’는 엄청나게 관객이 몰릴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조용히 화제를 얻을 작품이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엉뚱하게 뉴스를 타고 있다. 대전여성영화제와 관련해서이다. 영화의 공식 개봉은 어제(9월4일)였으나 오늘과 내일 이틀간 열리는(9월5~6일) 이 여성 영화 행사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대전 시이다. 시가 지원하는 보조금 1350만원의 반납을 고리로 영화의 상영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대전 시의 주장이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자인 딸이 자신의 파트너를 집에 데리고 들어 오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엄밀하게 이야기 하자면 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딸을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딸의 성 정체성을 새롭게 알게 된, 그래서 자신의 성 인지 정체성에 대하여 새삼 깨닫고 돌아 보게 되는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이다. 담담하고 성찰 적이다. 이런 영화를 동성애 영화라 해서 민원을 제기하고 그 민원을 앞장 세워 영화 상영을 못하게 하려는 것은 나치의 마인드에 다름 아니다. 검열과 폭력이다. 아무리 지금의 세상이 온통 비상식적으로 거꾸
7월 중순 체코 원전을 수주했다는 뉴스가 주요 언론을 도배했다. 7월 17일 저녁 KBS의 뉴스9은 ‘유럽에서 전해진 속보로 뉴스를 시작하겠다’는 앵커 멘트와 함께 기사 세 꼭지를 연이어 보도했다. 사업비만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팀코리아로 경쟁국인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쳤다고 했다.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이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수주를 지원했다는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선일보 18일자 아침 인쇄신문도 ‘유럽서 프랑스를 꺾었다, 24조 체코 원전 수주’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수주액이 최대 40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극소수 언론이 덤핑 수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대부분은 기사에서 사설까지 장밋빛 일색이었다. 미국의 1/3, 프랑스의 1/2 가격으로 입찰했다는 내용은 가격경쟁력으로만 보도했다. 한 달 남짓 지난 8월 24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미국 태클에 걸린 K원전 체코 수출’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수원이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선정됐지만 원천기술을 가진 미 웨스팅하우스사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8월 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으로 구성된 민관 대표단이 미국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산재 예방과 근로자 보호를 위해 작업환경 안전 설비 개선과 확충에 사용할 수 있는 ‘산업재해예방자금’을 신설했다. 산업안전의 가치를 알면서도 예방시설을 갖출만한 재정 여건이 안 되는 기업들에 지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일이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시급한 노력은 이 밖에도 많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현 전략 등 경기도의 산업안전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정책을 대폭 확대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경기도가 마련한 ‘산업재해예방자금’은 총 200억 원 규모다. 2일부터 지원 신청을 받기 시작해 산재 예방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준다. 지원 대상은 사업장의 안전관리 및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산업재해 예방시설을 도입하려는 경기도 중소기업이다. 유해(위험) 기계·기구의 신규 설치 및 교체 또는 작업장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 설비 도입 등을 지원한다. 융자조건은 업체당 5억 원 이내, 융자 기간은 2년 거치 3년 원금 균분 상환으로 총 5년이며, 대출 금리는 경기도 이차보전 지원을 통해 은행 금리보다 2%를 낮게 이용할 수 있다. 지원을 희망하는 도내 중소기업은 경기신보 26개 지점 및
지난 8월 8일 한국독립기념관장이 된 김형석은 지난해 12월 이렇게 말하였다. “1948년 8월 15일에 정부를 세우게 되는 거예요. 거기에서 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되는 겁니다." 한국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된 뒤에도 그는 이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건국되었고,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왜곡하는 것이 뉴라이트 역사관이다. 뉴라이트는 ‘반일종족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반일종족주의는 “친일은 악이고 반일은 선이며 이웃 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반일종족주의를 고발한다”(이영훈외, 『반일종족주의』, 2019)라고 한다. 일본의 식민지배 35년간 한국인을 억압, 착취, 수탈, 학대하였다고 하는 일반적 통념을 거부하면서 뉴라이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숭배한다. 이승만학당(이사장 이영훈)이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철학, 독립운동, 건국업적을 올바로 인식하고...전파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자.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이승만 의장은 “이 국회에서 건설되는 정부는 즉, 기미년(己未年)에 서울
