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어느새 한 풀 꺾이고 들녘의 벼들이 황금빛을 띄기 시작한 것을 보니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온 것을 눈으로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수확의 계절이 와도 마냥 즐거워할 수가 없는 것이 현재 농촌 현실이고, 특히 쌀값 하락으로 인한 걱정과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쌀 예상 생산량은 365만 7천톤으로 쌀 소비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한 신곡 예상 수요량보다 12만 8천톤 많은 수준이다. 이는 11월 15일 쌀 최종 생산량(통계청)에 따라 변동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 생산자단체·산지유통업체 등에서는 등숙기에 지속된 고온과 적은 일조량 등이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 15일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단체 대표 및 학계 전문가등으로 구성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을 살펴보면 첫째, 예상 초과생산량보다 더 많은 총 20만톤의 선제적 격리, 둘째, 벼멸구·수발아 등 피해 벼 매입을 통한 농가손실 최소화 및 저가미 유통 방지, 셋째, 산지유통업체 벼 매입자금 지원을 통한 수확기 농가의 안정적 벼 판매, 넷째,…
가격경쟁력과 왕성한 미끼 상품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알리·테무 등 차이나커머스의 어린이 제품이 유해 물질 범벅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경기도가 실시한 중국 온라인 플랫폼 판매 어린이 제품 안전성 검사 결과 절반 이상이 국내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당국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국산 어린이 제품을 즉각 퇴출해야 한다. 경기도는 최근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을 통해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 중인 유아용 아동용 섬유제품, 스포츠 보호 용품, 일반완구, 봉제 인형, 장신구 등 총 5개 품목 70개의 어린이 제품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53%에 달하는 37개 제품이 국내 안전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는 섬유제품 15개 중 11개(73%), 스포츠 보호용품 10개 중 10개(100%), 일반완구 15개 중 7개(47%), 봉제인형 15개 중 3개(20%), 장신구 15개 중 6개(40%)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허용치를 크게 초과하거나, 물리적 안전 기능을 하지 못하는
10월의 한낮에 길을 걷는다. 해를 마주하고 풀밭 길을 걸으니 앞산 가을구름 한가롭고 햇살은 다사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콧노래로 불러본다. 사랑하는 딸이 입시를 앞두고 학원에서 공부 할 때다. 나는 퇴근해 딸을 응원할 겸 미술공부를 하겠다고 스케치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해 가을 10월이었다. 학원 밖 팔달로 네거리 악기점에서는 축음기에 연결된 대형 스피커를 가게 문 밖으로 내놓고서 욕심껏 틀어대고 있었다. 감정이 무뎌질 나이지만 껴안고 사는 슬픔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에서, ‘나를 울려요’라는 가사가 가슴에 각인되면서 눈물 대신 꿈을 위한 슬픈 에너지가 가슴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역 감정 같은 것을 느꼈다. 베토벤은 찬물을 머리에 부어가면서 머리를 일깨워 ‘걸작의 숲’을 완성하고 ‘고난을 통해서 환희로’의 교향곡(운명)을 작곡했다고 한다. 쓸데없이 슬프다고 입버릇처럼 뇌까릴 일이 아니다.…
1년.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본격화한 지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미국산 무기에 아이들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보았다. 백기를 든 민간인이 즉결 처형당하는 것을 보았다. 점령군의 대피 명령에 따른 피난민의 행렬이 폭격당하는 것을 보았다. 병원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점령군이 지정한 ‘안전 구역’의 막사에서, 피난민들이 산 채로 불태워지고, 환자 곁을 지키던 의료진이, 진상을 알리던 기자가, 구호품을 전달하던 유엔 직원이 몰살당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절멸 수용소’로 만들어, 총인구의 1퍼센트를 체계적으로 말살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도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포화 속에 기아와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구호품을 기다리다 살해되고 구호품에 깔려 살해되었다. 작년 10월 7일 직후 이스라엘은 16년 동안 이어온 가자지구 봉쇄를 전면화했고, 가자지구 주민들 ‘인간 동물’이라 부르며 물과 음식, 의약품, 전기, 연료의 반입을 차단했다. 혼자 살아남아 마취제 없이 절단 수술을 받은 아동들은 돌아갈 집이 없고, 이스라엘의 강제 대피 명령에 따라 이동할 수 없는 환자, 장애인
인천광역시 문학산성(文鶴山城) 보존·복원의 필요성이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4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고 경기신문(17일자 인천판 1면, ‘문학산성 보존·복원… 예산 부족에 4년째 ‘답보’)이 보도했다. 인천시가 문학산성 보존·복원을 계획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예산 문턱에 가로막혀 보존·복원 시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시가 진행한 문학산성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150억 원이다. 인천시가 이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문학산성은 높이 213m의 문학산 정상부분을 둘러쌓은 테뫼식성으로 백제시대의 석축산성이다. 추정 성벽 전체 길이(637.7m) 중 현재 남은 구간은 240.4m다. 이 중 65%는 미추홀구 문학동, 학익동에, 35%는 연수구 연수동에 있다. 이 성은 ‘미추홀 고성’, ‘남산성’이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동사강목’과 ‘여지도서’에는 문학산에 백제 미추왕의 도읍지로 돌로 만든 산성의 터가 있고, 성안에 비류정이라는 우물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1997년 문학산성에 대한 지표조사에서 백제의 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고고학적 연구 성과가 나와 학계에서는 백제…
