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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영화의 상품화, 한국 영화의 미래인가, 아니면 무덤일까

올드 가드 2 -빅토리아 마호니

 

3천 년쯤 살아온 여자가 500년쯤 전에 헤어진 여자와 애증의 관계에 빠진다. 두 여자 모두 불멸(immortality)이다. 두 여자 이름은 앤디 안드로마케(샤를리즈 테론)와 꾸인(응오 타인 반)이다. 꾸인은 지난 5백 년간 바다 깊은 곳에 갇혀 살았다. 꾸인은 앤디가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원한을 갖는다. 앤디는 또 다른 불멸의 인간들을 찾아내고 인류의 적과 싸우는 드림팀을 만든다. 한편 꾸인은 디스코드라는 이름의 또 다른 불멸의 여인(우마 서먼)에 의해 구해진다. 디스코드는 앤디 팀을 없애기 위해 꾸인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레그 루카 원작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영화로 만든 ‘올드 가드2’는 2020년 작 ‘올드 가드’의 속편이다. 이번에 하는 걸 보니 ‘올드 가드3’도 곧 나올 모양이다. 이번 속편을 보면 ‘올드 가드’는 그냥 1편에서 멈추는 게 좋았을 법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올드 가드’ 시리즈는 물경 40년 전인 1986년, 크리스토퍼 램버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하이랜더’ 시리즈의 21세기판이어서 CG, 특수효과, 근접 액션 촬영 기술 모두가 다 진화했지만 정작 더 좋아지지 않은 것은 스토리이다. 배우들이 대단하다. 샤를리즈 테론이나 우마 서먼 같은 대형 여배우가 저렇게 다소 황당해 보이는 캐릭터 설정을 어떻게 다 따라가고 있을까 싶은 정도이다. 저런 캐릭터에 어떻게 동화했나 싶다. 스타는 스타이다. 돈은 돈이다. 돈이 움직이는 스타는 무조건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뽑아낸다. 샤를리즈 테론은 자신이 출연했던 ‘이온 플럭스’(2005)에서 캐릭터를 자기 복제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우마 서먼은 역시 자신의 전작 ‘킬 빌 1, 2’(2003~2004)에서 나온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올드 가드’ 시리즈에서 제일 특이한 것은 동성애 코드이다. 앤디 안드로마케와 꾸인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잠깐 원수가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침대에 눕게 되는 관계가 된다. 이 영화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두 여자는 같이 싸우기로 한다. 두 여자는 서로를 위해 죽겠다는 심정이다. 앤디 팀의 두 남자도 애틋하다. 조(마르완 켄자리)와 니키(루키 마리넬리)이다. 니키는 조가 자신에게 얘기도 없이 또 다른 불멸의 남자 부커(마티아스 쇼에나에츠 혹은 마티아스 슈나르츠)를 만나러 간 걸 알게 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니키는 조에게 말한다. “우리가 불멸을 잃게 되더라도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까지나 불멸로 남을 거야.” 이상하게도 ‘올드 가드2’의 진한 동성애 감성은 비교적 속이 깊게 느껴진다.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이 분명 판타지이고 허구이지만 이 동성애 코드만큼은 현실성이 꽤 강해 보인다.

 

 

‘올드 가드2’는 로케이션이 눈에 삼삼하게 들어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크로아티아 스플리트가 나온다. 고대 황제의 은신처이자 궁정 같은 곳에서 앤디의 팀원들은 총격전과 육탄 난투극을 벌인다. 이탈리아의 리미니 또한 매력적인 풍광으로 나온다. 여기서 앤디와 꾸인은 재회한다. 앤디 팀은 곧 로마로 옮기고 팀원들은 각자 흩어지는데 이 시간에 앤디는 대한민국 서울 재래시장 뒷골목으로 온다. 거기서 한국인 불멸의 남자 투아(헨리 골딩)를 만난다. 앤디 팀이 다시 모이는 곳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이다. 핵시설이 있는 소도시 세르퐁이 최종 승부처이다.

