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오늘, 우주정거장 ’스카이랩(Skylab)’에서 체재하던 미국 우주인 3명이 귀환한다. 앨런 빈(Alan Bean) 등은 앞서 같은 해 7월 28일 새턴 로켓을 타고 이륙해 지구 상공 430㎞ 궤도를 돌고 있던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에 도킹한 뒤 59일 동안 머물렀다. 우주 정거장 스카이랩은 4달 전인 5월 14일 지구 궤도로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졌었다. 제1팀이 5월 25일부터 28일 동안 이 정거장에서 머물다 돌아온 데 이어 제2팀이 59일 동안 체재하다 9월 25일 생환한 것이다.
1882년 오늘 일본 고베(神戶)의 니시무라야(西村屋) 옥상에 대한민국 태극기가 내걸렸다. 사상 처음 태극기가 일본 땅에 게양된 것이다. 박영효, 서광범, 김옥균 등 수신사 일행이 일본으로 가는 배 위에 직접 제작한 것이었다. 태극기의 도안은 수신사들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 고종이 직접 지시한대로 흰색 바탕에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乾坤坎離)의 4괘로 이뤄졌다. 그러나 도형이 통일되지 않아 사괘와 태극양의(太極兩儀)의 위치를 혼동해 사용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계기로 도안과 규격이 통일됐다.
얼마나 더 여윈 가지 위에 올라야 집요하게 흔들릴까 얼마나 더 높은 가지 위에 올라야 집요하게 괴로울까 빽빽하게 들어선 침엽수 위로 어둠이 거대한 초콜릿바처럼 솟아올랐다 -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2012년/창비 ‘단식 광대’(카프카)는 얼마든지 굶을 수 있었습니다. 단식 광대를 괴롭히는 것은 그가 단식하는 동안 일부러 감시를 느슨하게 하고는 분명 그가 무언가를 먹었다고 믿는 사람들, 그에게 어떤 비결이 있어서 그가 쉽게 단식한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의 순수한 단식을 끊임없이 불신하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왜곡되고 마는 진실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입증 불가능한 진실을 고요히 견딜 만한, 그리하여 그 어떤 악의와 빈정거림에도 끝내 분노하지 않을 굳건한 힘을 과연 우리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까요. 번번이, 손쉬운 방향으로 욕망을 굴절시키고 적당한 선에서 일상과 타협합니다. 그러고는 자위합니다. 오늘 하루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살아냈다고. /이진희 시인
그동안 본보가 기획시리즈와 사설을 통해 역점 보도한 ‘수원 역차별’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됐다. 24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행정조직모델 마련 정책토론회’에는 당사자인 수원시는 물론 인구 100만 대도시인 성남시, 고양시와 행정안전부, 경기도도 참여했다. 이찬열 국회의원과 수원시가 주최하고 경기도가 후원한 이 토론회에서는 인구 100만 이상 도시 조직모델 마련과 제도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 토론회를 주최한 이찬열 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성장 모델이 되고 있는 인구 100만 대도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제도 개선연구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도내에서는 현재 114만명이 거주하는 수원시를 비롯해 성남시, 고양시, 용인시가 1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이찬열 의원의 말처럼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거대 도시만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지자체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때인 것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발언처럼 지방화·세계화·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지방과 중앙이 상생하는 선진 자치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지방 행정 체계는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전이나 이후나 지방분권과 자치역
대형마트 하면 흔히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평상시에 싼 가격에 물건을 파는 대신 특판행사를 통해 한 건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실시하는 유명 초콜릿 판매행사나 설날을 앞두고 벌이는 묶음 행사는 여지없이 전통시장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추석절을 앞둔 대형마트들의 횡포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대형마트의 바가시 상혼은 올해 추석절에도 비껴가지 않는다. 선물세트를 과대포장해 상품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이를 미처 눈치채지 못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며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본보 24일자 보도) 상품의 과대포장은 물건값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하고 화려한 포장자재의 사용으로 자원낭비라는 2중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굴지의 기업들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그곳이다. 이들 마트에서는 기존에 판매되던 낱개 제품을 묶음 포장해 그럴싸한 추석 선물세트로 탈바꿈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최근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가족의 구성원이 적어졌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졌으며, 젊은 소비층의 식습관도 바꿨다. 이렇게 바쁜 현대생활에 맞게 인구구조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통계자료들도 꽤나 많이 나와 있다. 가구당 식료품 지출 대비 외식비 비중은 늘고, 간편 편의식 시장이 급속팽창하고 있는 것. 그리고 식품시장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재료뿐 아니라 완성제품에 있어서도 냉동식품에 대한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손쉽게 이용하고 저장할 수 있는 냉동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가장 현대적인 방법으로 원료식품을 냉동보관해 연중 이용할 수 있고 저장 중 비타민 등 영양소의 손실도 적다. 미생물 생장을 억제하는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냉동식품이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세계적인 식품산업분석기관 ‘DATAMONITOR’의 자료에 의하면 세계 냉동식품 시장규모는 매년 약 3.7%의 성장을 거듭해 2015년에는 2천615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냉동즉석식품은 수익면에서 가장 큰 점유율(41%)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서유럽