요즘 건물 옆을 지나가다 보면 ‘임대문의’라고 쓰인 현수막을 많이 보게 된다. 분명 예전보다 비어있는 상가가 늘어난 느낌이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최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가 내놓은 한식, 커피, 양식, 호프, 제과점, 패스트푸드, 치킨 등 7개 외식업 현황 분석 결과, 지난해 연말부터 매 분기 폐업하는 매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폐업 점포 수는 프랜차이즈와 일반 점포를 모두 합쳐 지난해 4분기 4606개에서 올해 2분기 5014개로 8.9%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커피전문점을 제외한 6개 업종의 매장 수가 모두 감소했다. 치킨집은 지난해 4분기 5564개에서 5498개로 1.2% 줄었고, 동일 기간 패스트푸드점은 5921개에서 5840개로 1.4%, 호프집은 8598개에서 8220개로 4.4% 줄었다. 반대로 커피전문점은 11만8714개로 0.6% 늘었다. 이는 저가 커피 브랜드가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한식음식점, 제과점, 커피전문점을 제외하고 올해 개업 점포보다 폐업 점포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것은 5%를 차지한 패스트푸드점. 외식업
청소년들의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이미지) 성범죄 오염이 심각하다. 최고 수준의 전자기술 국가라는 특성이 우리나라의 딥페이크 범죄 양상을 세계 최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사생결단 권력 쟁패에 여념이 없는 정부·정치권은 사뭇 늑장 대응이고, 그 틈바구니에서 아이들은 변태 문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악성 바이러스처럼 급속히 퍼지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방책과 교육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차단해내지 못한다면 감당 못 할 ‘대혼란’과 더불어, 나라의 미래마저 그르칠 위험성이 높다. 경기도는 지난달 27일 교육청, 경찰청, 경기도 젠더폭력통합대응단 등과 상황공유와 대응 협의를 위한 회의를 열고 대응단을 통해 불법 영상물 삭제와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수사·법률 지원, 전문심리상담 지원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9월 초 경기도교육청과 협업해 학부모 대상 딥페이크 범죄 대응 관련 교육을 진행해 대응 방법과 피해지원 사항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경기도의회 의원들도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현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사이트 등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했더
졸업앨범은 1학기 중반인 5~6월에 촬영한다. 봄 배경을 바탕으로 야외 사진을 찍으면 자연광의 화사함과 다양한 꽃들이 아름답게 나오고, 너무 덥지 않아서 좋다. 대부분의 학교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 시즌에 졸업앨범 촬영을 마친다. 사진을 찍는 몇 시간 동안은 수업을 할 수 없으니 대다수 아이 모두가 행복해하는 날이기도 하다. 촬영 당일에는 아이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특이한 소품을 준비해온다. 최근에는 장래 희망과 관련된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다. 축구 유니폼과 축구공, 판사복과 법봉, 컴퓨터 키보드와 방송 마이크처럼 직업이 연상되는 물품을 많이 들고 왔다. 수의사가 꿈인 친구는 의사 가운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데려와서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경력 많은 사진 작가님을 만나면 평소 경직된 표정이 대부분이던 아이들의 다채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 작가님이 처음에는 친구야 웃어~ 웃자!를 외치다가 아이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는 데 그치면, 그때부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아이를 웃기려고 노력하신다. 그러다 아이가 폭소하면 그때 연신 셔터를 누른다. 결과물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 한 명이 서 있다. 나이스 정보란에는 아이들 사진이 들어간다
1789년 7월 14일 프랑스의 성난 민중들이 파리의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했다. 세금인상을 위한 형식적인 삼부회에 동원된 평민대표들은 사제들과 귀족층의 일방적인 회의결정에 분노해 민중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의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혁명의 열기는 구체제의 파괴를 명분으로 왕과 왕비를 처형하는 등 극도의 공포정치로 이어졌다. 영국은 프랑스보다 먼저 시민혁명을 달성해 의회정치가 일찍 자리를 잡은 나라였지만 혁명 소식은 바로 전달되었다. 그때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 의회에서 성공한 정치인이었던 에드먼드 버크는 이 사태를 예의 주시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의 여파가 영국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급격한 변혁보다는 검증된 과거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지지했다. 그는 영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프랑스처럼 혁명적 변혁보다도 우수하다는 논지의 글을 썼다. 그 글이 유명한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이었다. 여기서 버크는 보수주의(Conservatism)라는 정치사상을 창조해 냈다. 버크의 보수주의는 결코 변화를 거부하는 사상이 아니다. 한 사회의 문명은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이 결합해서 만들어낸 전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