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수원역에서 양주시 덕정역을 이을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의 착공이 1년 이상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데 대한 비판 민심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GTX-C노선의 올해 5월 말까지 예산 집행률은 고작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가뜩이나 경기 북부지역의 낙후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는 시점에 GTX-C노선의 조기 착공은 시급한 현안이다.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속한 착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양주 덕정역~수원역 간 86.46㎞를 건설하는 GTX-C노선은 총사업비 5조 6591억 원으로, 지난 2023년 8월 실시협약을 거쳐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회 추경안에 올해 본예산보다 300억 원이 증액된 637억 6900만 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본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건설보상비로 올해 하반기 보상을 추진할 82필지에 대한 추가 소요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5월 말까지 GTX-C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교부 현액 265억 6700만 원 중 집행은 9300만 원에 불과해 실집행률은 0.4%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부 현액은 올해 본예산(337억 6900만 원) 중 실제 사업을 위해 국가철도공
'정조실록' 1794년 4월 2일에 “금천(衿川)에 행궁(行宮)을 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금천은 임금이 머무는 행궁이 있는 고을이 되었기 때문에 다음 해 2월 1일에 지방관을 종6품의 현감에서 종5품의 현령으로 올려주었고, 고을의 이름도 옛 이름 중 하나였던 ‘이제부터 흥한다’는 뜻의 시흥(始興)으로 바꾸었다. 시흥행궁의 완성은 화성행궁-현륭원 가는 길을 과천길에서 시흥길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결과다. 그런데 과천길에 비해 시흥길은 돌아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멀다. 경기도의 남서부, 충청남도, 전라도, 경상도 서남부의 사람들이 괜히 시흥길이 아니라 과천길로 서울을 오간 것이 아니다.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서울로부터 화성행궁과 현륭원까지 과천길이 각각 70리와 90리인데 반해 시흥길은 80리와 100리로 10리가 더 멀게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흥길로 바꾼 이유를 경기감사 서영보는 이렇게 말했다. “현륭원에 거둥할 때의 길가에 있는 지방 가운데 과천 지역은 고갯길이 험준하고 다리도 많기 때문에 매번 거둥할 때를 당하면 황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중략)… 여러 차례 편리한 방도를 생각해보라는 명이 있었기에 전후의 관찰사들이 모두 금천으
나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 지역에 살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산지도 벌써 20년이 넘어선다. 그러고 보니 지나온 삶의 약 1/3을 보낸 셈이다. 용인은 도시와 농촌이 병존하는 도농복합공간으로, 주거 인구수가 100만 명에 달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과 비슷하다. 용인시의 한 행정구역인 수지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으로, 직장생활을 마친 노년층이 다수 살고 있다. 나 역시 그중의 한사람이다. 용인 사람들은 서울시민의 기준에서는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감수해야만 하는 다소의 불편함과 애로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경조사 참석과 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 나들이를 할 때 겪게 되는 교통난이다. 즉 교통체증으로 답답함을 느끼거나 대중교통 환승에 따른 불편함과 시간 소비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산증식이 되지 않는 것도 이따금 나타나는 가슴앓이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이런 불편함과 고충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선 숲이 많아 공기가 상대적이지만 맑고 깨끗한 편이다. 여기서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사시사철 창문을 열어놓고 살 수 있다. 한여름에도 창문만 열어놓으면 그나마 청량한 바람을 느낄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지난 5월 지역균형 발전 사업 평가 위원으로 경기 북부 ‘삼천(동두천, 포천, 연천)’을 방문하였다. 프리미티브한 대자연이 펼쳐진 이곳에 발을 디디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손상되지 않은 자연, 신선한 공기, 풍부한 먹거리, 사람이 살기에 이 보다 좋은 곳은 없으리라.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큰 병원과 문화시설이 빈약하다는 것. 이 점만 잘 보완하면 ‘삼천’은 지상낙원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의료 시설은 원격 진료센터를 설치하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저밀도 지역의 부족한 의료시설을 원격 진료센터 설치로 보완 중이다. 프랑스는 2001년부터 이 방식을 추진해 왔지만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2018년 오메디스(Omedys)라는 회사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두 전직 응급의학과 의사가 원격 상담 전용 진료실 두 곳을 오픈한 것이다. 금상첨화로 이해 9월부터 원격 진료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고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바야흐로 원격 의료의 시대가 시작됐다. 원격 의료는 병원 응급실의 부담을 덜어주고 특히 시골, 교외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 준다. 또한 환자와 의사의 진료 시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모든 화두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AI가 아닌 그 무엇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여유조차 쉽지 않다. 쏟아지는 새로운 개념, 기술, 서비스 등을 쫓아가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이나 크기는 가늠조차 어렵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 전망이 며칠 사이 겸연쩍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언급이 잦은 소버린(sovereign) AI는 한동안 우리 AI 산업 전반의 가늠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네이버에 따르면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그 국가나 지역의 제도, 문화, 역사, 가치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AI”다. 이를 판단하는 합리적 기준은 “기술적 자립 여부보다는 해당 국가가 사용하는 AI에 자국의 가치관과 윤리, 문화적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해당 국가의 이익과 존속을 지켜낼 수 있는지”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AI 분야의 세계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AI 시장 점유율, 투자 및 인프라 비율, 특허 비율은 절대적이다. 이들이 어떤 국가, 어떤 언어를 중심으로 데이터 학습을 했는지는 뻔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안타깝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마약 범죄가 급증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됐다. 최근에도 태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5억 원 상당의 마약을 들여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 16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 6㎏과 대마 5.2㎏을 밀반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1월엔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이 필로폰 약 74㎏ 밀수 범행을 저지르다가 검거됐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경찰·관세청 고위 간부 등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 10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과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합동수사팀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대검찰청이 펴낸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2년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1만 8395명이었는데 2023년엔 2만 7611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마약 범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20∼30대가 전체의 50% 이상이다. 청소년들의 마약 범죄도 심각하다. 10대 마약류사범은 2021년 450명에서 2023년 147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막말’이란 말의 의미 정체(正體)는 무엇일까. ‘막’이란 접두어는 ‘함부로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막가파’, ‘막가자는 거냐?’, ‘막되어 먹은 놈’ 등의 ‘막’이 바로 그것이다. ‘막’에는 ‘거칠다’라는 뜻도 있다. 막걸리는 ‘막’(거칠게)과 ‘거르다’가 합성된 말로, ‘거칠게 걸러낸 술’이라는 뜻이다. 막말은 함부로 거칠게 해 대는 말이다. 나쁜 말, 맞다. 또 ‘막’은 ‘밑바닥’, ‘낮은’ 등의 뜻도 있다. ‘막장 인생’이 ‘밑바닥 인생’으로, ‘막노동’이 ‘별다른 기술 없이 몸으로 감당하는 밑바닥 등급의 노동’으로 통하는 데서, ‘막도장’이란 말이 ‘임시변통의 상황에서 아무렇게나 만든 값싼 도장’이었던 데서, 막말의 숨은 의미소를 볼 수 있다. 막말은 말의 품격으로서는 밑바닥 수준의 말이다. 나쁜 말, 맞다. ‘막’은 ‘끝’, ‘마지막’ 등의 뜻도 있다. ‘막차’란 말이 ‘마지막 차’를 일컫는 데서, ‘막내’가 ‘맨끝의 자식’을 뜻하는 데서, ‘막판’이 ‘마지막 판’임을 나타내는 데서, ‘막다른 길’이 ‘길이 끝나는 곳’임을 뜻하는 데서 ‘막’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막’에는 심리적으로 ‘마지막 의식’이 숨어 있다. ‘마지막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