정치를 비난하는 백성들의 입을 막기란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고, 민원이 쌓이다 보면 두려워할 만한 결과가 반드시 온다는 말이다. 사기에 중국 주나라 여왕 때 폭정으로 백성의 원성이 대단했는데, 백성들이 그의 포악성에 눌려서 쥐죽은 듯 했다. 여왕은 이를 잘 다스려진 태평성대라 믿고 있었고 이를 본 그의 신하 목공은 몇차례 폭정을 그만 두도록 간언했으나 듣지 않자, “그들의 입을 막고 태평성대 운운하는 것은 안 됩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막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막혔던 둑이 터지면 많은 피해가 생기는 것처럼 사람들의 불만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라고 했다. 왕은 이를 따르지 않고 공포의 정치를 계속하다가 백성들의 원성이 강물처럼 모여 반란으로 이어져 결국 쫓겨나 외국으로 도망가는 신세가 됐다. 오늘날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든 흔히 일어나는 일이며 메스컴에서 사진으로 흔히 보는 일이다. 치수를 잘하는 사람은 물이 잘 흐르도록 물길을 터주는 것이고(爲川者決之使導),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백성들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爲民者宣之使言). 고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권좌에
추석을 앞두고 유력하다는 대통령후보 3인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자신의 약점으로 치부되는 과거사를 정리하는가 하면, 제1야당 후보로서 민생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기존 후보들과 차별되는 참신성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도 눈에 들어온다. 이 모두가 3천만명의 민족대이동에 따라 대선가도의 초기승부를 결정할 추석을 앞두고 여론조성을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여론조성에서 진정성과 함께 파괴력을 자랑하는 것은 ‘입소문’이다. 지금은 다소 영향력이 감소됐지만, 여론조사 전성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는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이 각 선거캠프의 주요관심사였던 적도 있다. 그만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face to face) 나누는 대화는 천문학적 금액의 홍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여론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니 3천만명이, 그것도 가족과 친척들이 나누는 정치평론과 후보평가는 후보지지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초기 선거판을 가름하고 특히 야권후보 단일화의 결정적 여론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가족이나 일가친척들과 대통령선거와 관련 대화를 나눌 때 시작점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누가 대통령이 되면 좋을까’하는 주제로 시작하지 않을
참 좋은 계절이다. 태풍피해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언제 심술을 부렸는지 싹 둔갑을 하고, 하늘은 파랗고 가을바람마저 솔솔 불어오니... 어쩌면 일년 가운데 가장 붙잡고 가두어 놓고 싶은 계절이 이맘 때인지 모른다. 사람마다 계절에 따르는 스산함이 있다. 세월을 돌려 놓고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어릴 때 연정(戀情)을 품었던 단발소녀가, 불현 듯 훈련소 친구가 생각날 수도 있다. 모두 인연(因緣)의 소중함이리! 얼마 전 “우리 둘 사이는 친구다” “아니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똑똑한 변호사님들의 보잘 것 없는 수준의 공박(功駁)이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서울법대를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검사생활을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정계에 관심을 둔다. 어쩌면 본격적으로 입문(入門)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듯하다. 서로 모시는 주군(主君)(?)이 양보할 수 없는 한자리를 놓고 다툼하느라 이해가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박희태(朴熙太)와 박상천(朴相天)이라고 있다. 한사람은 경상남도, 또 한사람은 전북 출신이 소위 영호남이다. 둘 다 서울법대를 나와 검사생활로 사회에 첫발을
내가 아메리카노 여인을 만나게 된 것은 내 충혈된 눈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 줄서기에 합류하며 하루를 휘도는 동안 나는 숱한 사람들을 만난다. 전화로 만나고, 얼굴로 만나고, 글로 만나고, 소문으로 만난 사람들의 담금질에 굳은살이 박힌 채 내 눈은 자주 충혈돼 있다. 마치 까페 테라스의 화분 속 화초처럼 항상 싱그럽게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닌 듯 늘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그곳을 찾게 된 것은 충혈된 내 눈에 대한 서비스라고나 할까, 안식의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에 그곳을 찾았던 것이다. 항상 아메리카노 한 잔이 놓여있는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열어놓고 턱을 고인 자세로 무엇인가 사색에 빠져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시들어 가는 한 그루의 나무 같았다. 늘 그 자리에서 별 움직임 없이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는 모습이 바람에 나뭇가지 몇 개 흔들어 보는 포풀러 나무 같기도 한 것이 괜스레 나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그늘이 있지나 않나 나를 기웃거리게 만들었다. 내 자리는 늘 그 옆 테이블. 뽀얀 생크림에 빵 조각을 찍어 씹으며 내게 허용된 시간들을 잘근잘근 음미하는 편안한 시간. 사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만나 나누는 이야기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