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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제한 법으로 강제 vs 실효성 검증 필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제한 조례를 놓고 법원의 위법 판결이 내려지면서 ‘골목 상권’ 보호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센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단 법원의 판단은 절차상의 위법성으로 인한 영업제한처분 취소판결이지만, 이미 도내의 수원·성남·인천 부평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군포와 창원·전주·서산·여수·속초 등의 경우 가처분신청 결과도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유사 판결여부에 귀추가 모아진다.

대형마트는 개별 매장의 영업제한을 풀려면 이들 자치단체 전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여야 한다.

■ 추가 소송 vs 판결 불복=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제기한 첫 판결이다.

이번 소송을 낸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에브리데이리테일, GS리테일 등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조례가 불법’이라는 유통업체 측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함으로써 강동·송파구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의 조례까지 무효화시킬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미 수원·성남시, 인천 부평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군포·창원·전주·서산·여수·속초 등을 상대로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까지 내놓은 상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분위기였는데, 숨통이 좀 트였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지자체를 대상으로 추가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고, 이에 맞서 해당 지자체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에 나설 태세여서 ‘줄소송’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강동·송파구는 법원 판결에 대해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는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상급법원에 항소해 법리적인 판단을 받아보겠다”, “영업제한 조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상황에서 뒤늦게 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현재 도내에서도 수원, 성남 등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군포 등지의 가처분신청 결과도 앞두고 있어 유사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간단치 않게 됐다.

자치단체의 항소 방침과 함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중소상인연합회 등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이들은 24일 영업을 재개한 이마트 강동구 천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을 규탄했다. 참여연대는 국회에서 의무휴일제 관련 입법청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전국재래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지방의회는 법에 맞게 조례를 개정하고 지자체장은 거치지 않은 절차를 거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 지정 처분을 다시 내리면 되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와 공정한 경제, 상생과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유통대기업들은 자숙해야 하고, 공익적 취지를 존중한다면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존 의무휴업 조치를 자율적으로라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22일부터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의 의무 휴무가 시작되면서 이마트의 경우 전체 145개 매장 가운데 105개, 홈플러스는 129개 중 109개, 롯데마트는 96개 중 67개 매장이 24일 하루 동안 의무휴업을 실시했다.

■ 정치권, 대형마트 영업제한 “지속 추진”= 정치권은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에 나서는 등 지속 추진입장에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 김영환(안산 상록을)·이언주(광명을) 의원 등은 24일 서울 강동·송파구의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에 대한 법원의 위법 판결이 중소상인 보호라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며 이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은 조례 제정 절차상 문제에 대한 판결로, 법원도 대형마트 영업제한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인정했다”며 “조례에 맡길 게 아니라 법으로 강제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이번 판결을 호도하고 악용해 국회의 입법취지와 정신을 훼손하려 하거나 유통산업발전법 무력화를 시도할 경우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SSM규제와 중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를 인정한 판결인데도 대형마트와 일부 언론이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별 지자체 등은 조례의 위법성 여부나 문제점에 대해 점검해야 할 것이며 이를 빌미로 대형마트 등에서 소송을 남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상생 보완할 대안은?= 법원이 처분의 절차를 문제로 삼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들은 그러한 문제점을 없애고라도 영업제한 처분을 지속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련 조례를 유통산업발전법에 부합하도록 고치고 공익적 측면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절차에 따라 적정한 처분을 다시 할 수도 있다.

지자체가 영업제한을 계속 강행하고 대형마트·SSM이 이에 맞서 전국 120여개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소송 도미노’는 양측에 모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양측이 타협책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공방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은 유통업계도 지자체도 원치 않는 상황일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상생의 보완책을 함께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조례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했지만 유통업계는 ‘정당성은 있는지 몰라도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법적인 절차에 신중을 기하고 실효성도 검증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다.

또 이번 판결이 영업규제로 인한 고용 감소, 농가·협력업체 등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한 등 부작용에 대한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유통업체 모임인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강제 휴무에 따른 소비자 불편과 소비위축 현상 등 부작용이 부각되고, 당초 기대만큼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보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 등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자체들도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 마녀사냥식 행정을 되돌아보고 개선점을 강구해야할 것”이라며 “지자체와 대형마트·SSM이 협의해 휴무 날짜와 횟수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이른바 ‘탄력휴무제’ 등 여러 대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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