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의 수택고등학교가 초대형 태풍 ‘볼라벤’으로 국가 차원의 재난위기 대응속에 코 앞에 닥친 태풍의 제주 상륙에도 불구, 학생들의 제주도 수학여행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의 수학여행 강행방침에 반발하면서 자녀들을 참여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학교의 ‘무책임 행정’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수택고교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2학년 446명과 인솔교사 22명 등 총 468명이 제주도 수학여행을 실시했다.
수택고 수학여행단이 김포공항을 통해 제주도로 출발한 지난 27일은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제주도 인근 해상을 지나고 있어 당초 계획했던 2박3일간의 수학여행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 것은 물론 태풍에 따른 돌발적인 안전사고 발생도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택고는 27일 아침 7시10분 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장교사 회의를 열어 “여행사의 괜찮다”는 말만 들은 채 수학여행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뒤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복장을 철저히 해 달라는 내용의 단체문자까지 발송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참가시키지 않기로 결정, 7명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않았다.
제주도가 ‘볼라벤’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28일에는 당초 성읍민속마을을 견학키로 계획됐으나 비와 강한 바람으로 취소되면서 학생들이 숙소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등 태풍 피해를 무시한 학교의 일방적인 수학여행 강행으로 인해 1인당 31만여원의 비용을 부담한 학생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학부모 김모씨는 “몇년 만에 오는 강한 태풍으로 나라 전체가 비상대응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학교측이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수학여행을 강행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재해가 예상될 때는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했어야 하는게 마땅하다”며 “학교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재경 수택고 교장은 “올해 초 수학여행에 필요한 항공권과 교통편, 숙박시설 등을 예약했기 때문에 취소가 어려웠으며, 태풍이 28일에 제주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돼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비 때문에 진행하지 못한 일정에 대한 환불을 하겠다. 사고 없이 무사히 수학여행을 마쳐 다행이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