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한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근무하는 직장에서 나름의 전문성으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했다. 그러나 늘 들려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뒷담화라 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직장 내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마주치기만 해도 ‘저 사람도 내 뒷담화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되도록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며, 점심도 혼자 먹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비단 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종종 듣게 된다. 영국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소문과 뒷담화가 인류 진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위에 대한 정보 교환이 필수적이고, 뒷담화는 그 기능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인간의 언어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또한,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로랑 베규(Laurent Bègue)에 따르면, 성인끼리의 대화 중 약 60%가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대화 중 그 자리에 없는 타인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건강하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종합건설업체와 하도급업체에 대한 노동과 산업안전 근로감독 결과 무려 91%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돼 충격이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강도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지방자체단체에 근로감독권을 위임하고 경기도 등 지자체의 우수 산재예방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관습처럼 굳어버린 종합건설·하도급업체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효율적인 채찍과 당근 모두를 동원하여 길고 야만적 ‘불법’ 문화를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8월 임금체불과 산업안전에 취약한 종합건설업체 10곳의 현장에 대해 실시한 노동과 산업안전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 결과는 심각하다. 감독은 대상 기업의 본사와 이들 기업이 시공하는 50억 원 이상 주요 현장 20곳의 하도급 업체 등 총 69개 업체에서 진행됐다. 감독 결과 91%인 63개소에서 임금체불, 임금 직접 지불 위반, 불법하도급, 산업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 297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도 25곳(중복)에서 위반 사실이 적발돼 2개 사업장은 사법 처리하고, 24개 사업장에는 과태료 1억 1
지난 일요일, 두 달이 넘는 연습 기간을 지나 9일간 10회의 공연을 끝냈다. 공연이 끝나면 언제나 시원섭섭한 감정이 몰려온다. 특히 이번 공연은 30명이 넘는 출연진이 함께한 큰 작품이었다. 무대 위에서 서로를 믿고 내 등을 맡긴 사람들과 이제는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막이 내려오는 순간,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공허가 찾아온다. 연습 기간 동안 우리는 매일 무대에서 부딪히며 서로를 알아갔다. 어떤 날은 호흡이 맞아떨어져 희열을 느꼈고, 또 어떤 날은 답답함과 좌절을 맛보았다. 그렇게 웃고 울며 쌓아 올린 장면들이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됐을 때의 감정은 쉽게 말로 옮기기 어렵다. 열 번째 커튼콜을 마친 뒤, 내 안에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이제 나는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야 할까?” 돌아보면 이런 감정은 배우로서 늘 반복돼 왔다. 처음에는 그 공백이 두려웠다. 연습의 분주함과 공연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나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허전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공백이 단지 공허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아마 누구나 비슷한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시험이나 프로젝트, 큰 행사를 끝냈을 때
정책은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대한 결정이기에 주민 공감대 형성은 정책 정당성의 핵심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정책을 미리 결정한 뒤 주민 반발이 일어나면 뒤늦게 형식적인 주민 공청회를 열어 마치 참여 절차를 거친 것처럼 포장한다. 이는 사실상 사후약방문식 행정행위이며 1960~70년대 관료주의적 행정모형(관치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퇴행적 모습이다. 행정학적으로 이는 ‘관료적 엘리트주의’와 ‘Top-Down 정책 결정 모형’의 전형적인 한계이다. 위에서 정책을 정하고 아래로 하달하는 방식은 주민을 정책의 주체가 아닌 단순한 객체로 취급한다. 이는 현대 행정이 추구하는 ‘참여적 거버넌스(governance)’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민이 정책 과정에서 단순히 불려와 설명만 듣는 구조는 토큰 주의(tokenism) 수준에 불과하다. 아른스타인(Arnstein)의 시민참여의 사다리에 따르면 이러한 공청회는 ‘시민 권한 위임’이 아니라 단순한 형식적 장식일 뿐이다. 진정한 참여는 정책 형성 단계에서부터 집행과 평가까지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공유하는 것에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대표적인 사례가 교도소 유치 갈등이다. 정부
정부가 6·27, 9·7 대책 등 잇달아 내놓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급등하던 수도권 집값과 불어난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실수요자들에게 닥친 후폭풍은 심각하다. 결혼·교육 등 생활상 이유로 주거이동을 계획한 실수요자들의 망연자실은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줄고 대부업 대출신청과 불법 사금융피해도 폭증하고 있다. 순수 실수요자들이 당하는 혹독한 고통을 풀어줄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14일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9월 1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 702억 원으로, 8월 말(762조 8985억 원) 대비 1717억 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156억 원 증가한 셈인데, 이는 8월 하루 평균(1266억 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포함) 잔액은 524억 원이 줄었다. 월 단위 감소가 확정되면 작년 3월(-4494억 원)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반면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1823억 원 늘어 대조를 보였다. 주담대 감소세에는 이례적 규제가 직격탄이 됐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전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일
