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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재래시장] 광주 경안시장

 

훈훈한 人心 사고파는 情겨운 장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죠. 우리 경안시장은 언제까지나 사람 냄새 가득한, 훈훈한 정이 넘쳐흐르는 시장으로 남을 겁니다.” 광주시 중심가인 경안동 38-3 일원에 위치한 경안시장은 1만951㎡의 규모에 130여개의 점포가 밀집된 명실상부한 광주시 지역경제의 근간이다.

이곳은 현대화 시설을 갖춘 여느 시장들처럼 눈길을 끄는 볼거리는 없지만 지역과 함께, 시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인들의 열정만큼은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 2005년 8월 구성된 경안시장 상인회(회장 최현범)는 시장 활성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톡톡 튀는 기획력과 뚝심 있는 추진력은 인근 지역 상인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정도. 때문에 발대 당시 50여개 점포로 시작된 상인회 가입 점포는 현재 85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안시장 상인회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재래시장의 풍물을 보존, 전승하기 위해 3년 전부터 해마다 ‘장터거리축제’를 개최하는 등 소비자와 함께 하는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이마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잠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현재 추진 중인 다양한 시장 활성화 대책만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그 어떤 대형유통마트가 들어선다하더라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특히 전국의 유명 재래시장을 벤치마킹해 구상해낸 쿠폰제, 할머니장터, 주말 벼룩시장, 공동구매·공동배달제 등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경안시장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경안시장은 지난해 8월, 광주시에서 유일한 인정시장으로 등록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비가림(아케이드) 시설을 비롯한 다양한 현대화 시설을 갖출 수 있는 국비지원을 받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와 발맞춰 광주시에서도 지역의 대표시장인 경안시장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등 시장경기 활성화를 위한 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동네마다 대형마트와 할인점이 홍수를 이루는 요즘, 옛 장터의 넉넉함과 푸근한 인심, 정겨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경안시장 상인들은 오늘도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새벽 공기를 가르고 있다.

 

“대형마트와 경쟁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 관점 새로운 서비스 제공”

   
 
  ▲ 최현범 상인회장  
 
“아무리 큰 대형마트가 쳐들어와도 겁날 것 하나 없습니다. 우리 경안시장은 아직 꺼내지 않은 비밀카드가 무궁무진하거든요.” 올해로 6년째 ‘경안시장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최현범 회장은 침체된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수시로 재래시장 활성화에 성공한 전국 각지의 시장을 찾고 있다.

 

그는 “재래시장이 죽고 지역상권이 죽는다고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시간이 흐르고 영업성만 보장된다면 대형마트는 자연히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급변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발맞춰 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형마트 입점에 대비해 경안시장은 쿠폰제, 할머니장터, 주말 벼룩시장 등을 도입하고 인터넷쇼핑·홈쇼핑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주부들을 겨냥한 공동구매·공동배달제도 등을 구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러나 경안시장 고유의 멋은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2~3년 뒤면 현대화 사업을 통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되겠지만 푸근한 정과 따뜻한 인심이 넘치는 장터의 모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광주의 색을 꼭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꼭 한 번 찾아오고픈 시장을 만들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경안시장의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잊지않고 찾아온 단골 있어서 지난 56년간은 행복했었다우”

   
 
  ▲ 문예자 상인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단골들한테 고마워서라도 단 하루도 못 쉬어.” 문예자(78) 할머니는 지난 56년간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경안시장을 지켜왔다. 18살 때 강원도 철원에서 광주로 시집을 와 22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경안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문 할머니는 3년 전까지는 직접 상추, 열무, 오이 등 각종 채소들을 하우스 농사로 지어 내다 팔 만큼 건강했다.

 

“늙어서 귀도 안 들리고 몸도 많이 불편해. 이젠 죽는 날까지 이대로 편히 장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 다섯 아들은 물론 맏아들의 손주들까지 모두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문 할머니는 “돌이켜보면 어린 나이에 시집와 참 고생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잘 자라준 아들들과 손주들을 보면 그간의 고생은 그저 보람으로만 느껴질 뿐”이라고 말했다.

 

상인들 중 가장 연장자이기도한 문 할머니는 젊은 상인들의 귀감이 될 정도로 상인회 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 연말에는 상인회 회원 40여명이 태안으로 자원봉사를 간다는 소식을 듣고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만원짜리 지폐를 모아 10만원을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직접 가지 못하니까”라며 수줍은 듯 말끝을 흐리는 문 할머니의 순박한 미소 속에서 대형마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넉넉한 인심과 훈훈한 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