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동부경찰서 동백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신(46) 경위는 지난 27일 오전 2시5분쯤 다급한 목소리의 한 남성으로부터 신고를 받았다.
용인시 기흥구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신고자 이모(41)씨는 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경찰관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김 경위가 신고자와 함께 서둘러 불이 난 11층으로 올라가 보니 이미 현관문 사이로 검은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상황이 긴박하다고 느낀 김 경위는 소방대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별다른 보호 장비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이에게 큰일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순간 불길이 치솟았고 집안을 가득 메운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소화전을 열고 호스를 빼 현관으로 들어갔다”며 “22년간 현장을 뛰면서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하는 모습을 익히 봐왔던 터라 화재현장에 진입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한 주민이 건네 준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같이 출동한 박상오(42) 경사와 최대한 몸을 낮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김 경위는 아이가 있다는 안방을 찾으려고 일일이 방문을 열었고, 세 번째 방문을 열었을 때 방바닥에서 잠든 이모(5)군을 발견했다.
이군을 흔들어 깨워보니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연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아이 코와 입을 막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는 김 경위는 “그동안 경험 덕분에 긴박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는 이씨에게 안전하게 인계돼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불은 집 일부를 태워 110여만원(소방 추산)의 피해를 낸 뒤, 김 경위 등의 활약으로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용인=최영재기자 c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