역사 속 ‘노동’의 기록은 대체로 남성의 현장에서 쓰였다. 전쟁터, 공장, 광산, 철도 위에서의 노동은 굵은 글씨로 남았지만, 집 안에서 이루어진 여성의 일은 오래도록 노동의 이름을 얻지 못했다. 빨래, 청소, 요리, 육아, 간병처럼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일들이 ‘도움’이나 ‘역할’로 축소되었고, 임금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의 바깥에 놓였다. 기록되지 않으니 인정도 따라오지 않았다. 여성의 노동은 사랑으로 치환되었고, 헌신이라는 말 아래 가려졌다. 그러나 가사와 돌봄은 개인의 선의를 넘어 사회 전체를 떠받쳐 온 기반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아픈 이를 돌보고, 가족의 일상을 운영하는 일은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였고, 시장의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숨은 인프라였다. 누군가 출근할 수 있었고, 누군가 가게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돌봄의 그물망 덕분이었다. 페미니즘은 이 ‘보이지 않는 노동’에 이름을 돌려주었다. 특히 제2물결 페미니즘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 선언하며 가정의 일이 곧 공적 노동임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여성은 오늘도 일터에서는 직장인, 집에서는 주부로서 ‘이중 노동’을 감당한다. 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에 소재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기막힌 일이 터졌다. 한국 근로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구금당했으며 일주일 후에야 풀려나 한국에 귀국할 수 있었다.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지 2주도 안 지났는데, 미 이민 당국이 한국 공장을 급습하였고, 이를 큰 성과로 홍보하였다. 충격적인 일이었다. 우리 정부가 한미무역 협상에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시에도 우리 기업이 추가로 15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 후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으며, 관세 협상을 빌미로 미국에 투자를 요구했다. 한국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만큼, 트럼프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불편 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이는 미국 국민에 혜택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범법자로 취급한 미 정부의 행동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연간 불법체류자 100만 명을 추방하겠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가을이 오면 시장에는 알알이 영근 포도가 넘쳐난다. 오늘날에는 캠벨얼리, 샤인머스캣 같은 품종이 흔하지만, 과거의 포도는 귀한 과일이었다. 귀한 손님을 접대하거나 약재로 쓰였으며, 쌀과 함께 빚은 ‘포도주’는 더욱 특별한 술이었다. 우리나라 포도주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540년 김유의 '수운잡방'에는 두 가지 제조법이 기록돼 있다. 하나는 멥쌀로 죽을 쑤어 밑술을 빚고 덧술할 때 포도가루를 넣는 방식, 또 하나는 포도즙과 찹쌀 죽, 누룩을 함께 발효하는 방식이다. 당시 사용된 포도는 산머루로 당도가 낮고 신맛이 강했지만, 쌀로 부족한 당을 보완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농정회요' 등에도 다양한 주방문이 전하며, '동의보감'에는 “산포도로도 술을 빚을 수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학 속에서도 포도주는 등장한다. 고려 말 문인 이색은 '목은집'에서 포도주가 화려한 잔치 자리에 오르는 장면을 노래했고, 안축은 '근재집'에서 시골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세월을 보내는 풍경을 읊었다. 비록 제조법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없지만, 이러한 문학적 단편들은 포도주가 고려 후기 사회에서 이미 귀한 술로 여겨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도서관 참고정간 실에서 책을 읽다 문 닫는 시간에 쫓겨 나왔다. 도서관 옆의 산길을 걷다 도로변 넓은 공터에 이르렀다. 그때다. 내 앞을 턱 가로막고 있는 화물차를 만난 것은. 처음 보는 트럭이었다. 차 뒤에는 적재량이 8900kg 이라고 적혀 있는데 화물차의 길이는 보통 차와는 다른 특장차(特長車) 같았다. 차는 화물을 싣는 공간이 매우 길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몇 십 미터가 되는 소나무는 뿌리를 껴안고 있던 흙을 새끼줄로 동여맨 채 운전수 좌석 위 지붕에 묶여 있었다. 반대 방향의 적재함으로는 긴 소나무가 실려 있었다. 소나무는 몇 백 년을 살아내고서, 지금은 뿌리는 북쪽을 향해 매어 있고 온몸과 함께 머리끝 우듬지는 나무 가지들과 같이 남쪽 적재함 밖으로 넘쳐나 묶여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그 순간에도 푸르고 싱싱하게 제 모습을 지켜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가지 사이로 ‘까치둥지’가 매달려 있다, 아! ‘까치둥지’가 있는 나무를? 마음속으로는 ‘벌 받겠구나’ 싶었다. 까치집이 있는 소나무 가지 앞에 서서 생각해 보았다. 이 나무의 까치들은 어디에서 밤을 새워야 할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서서 걸으며 자연 훼손이 별것인가 이런 것이 자연의 재
지난 1월 경기도교육청은 ‘고등학생 역량 강화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사회진출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372억원을 투입, 도내 고교 3학년 학생들의 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등 학생이 주도적으로 선택한 교육활동과 자격증 취득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1인당 1개 자격에 한해 최대 30만 원까지 지원한다. 대상자는 도내 12만 4000여명의 고교 3학년 재학생들로 운전면허, 어학,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비를 지원한다. 기존엔 실업계고 재학생을 대상으로만 시행하던 사업을 올해부터 일반고, 자율고, 특성화고 등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도 교육청은 학생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실효성을 높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운전학원연합회 등 비영리 단체와의 업무협약(MOU)을 맺어 학생이 보다 쉽게 운전면허와 같은 실질적 기능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임태희 도교육감의 말처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사회 기초역량을 갖추고 자신감 있게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은 맞다. 따라서 역량 강화 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수사·기속권 독점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던 검찰청이 사라진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일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최대 관심은 검찰청 폐지였고, 예상대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명칭을 바꿔 기소권만 행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9월 검찰청은 폐지된다. 1948년 검찰 조직이 만들어진지 78년 만에 문을 닫게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에 대한 조정, 즉 검찰개혁 논의는 수십년 간 이어져 왔다. 그 때마다 검찰 내부의 반발과 국회로 스며든 정치검찰 출신 정치인들의 집요한 반대로 좌절됐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공론화에 나선 것은 김영삼 정부였다. 첫 번째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정부는 검찰권한의 분산을 위해 공수처 설립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으나 하나회 등 다른 개혁과제에 밀리고 검찰 내부의 반발로 결국 포기했다. 김대중 정부는 검찰의 기소독점을 개혁하기 위해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했다. 노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