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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주 이름 ‘숨은 의미 찾기’

전통주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다

글·자료┃임채숙 협성대학교 제품디자인학과 교수

전통주는 쌀과 효모를 가지고 종류마다 며칠, 혹은 몇 달의 시간을 가지고 만들어지는데, 위의 맑은 것이 옛 어른들이 제주(祭酒)로 쓰시던 전통 청주이고, 밥알 동동 띄워 떠내면 ‘동동주‘ 혹은 ’부의주‘, '짚가리술'이라고 한다. 부의주(浮蟻酒)는 술 표면에 삭은 밥알이 둥둥 떠 있는 것이 마치 개미가 떠 있는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고, 짚가리술은 예전에 집에서 술 빚는 것을 단속했던 시절, 술을 감춰 놓는 방법으로 짚가리를 덮어 위장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후 남은 것에 물을 부어 섞은 다음, 체에 밭쳐 밥알을 으깨고 찌꺼기를 걸러낸 것이 막 걸렀다고 해서 불러지는 ‘막걸리’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주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에서는 곡식을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방법이 완성돼 곡아주(穀芽酒)라는 명주가 탄생했고, 이 기술은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에 전파됐다. 일본 ‘고사기’에 의하면 백제 수수보리(술 빚는 이)가 일본에 누룩과 술 빚는 법을 전했다고 한다. 고려시대가 되면서 이미 지금의 탁주, 약주, 소주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중국 송나라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 의하면, 이화주(梨花酒)와 함께 청주(淸酒), 법주(法酒), 막걸리가 보편화됐고, 맛이 좋고 빛깔이 아름다우며 마셔도 별로 취하지 않는다고 평하고 있다. 또한, 고려 말기에 원나라로부터 증류식 소주가 개성·안동·제주지역에 전래됐으며, 이곳들은 현재 소주의 명산지로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우리의 누룩(麴)으로 좋은 술(醇)을 빚는 집(堂),



국내 대표 전통주 기업인 국순당은 사양산업으로 점차 사라지던 전통주 시장을 다시 부활시킨 당사자이다. 국순당의 간판 브랜드인 ‘백세주’는 1992년 출시 이후, 연간 60% 이상의 기록적인 매출 증가율로 매년 그 기록을 갱신하며 주류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해 왔다. 마침내 전통주 제조업체에서는 처음으로 2000년 코스닥에 등록하여, 사회의 커다란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백세주는 ‘약주는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는 인식을 바꿔놓았으며, 소주와 맥주로 양분돼 있던 국내 대중주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었다.



 

 

 

백세주는 생쌀을 가루 내어 술을 담그는 국순당의 특허 기술인 ′생쌀발효법′에 구기자, 오미자, 인삼, 산수유 등의 12가지 국산 한약재를 넣어 빚은 제품이다. ′생쌀발효법′은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신기술이다. 이 공법으로 만든 약주는 기존에 쌀을 쪄서 만든 약주와 달리 영양소 파괴도 적을 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다.

그러나 출시 초기에는 백세주에 대한 반응이 냉담했고, 국순당은 시장개척을 위해 업소를 찾아다니며 개별적인 공략을 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비롯해 업소별 차림표, 메뉴판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했다.

그러던 중에 국순당은 백세주 브랜드의 철학과 성격을 담은 포스터를 기획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려 있는 ‘구기(구기자나무) 백세주’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구기 백세주를 먹어서 늙지 않은 젊은 청년(아버지)이 노인(아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그림과 함께 설화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탄생했다.

당시 주류 포스터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키는 내용 일색이었는데, "건강에 좋은 전통주"를 콘셉트로 삼은 백세주의 브랜드 이미지는 점차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백세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애주가들 사이에 백세주와 소주를 절반씩 섞어 마시는 ‘50세주’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음주문화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브랜드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백세주는 현재 전통주 시장의 대표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백세주의 판매량은 무려 6억3천만병에 달한다. 이를 한 줄로 이으면 지구 둘레를 약 3.6바퀴가량 돌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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