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보름도 남지 않았다. 지난 1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곱씹어보는 시간이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는 올해 4월 위헌·위법으로 판결됐다. 6월에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그야말로 격동의 2025년이 끝나가지만,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와 관련한 이슈는 따라잡기 버겁다. 언론이 이러한 혼돈을 가중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론 분야에서도 2025년은 기억될 해다. 신문·인터넷신문·방송·뉴스통신, 이른바 4대 언론매체의 운영이 쉽지 않고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서사다. 뉴스 이용 창구로서 유튜브의 급부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언론이 처한 존재론적 위기가 폭발했다. 새로운 뉴스 유통과 이용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그동안 공고했던 언론의 정의와 범위, 저널리즘과 뉴스의 개념 등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혼돈의 2025년, 유튜브는 이슈를 파악하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의존하는 매체 혹은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언론·유사언론·비언론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현실에서, 법적으로 등록하거나 허가된 언론매체가 운영하지 않는 유튜브 채널조차 스스로 언론이라 내세우
진도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에 다녀왔다. 다섯 개의 전통춤으로 이루어진 기획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춤사위에 무대까지 함께 너울거리는 것 같았다. 춤을 추는 무용수의 손끝과 발끝을 따라가느라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한 발 한 발 갈 듯 말 듯 걸음을 밀고 당기다가, 순간 박차고 나아갔다. 부족한 수면으로 몹시 지치고 피곤했던 나의 몸이 그 리듬을 따라 점점 깨어나고 있었다. 우리의 것이니 잘 안다고 여겨왔지만, 돌이켜보면 제대로 본 것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얀 천을 들고 추는 ‘살풀이’는 다른 춤에 비해 비교적 익숙한 편이었다. 캄캄한 무대 위에서 슬픔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살을 풀어내고 있었다. 말 한마디 눈물 한 방울 없이, 몸으로 표현되는 생의 비애가 처연하게 다가왔다. 몸이 통곡하는구나, 라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내 안의 어디쯤, 오래 막혀 있던 곳이 터져 나오려는 것 같았다. 꾹 참았는데도 눈물이 자꾸 흘렀다. 그런데 인생이 어디 슬픔뿐이던가, 잠시 무대가 어두워진 뒤 다른 무용수가 커다란 북을 메고 나왔다. ‘진도 북춤’이었다. 우리 가락에 맞춰 펄럭이는 몸짓을 보고 있자니, 나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다. 여기에 2030년대 AI·우주 산업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의 핵심에는 인구 감소라는 냉혹한 현실이 놓여 있다. 이제 인구 문제를 국경과 국적, 혈연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좁은 접근을 넘어 한반도 밖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를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 미래 자산으로 재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10여 년간 우리 재외동포 인구는 180여 개국에 걸쳐 700만~75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52년 9개국 57만 명, 1968년 68개국 64만 명, 1978년 97개국 127만 명, 1995년 136개국 52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에는 ‘재외동포 1천만 명 시대’도 과장된 전망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재외동포의 기원’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이다. 학계에서는 1864년 러시아 연해주로의 첫 집단 이주를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기준은 한민족 이산(離散
크리스마스 연휴, 크리스마스 모임, 크리스마스 선물, 이 모두는 연말을 장식하는 하나의 상징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일부에게는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기독교인의 축제로 여겨져 불편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는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 크리스마스와 종교는 진정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아파트 정문에 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것일까? 사실 12월 25일은 기독교와 무관했다. 이 날은 바이킹족들과 관계가 깊은 동지였다. 바이킹 문화에서 계절의 순환은 여러 축제를 낳았다. 동지가 그 중 하나다. 북반구에서는 11월부터 낮이 짧아져 12월 21일이 되면 가장 짧은 동지가 된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날이 길어지고 해가 점점 더 오래 비추게 된다. 이는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이자 태양의 부활과도 같다. 고대 로마에서는 12월 17일부터 25일까지 동지의 신인 ‘사투르누스’를 기리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각 가정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식물과 전나무 가지로 집안을 장식하고 서로 선물을 교환했다. 율리우스 황제는 새 태양력을 사용하면서 동짓날을 12월 25일로 변경했다. 교황 리베리우스는 이 날을 하느님의 아들 예수 탄생일로 선포했다. 이로써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
최근에 장시간 운전과 오래앉아있는 시간이 늘고 활동은 줄었더니 허리와 다리방사통이 생겼다.근처의 한방병원에서 들러서 MRI를 찍으니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다. 약침과 매선, 한약치료와 최대한 침상안정 4일째, 점점 호전중에 식사 후 가볍게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카카오톡을 확인하는데 감정을 자극하는 톡이 와 있었다. 무척 화가나고. 서운하고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화를 애써 누르며 한 글자씩 톡을 하는 몇 분 남짓한 시간에 그 순간 허리와 엉치의 뻐근함이 증가되며 발까지 내려가고 있는게 느껴졌다. 기존의 통증이 1-10사이에서 3이었다면 7정도 까지 올라갔다. 스트레스와 분노 등이 요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고 치료도 하지만 심해지는 통증이 실시간으로 경험하니 또 놀라웠다. 고통의 비밀 (원제 Painful Truth)의 저자 몬티라이먼이 떠올랐다. 그가 통증연구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가 해변에서 낚시 바늘에 찔렸는데 주변상황과 생각과 감정에 따라서 통증의 강도가 시시각각변하는 경험에서 시작했다. 그는 통증의 본질을 연구하여 검사상 이상없는 만성요통과 같이 매우 고통스럽고 삶이 제한되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왜 아픈지 설명도 듣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가. 