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휠체어는 단순한 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발’이다.”
비장애인이 신발 없이 집 밖을 나설 수 없듯,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생존권이자 이동권 그 자체다. 하지만 최근 장애를 입었거나 기존 보장구가 노후화되어 새 기구가 절실한 장애 당사자들에게 ‘보장구 처방전’을 받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행정의 편의와 심사의 엄격함이 장애인의 발을 묶어버린 형국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보장구 지원 제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동 휠체어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활동형 수동 휠체어 역시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대다수의 장애 가정에서 이 비용을 오롯이 부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공단은 일정 기준을 정해 전동 휠체어는 188만 1000원, 수동 활동형 휠체어는 9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 금액의 현실성보다 ‘지원받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6년이라는 긴 내구연한 동안 낡고 부서질 때까지 사용해야 하는 고충은 차치하더라도, 지원을 받기 위한 첫 단추인 ‘처방전’ 발행부터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병원 어디서나 처방전 발행이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공단은 무분별한 처방과 부정 수급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발행 요건을 강화하고 심사 기준을 대폭 높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단의 엄격한 잣대가 의료기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혹시 모를 공단의 불이익이나 복잡한 행정 절차를 우려해 처방전 발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입원 환자가 아니면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가 거주하는 용인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일부 대형병원은 이미 예약이 한두 달씩 밀려 있다. 보장구가 당장 파손되어 이동이 불가능한 긴급한 상황임에도, 처방전 한 장을 받기 위해 몇 달을 집안에서 격리된 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적시에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의 불편함을 넘어, 장애인의 이동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공단이 과거의 부적절한 사례들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그 대응 방식을 장애 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풀어내서는 안 된다. 행정의 편의가 장애인의 생명과 같은 이동권을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강력히 제언한다. 우선, 각 지역별로 장애인 보장구 처방전을 전담하여 발행할 수 있는 ‘지정 병원’ 제도를 운영하거나,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공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처방할 수 있도록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발행 요건 완화’도 시급하다.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이동의 도구를 넘어 사회적 참여와 자립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더 이상 처방전 한 장 때문에 장애인이 자신의 ‘발’을 포기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공단은 불신에 기반한 행정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권익을 중심에 둔 수요자 중심의 제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장애인의 멈춰버린 발을 다시 움직이게 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