ChatGPT에게 ‘해와 달의 고향’을 질문하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해와 달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주로 시적이거나 서사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여러 문화와 신화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신화에서는 해와 달이 형제자매로 묘사되기도 하고, 각각의 신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답변에서 ‘해와 달을 형제자매로 묘사’ 했다는 것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언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녀에게 줄 떡을 구해 산을 넘어오던 아낙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기망하다가 결국 잡아먹는 호랑이. 그 호랑이가 아낙의 옷을 입고 그 자녀인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려 하고,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간 오누이가 우물에 비쳐 호랑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오누이는 하늘에 빌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고, 쫓아가던 호랑이는 동아줄이 끊어져 수수밭에 떨어져 죽었다는 전래동화. 이 신화 같은 전래동화의 배경이 됐던 마을은 어디일까? 가평군에 그 마을을 자임한 마을이 생겼다. 청평면 상천(上泉)4리 감천(甘泉)마을이다. 상천의 옛 지명은 감정(甘井), 즉 달콤한 우물이다. 우리나라 지명에 호랑이 ‘호(虎)
‘콜포비아’라는 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히 사용된다. 콜포비아는 타인과 전화하는 것에 대해 긴장,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초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주제로 조사했던 2022년에 30.0%였던 수치를 감안하면 매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5명 중 2명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콜포비아의 흔한 증상으로는 ‘전화 받기 전 높은 긴장감·불안(68.3%)’,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음(54.2%)’, ‘전화 통화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48.7%)’,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의 신체 증상(23.4%)’ 등이 있었다. 또한,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메시지 앱 등 텍스트’가 73.9%였으며, 전화통화는 11.4%로 나타났다. 이렇듯 점점 대면이나 전화로 하는 직접적인 소통보다 문자메시지,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람 간의 소통은 감정이 잘 전달되어야 원활할 수 있는데, 문자메시지는 그런 면에서 다소 한계가 있다.
경기도 미니태양광 설치 지원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은 가깝게는 국민의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지만, 크게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세계적인 클린에너지 캠페인과 직결된다. 그동안 태양광 사업에 앞장서 온 경기도는 내년부터 공동주택 옥상 등 공용부 태양광 시설 지원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큰 성공으로 아직 국제 평균에 못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클린에너지 사업을 선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경기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가구 1발전소’ 미니태양광 사업을 통해 모두 6천941가구에 3천409㎾ 용량의 미니태양광 설비 설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발코니·지붕 등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서 축구장 5개 면적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셈이다. 경기도는 2030년까지 10만 가구에 주택 태양광 설치를 목표로 ‘전력 자립 10만 가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1가구 1발전소’ 미니태양광 사업은 도비 40%, 시·군비 40~50%의 보조금 지원과 일부 자부담을 통해 내 집을 발전소로 만드는 사업이다. 870W 발전 용량의 미니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설치비 180만원 중 36만원만 자부담하면 된다. 시간당
우리 글로 된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혹자는 월드컵 우승만큼의 쾌거라 한다. 정말 축하할 일이고 대한민국 만세다. 지난 주 스웨덴으로부터 들려온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온 국민을 기쁘게 했다. 온통 부정적인 지표와 소식들만이 쏟아지고 있어 침체할 대로 침체한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다시금 부활케 하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의 대표 작품이 [소년이 온다]란다. 몇 년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서가에서 뽑아 읽어 보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었다. 한 소년의 처참한 죽음을 통해서 드러나는 1980년의 잔혹한 진실 그리고 남은 자들의 처절한 트라우마까지 숨을 참으며 읽기 힘든 대목이 한두 줄이 아니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이보다 더 잔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한강 작가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는 고상한 해설은 차치하고라도 그의 작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적 표현이자 너무나 솔직한 독백이다. 이제 밝혀지는데 주인공 소년인 동호는 실
로라 베이츠의 ‘인셀 테러’(위즈덤하우스, 2023)에서 소개된 미국 인셀들의 혐오표현의 사례들은 충격적이다. 일례로, '백인 샤리아'라는 표현이 대안 우파 웹사이트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 백인 남성이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이슬람 원리주의식 주장을 자기식대로 차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42면). '백인 샤리아'는 그나마 “온건한" 편이고 더욱 "과격한" 표현들이 많다. 독서를 마치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혐오표현을 형사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한가하게 들린다. 그런데 ‘인셀 테러’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매력자본’(민음사, 2013)의 저자 캐서린 하킴 박사조차도 "선정적이고 매우 여성혐오적인 주장"의 주범으로 단언한다. 하킴 박사의 논증 중 상당수가 오류이거나 편향에 기초했을 수 있고(반박되는 것이 사회과학의 숙명이다), 결론 중 상당수가 여성혐오적일 수도 있다. 학술적 권위와 형식을 갖춘 혐오표현의 해악이 더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도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바로 이 때문에 ‘여성혐오'나 ‘혐오’가 곧바로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되기에 부적당하다. '백인 샤리아'에도 적용되고 하킴 박사의 학술적 오류에도 적용되는 광범위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혐오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