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2025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은 헐리우드 중심의 글로벌 콘텐츠 질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흥행 성과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의 정서와 문화 규범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필자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때 시청률 80%를 넘기던 현장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2천년대 초 주몽, 허준, 대장금, 선덕여왕으로 대표되는 사극을 통해 형성된 신뢰는 이후 꽃보다 남자와 같은 하이틴 로맨스물로 확장되며 청소년층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중동의 어느 나라에 방문했을 때 허준 돌풍 후에 주몽과 선덕여왕이 동시간 대에 방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남성들은 주몽을 보고 싶어했고, 여성들은 선덕여왕을 보고 싶어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아내들이 드라마도 마음대로 못 보느냐며 항변하자 TV를 더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류가 오락을 넘어 사회적 소비 현상으로 확장된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이슬람 문화권의 방송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 제작하는 영상의 콘텐츠는 수준과 재미가 부족했고, 반면 해외 콘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똥을 누고 오줌을 쌉니다. 혹시 눈길이 마주칠까, 차창 너머를 살피며 생리현상을 해결합니다. 그렇게 모멸과 수치를 견뎌야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아니 현실입니다. 철도 기관사들은 그렇게 열차를 운전합니다. 새해가 열렸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2026년 1월 12일, 오늘도 그들은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운전석을 비울 수 없어서,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달리는 열차 운전실에서 볼일을 봅니다. 볼일을 보는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없습니다. 열차에는 ‘데드맨 스위치’가 있어서, 기관사가 5초 이상 핸들에서 손을 떼면 스스로 멈춰섭니다. 의식을 잃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기관사에게 벌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볼일을 봐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화장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소지하는 게 ‘에티켓 백’입니다. 고상한 용어 같지만 별것 아닙니다. 에티켓 백 안에는 휴대용 접이식 좌변기가 들어있습니다. 접이식 캠핑 의자처럼 생겼는데,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그 휴대용 좌변기를 가방에서 꺼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똑같은 참전용사인데 단지 거주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각기 다른 보훈수당을 받는 해묵은 차별문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불합리다. 김현정(민주·평택병) 의원이 7일 국회에 대표발의한 ‘보훈 격차 해소 3법’이 비로소 이 창피스러운 현실을 타개해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용사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예우를 차별받는 현실은 언어도단이다. 차제에, 문제점을 말끔히 해소할 혁신방안이 도출돼야 할 것이다. 김현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훈 격차 해소 3법’은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참전유공자법’,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은 국가보훈부장관이 지자체 수당 지급 기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이 가이드라인은 단순 권고에 그치지 않도록 국가가 각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준수 실적을 고려해 수당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차등 보조할 수 있는 실효적인 장치를 구축해놓고 있다. 현행 국립묘지법상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은 참전유공자나 장기복무 제대군인, 30년 이상 재직한 경찰·소방공무원 등으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라며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야 한다”고 말 한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의 이전’을 뜻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 장관의 발언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과 지산지소형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지역과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관련 업계의 우려 역시 높다.(관련기사: 경기신문 5일·7일자 1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 불씨에 정치 쟁점화’ ‘용인 반도체 전면 재검토를’) 사실 이전론은 김 장관 발언 이전에도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10일 ‘K-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달라”고 하자 전라북도 국회의원과 도의회, 시·군의회, 시민·농민단체 등이 나서 용인 국가산단·클로스터 재검토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RE10
대중문화 산업에서 '재능'이라는 단어는 종종 모든 허물을 덮어주는 만능 치트 키로 활용된다. 할리우드의 아미 해머나 에즈라 밀러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들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범죄와 스캔들로 대중에게 배신감을 안긴 수많은 스타의 사례는 늘 기묘한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스크린 위에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한 흡인력,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수익은 자본의 논리 앞에서 도덕적 흠결마저도 '값비싼 개성'으로 치환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 그들이 가진 대중성이라는 자산이 과연 타인의 고통과 사회적 공정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기어이 지켜내야 할 절대적 가치인가? 그동안 업계는 '작품은 작품으로만 보아야 한다'라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하지만 현대 대중문화는 순수 예술과 달리 대중의 지지와 정서적 유대를 자양분 삼아 작동하는 상업적 시스템이다. 배우의 인지도는 곧 권력이며, 우리가 지급하는 관람료는 그 권력을 유지해 주는 물리적 기반이 된다. 범죄를 저지른 배우의 작품을 비판 없이 소비하는 행위는 단순히 콘텐츠를 즐기는 행위를 넘어, 그가 저지른 악행이 시장 가치라는 장막 뒤로 숨을 수 있도록 은신처를…
공동주택 하자 소송에서 타일 하자는 거의 모든 사건에서 다루어지는 쟁점입니다. 특히 벽체타일의 경우,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른 부착강도 기준(0.39MPa 또는 4kgf/㎠) 미달 시 하자로 판단하는 것이 실무상 확립되어 있으며, 그 보수비용은 주로 타일 뒤채움 부족의 정도에 따라 모르타르 주입 또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비용으로 산정됩니다. 그러나 바닥타일의 경우, 중력의 영향으로 탈락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벽체타일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바닥타일의 부착강도 부족 역시 벽체타일과 동일한 기준(0.39MPa)을 적용하여 하자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법원은 건축공사 표준시방서가 벽체와 바닥을 구분하지 않고 접착력 시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바닥타일의 부착강도가 부족할 경우 들뜸, 파손 등이 발생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기능상, 안전상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한편 시공사는 바닥타일이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적인 강도 저하가 발생하거나 입주민의 사용에 따른 부착력 약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법원은 이러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낙엽 쓸리는 소리에 고향집 마당과 어머니가 생각났다. 서재로 돌아와 2000년도에 발행한 나의 시집 '태양의 이마'에서 '젖과 꿀이 흐르던 시절'이란 시를 펼쳤다. ‘그을음 꺼멓게 오른/ 처마지붕 위로/ 저녁연기 피어오르고/ 고드름 팔뚝 같이 매달려/ 낙숫물 소리 여위어 갈 때/ 어머니/ 솜저고리 꺼내 입고/ 질화로 곁에서 바느질할 때/ 아랫목/ 이불속으로 파고들던/ 철부지의/ 어릿광대짓/ 당시는 몰랐다/ 젖과 꿀이 흐르는 시절인 것을’ 창 밖엔 지금도 바람 소리가 가시지 않는다. 겨울바람과 눈 속에서 겨울나무와 식물들은 어떻게 살아낼까 싶다. 나무에게는 두 번의 삶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삶은 나무 자체의 삶이고, 두 번째 삶은 목재로 쓰인 뒤의 삶이다. 일본의 법륭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라고 하는데 무려 1300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노송나무 기둥도 1300년이 되어 수령은 2000년쯤 되는 나무를 기둥으로 쓴다고 했다. ‘천년 거목’의 공통점은 모두 야생이라는 완전경쟁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온갖 풍상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단단함을 갖춘 결과물이다. '생전에 남긴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이라는 책에서는 대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