영화산업을 재생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는 충천하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 방안이 실효성 있게 전개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안다. 문제는 돈이고 그 돈은 우리나라의 관료제 조직 구조 내 최고 권력인 기획재정부에 막혀 있다. 내년도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어, 움치고 뛸 여력도 없다. 한국의 국가 총예산은 2025년도 기준 677조 정도였고 이 중 문화 예산은 7조 600억 원 정도였다. 1%를 약간 상회한다. GDP가 비슷한 수준인 국가 중 호주와 캐나다에 비하면 좀 높고(각 0.5%) 프랑스와 비슷하며 독일(1.9%)보다는 좀 낮지만, 국가 구성 형태가 다르고 지원 분야가 세부적으로 달라 등가 비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돈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곳에, 적절한 규모로 쓰이고 있느냐이다. 한국 영화산업은 최대 위기 국면에 있다. 2025년 총관객 수는 1억 20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1억 명을 넘겼다는 안도감을 가지게 될 만큼 바닥을 쳐도 한참을 쳤다. 2019년 관객 수 2억 6000만 명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이다. 관객들이 물밀듯 빠져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금은 뭘 해도 안되는 때이며 웬만한 영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선언하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는 교육 국제화 역량을 제고하고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 전략 중 하나이다.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한 학사 유연화 방안의 하나로 대학 정원과 무관하게 외국인 유학생만으로 학과 및 학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에 국내 대학들은 외국인 전담학부를 신설하며 유학생 유치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대학의 국제화 지표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체 대학의 유학생 수는 이미 25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외국인 전담학부 입학생은 4518명에 이른다. 외국인 전담학과는 2024학년도 107개에서 2026학년도 335개로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의 양적 증가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고 이제는 정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교육의 질과 학업 성취가 뒷받침되지 않는 국제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학 현장에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질문은 '유학생들이 전공 교육을 통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가'이다.…
낮은 짧아지고, 길 위에는 찬 기운이 내려앉는다. 사람의 마음 역시 날씨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 마음엔 어떤 균열이 생기곤 한다.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불가피하게 스스로를 돌아본다. 빠르게 지나간 올해는 잘 해냈나?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또 어떤 것들이 내 곁을 지나갔는지를 헤아려 보는 시간이다. 얼마 전엔 하얀 눈이 가득 내렸다.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폭신폭신한 예쁜 눈이었다. 즐거운 눈요기도 잠시, 금세 눈이 녹으면 길은 지저분해지고 날이 추우면 꽁꽁 얼어버려 걸음을 불편하게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구석구석 젖지 않은 땅이 보인다. 큰 나무 아래, 눈이 온 흔적조차 없이 깨끗하다. 가지가 햇빛을 가리고, 줄기가 흔들림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은 나무의 넓은 그늘에 가려 땅까지 닿지 못한다. 작은 나무나 묘목에게는 그런 그늘이 없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온몸이 그대로 눈을 맞는다. 바람 한 번 크게 불면 금세 휘어지거나 부러지기도 한다. 살아오면서 마주하는 고난은 눈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감정의 폭설, 관계의 냉기, 가끔은 일상이 무겁게 느껴진다. 겨울은 우리를 피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새댁이 네 살짜리와 한 살 된 형제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새댁은 항시 한 살 먹은 동생한테만 젖을 먹이고 예뻐했다. 네 살짜리 형은 열을 받아 엄마가 잠든 사이 몰래 엄마 젖에 독을 발라두었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한 살짜리 동생은 멀쩡하고 옆 집 아저씨가 죽어있더라는 것이다, 가벼운 우스갯소리다. 웃기는 이야기 일지라도 ‘젖’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내 엄마의 젖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환경에서 젖을 물리셨을까. 수유 때의 어머니 가슴 분위기가 내 일생 동안 정서적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 것인데- 아니 정직히 말한다면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지금 그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강가에 나와 흐르는 강물 소리 들으면서 디딤돌 위에 서서 어머니가 계시는 무덤을 향해 시선을 높이고 있다. 사랑을 잃고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위로가 된다고 한다. 동물은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고도 했다. 먹는 행위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체질적 심리적 영향학적 습관적 요소가 따른다. 낯선 음식을 기피하는 새 음식 공포증에서부터 반대로 최근 먹은 음식을 피해서 다양한 먹거리를 섭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위장이 부실해 음식
지난 주 미국 백악관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이 공개됐다. 트럼프 2기 정부의 4년 단위 대외전략을 규정한 최고 문서로서, 그에 따라 국방전략(NDS)과 합참 군사전략(NMS) 등 각급 기획문서와 연례 국방예산 등 보고서가 작성된다. 이번 NSS는 2022년 발표된 바이든 정부나 2017년의 트럼프 1기 정부 보고서에 비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극도로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NSS에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원칙으로 국가이익, 힘을 통한 평화, 불간섭주의, 세력균형 등을 열거하고 있고, 대규모 이민의 종식, 자국의 핵심권리 보호, 방위비 분담 및 전환, 경제안보 등을 우선적 과업으로 제시한다. 지역별 전략으로는 중남미 국가에 대해 19세기 먼로독트린의 ‘트럼프 추론’(Trump Corollary)이라면서 국경안보 차원에서 강압 외교를 정당화하고, 유럽에 대해서는 역내 및 대러시아 관계 안정화, 방위책임 제고, 시장 개방 등을 통한 위상 회복을 언급하고 있다. 종래의 NSS가 중국의 경제·군사적 위협과 그에 대한 강력 대응을 강조한 데 비해 이번 대중국 전략은 조금 모호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와 재균형(reba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