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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전용곤"안전사회를 위한 기업가 정신"

 

치안질서는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범죄 예방과 사후 관리방안을 위해 선진국에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 설계를 뜻하는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미국 도시설계학자 레이 제프리가 1971년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란 논문에서 도시설계와 범죄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처음 소개됐다. 실제로 1999년 요크셔 지역에서 셉테드를 도입한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에 비해 침입절도 피해율이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셉테드는 도시 및 건축공간 설계시 범죄기회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변경해 범죄 및 불안감을 저감시키고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일련의 노력을 지칭한다. 범죄인, 범행 대상, 범죄 기회 등 범죄 3요소를 사전에 차단해 피해 확률을 최소화한다. 범행이 이뤄지기 쉬운 장소에 CCTV나 비상벨, 볼록거울 등을 설치하고 조명을 밝게 켜두는 것만으로도 피해자가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범행기회를 심리·물리적으로 저지하고 범죄예방을 위해 도시계획이나 건축설계를 할 때 시선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건물 모서리를 둥글게 하거나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은행, 편의점, 지하철, 버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CCTV는 범죄 행위를 기록해 수사를 위한 증거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설치목적은 감시를 통한 범죄예방에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 설계의 제도화 방안’에 따르면 조사 대상 학교 30개 중 94%가 안전 수준이 미흡했다.

미국은 ‘셉테드(CPTED)’ 기법과 보안시스템은 물론 관리·환경 미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1970~80년대부터 국가 주도로 도시설계에 셉테드가 적극 도입됐다. 독일은 1996년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감시활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범죄 빈발지역에서 자동차 부품 절도범이 거의 50% 가량 줄어들었다. 또 마약 거래 현장 확보를 통해 25% 이상의 검거율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도쿄 시내에도 방범 카메라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2003년 상반기의 범죄 통계는 형사범죄 발생 건수는 133만9천건으로, 2002년 같은 기간에 비해 0.9% 감소했다. 시부야에서 통행인 5명에게 칼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범인은 2주만에 체포됐는데, 24시간 편의점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에 그의 모습이 기록됐기 때문이다.

영국은 환경설게를 통한 범죄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에어드리(Airdrie) 지역에 1년간 CCTV를 설치하고 설치 전과 후를 살펴보았더니 범죄가 7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방범환경설계제도(Secured By Design)’와 같은 인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찰 산하 비영리법인을 통해 도로·공원 등 건축물들이 셉테드 지침을 적용하도록 유도한다. 놀이터·공원·관광지 등 셉테드 환경설계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데, 올해 정부 예산 중 치안 예산 비중도 2.8%로 5년 전 대비 1.2%p 감소했다.

한국도 최근 학교,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셉테드 기법이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본격적으로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으로, 경찰청에서 관련 정보 및 지침을 배포하고 부천시에서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시범 적용한 이후 판교신도시 등의 개발에 확대 적용됐고,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에도 적용됐다. 이후 관련 학계 및 연구기관 등에서 제도화·표준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공원 조성을 계획할 때 범죄예방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공원 범죄예방 안전기준을 의무화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환경설계 효과를 위해 어느 지역에 어떤 범죄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조사와 분석, 셉테드와 관련된 법적·제도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개인 프라이버시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안전지대를 위한 정부와 기업가 정신·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도시환경 범죄예방 정비사업은 복지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