 

자, 이게 다 무슨 ‘수작’일까. ‘올드 가드’ 시리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넷플릭스 작품은 크게 오리지널과 라이선스로 구분한다. 오리지널은 순수하게 넷플릭스가 기획 투자 제작을 다 한다는 것, 그래서 IP를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라이선스는 말 그대로 외부의 작품을 계약 기간 동안만 독점 방영한다는 얘기이다. ‘올드 가드2’가 보여주는 로케이션의 면면은 넷플릭스가 최근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가장 공들이는 곳들이라는 걸 나타낸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특히 인도네시아가 그렇다. 한국은 넷플릭스가 항상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 한국의 모습을 한국, 일본(일장기가 스쳐 나온다.), 중국의 모습을 혼합시켜 보여준다.(앤디 등이 쓰는 칼, 창 등의 무기, 투아란 인물이 쓰는 서가의 모양 등) 감독의 무지인지, 의도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 제치고, 넷플릭스가 요즘 가장 핫하게 생각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 여배우 응오 타인 반을 캐스팅하고 그녀의 입에서 베트남어가 튀어나오게 하는 것, 그녀를 주인공 샤를리즈 테론과 연인 관계로 만든 것 등등에는 다 이유가 있다. 베트남은 지난 몇 년간 영화 영상 산업에 있어 새로운 이머징 국가로 주목받는 나라이다. 넷플릭스가 한참 공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국과 달리 넷플릭스가 들어간다. 다만 극영화만이 전송된다. 넷플릭스는 이걸 확대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이 영화 ‘올드 가드2’는 넷플릭스의 기획 상품이다.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이야말로 작금의 챗GPT와 AI 시대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이다. 관심 지역, 돈이 될 지역, 영화 상품이 팔릴 지역을 찾아다니며 해당 공간을 조금조금씩 보여줌으로써 현지 관객을 모으고 현지 마케팅을 수행한다. 수지타산을 맞춘다. 그걸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현지의 배우에게 주요 배역을 맡긴다. 현지에 맡는 감성 코드를 개발한다. 예컨대 동성애 코드 같은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이 코드가 강세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류의 영화에는 스토리, 서사가 중요하지 않다. 앤디 안드로마케가 어떻게 불멸의 존재가 됐는지 그 연원 따위는 중요치가 않다. 디스코드라는 여성 빌런이 사실은 사욕을 채우기 위해 명분을 내세우는데 그게 갑자기 돌변하는 것에도 괘념치 않는다. 디스코드는 앤디 등이 더 이상 “인류사에 개입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간에 앤디가 불멸성을 잃었다가 다시 그 능력을 되찾는 과정도 어색하든, 말이 안 되든, 어떻게든 얼렁뚱땅 넘어간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곧 부커가 주요 역할을 한다. 부커는 1편에서 앤디에 의해 팀에서 추방됐는데 언제 또 이렇게 서로 죽고 못 살 만큼 전우애를 불태우게 됐는지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올드 가드2’의 특징은 많은 서사의 생략이자 점프 컷이다. 러닝타임은 1시간 47분이며 많은 것을 포기하면 그런대로 킬링타임용으로 좋다. 다만 3편은 이것보다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하는 면도 있다. 영원히 사는 영생의 문제, 반대로 유한의 삶이라는 존재 조건은 태도의 문제에 달려 있다는 주제를 갖고 있다. 그 주제가 살아나면 이 시리즈 영화는 조금 더 그럴듯해 보일 것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우마 서먼이 젊어졌다. 넷플릭스가 시즌 드라마 8~12편 만드는 방식에서 영화를 한 편 또 한 편 만들어 덧붙이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시험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이제 옛날 방식이다.

 

 

자, 위기의 한국 영화계가 이런 기획 상품형 작품들을 추구할 것인가. 다소 민망하더라도 글로벌 차원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겠다. 남한 5천2백만 시장으로는 이제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고 아우성들이다. 작품은 후져도 시장은 넓혀 가는 전략이 좋을지, 그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것이 ‘올드 가드2’이다. 조금 생각해 볼 문제다. 영화냐 장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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