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감사위원회가 도 산하 32개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도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소폭이나마 상승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만만치 않다. 공직의 청렴도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미래를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다. 조금만 방심해도 무참히 무너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더 많은 노력과 더 철저한 감시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깨끗한 공직사회만이 국가사회의 진정한 번영을 담보한다. 경기도 감사위원회가 도 산하 32개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도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8.94점(10점 만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8.59점보다 0.35점 소폭 상승한 수치다. 종합청렴도는 행정서비스를 경험한 도민이 평가하는 ‘외부체감도’, 기관 내부직원이 평가하는 ‘내부체감도’, 각 기관의 부패방지 노력을 평가하는 ‘청렴노력도’ 3가지 분야로 평가한 뒤 최고 1등급에서 최하 5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외부체감도와 내부체감도 평가 설문조사에는 도민 5027명, 기관 소속 직원 2312명이 참여했으며, 신뢰수준은 95%, 허용오차 ±1.31%p(외부), ±1.18%p(내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극들을 막아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 노동자의 산재 사망자 비율이 증가하는 문제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고령화 현상의 연장선상에서 나이가 많은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어쩔 도리가 없는 추세다. 먹고살기 위해서 현장에 나서는 노년층의 산업안전을 위한 정밀한 대책들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살기 위해 산업전선에 나선 노년에게 일터가 위태로운 죽음길이 돼서는 안 된다. 25일 고용노동부의 ‘2024년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재작년 산재 사망자 10명 중 6명 이상이 55세 이상 근로자였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보상을 승인한 사망자는 총 2098명으로, 이 가운데 65.8%가 55세 이상 노동자였다. 사망자 중 업무상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827명, 업무상 질병 사망자는 1271명으로 집계됐다. 고령화 속 노동환경의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모면하기 어려운 통계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산재 사망자는 18세 미만 0명, 18∼24세 16명, 25∼29세 32명, 30∼34세 39명, 35∼39세 69명, 40∼44세 153명, 45∼49세 160명, 50∼54세 248명, 55∼
정조의 원행을묘 백리길이 도성을 나간 숭례문은 오랫동안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1호였다. 여기서 1호가 국보의 관리 번호일 뿐임에도 가치가 제일 높다는 의미로 읽히면서 여기저기서 문제제기가 많았다. 이에 시달리던 국가유산청은 국보에 붙인 번호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국보다. 1394년 8월 24일 개성에서 서울로의 천도를 결정했고, 9월 1일에 새수도궁궐조성특별위원회(新都宮闕造成都監)를 설치했으며, 9월 9일에 정도전이 궁궐과 종묘를 포함하여 새수도의 도시계획도를 그려 바쳤다. 이때 4대문과 4소문의 위치도 정했을 것인데, 1396년 9월 24일에 여러 성문을 완성한 후 남쪽의 대문을 ‘숭례문’이라 명명했다. 여기서 남쪽의 기준은 정궁인 경복궁인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남대문인 숭례문과 정궁인 경복궁을 잇는 직선의 대로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런데 1394년의 도시계획도에는 그렇게 그려져 있지 않았다. 성 밖에서 숭례문을 통과한 후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길은 서울역-숭례문-서울시청-세종대로사거리-광화문을 잇는 왕복 8차선의 세종대로다. 비록 직선은 아니지만 숭례문에서 경복궁의 광화문을 잇는 최단코스의 길이다. 그런데 세종대
새해가 되면 각종 미디어는 ‘올해 달라지는 정책들’에 주목한다. 2026년부터 새로 시행되거나 지원 대상과 액수가 확대되는 정책을 소개하는 홍보물과 언론 보도가 넘쳐난다. 나의 삶에 도움이 될 새로운 제도들을 꼼꼼히 살피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수많은 홍보물 뒤편에는 꼭 변했어야 함에도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정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 멈춰버린 정책들 때문에 삶의 변화와 회복을 꿈꾸기조차 어려워진 사람들이 있다. 새해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누군가 변하지 않은 정책에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이 바뀌었나”라는 질문만큼이나 “무엇이 아직 바뀌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더 무겁게 던져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제도이다. 2023년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도입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으나,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의 무게는 여전히 가혹하다. 2025년을 지나 2026년 새해가 밝았음에도, 정작 피해자들이 절실하게 요구했던 변화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미비한 제도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마모되고 있음에도, 정책은 여전히 작년에 멈춰 있다. 전세사기피
최근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와 용인시민들의 분노를 유발시켰다. 지난해 12월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야 한다”라는 말을 한 사람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의 이전’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발언 이후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지역과 정치권의 갈등, 반도체 관련 업계의 우려도 발생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 장관의 발언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과 지산지소형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현실성 없는 이전론이 거론되면서 불필요한 혼란이 일었다. 김 장관의 발언 전에도 용인 국가산단·클로스터를 새만금에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라북도 국회의원과 도의회, 시·군의회, 시민·농민단체 등이 RE100 산단과 연계해 새만금으로 반도체 관련 시설을 분산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 전북지역 국회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 수급과 송전망 문제를 동시에 안
오늘의 우리 시대를 지칭하는 말 가운데 80년을 한결같이 통용되는 것은 '분단시대'란 어휘다. 1945년 광복 이래 남북 분단의 비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까닭에서다. 이를 역사의 문맥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너무 오래되고 익숙하여 별반 감응이 없다. 그래서 문학이고 또 분단문학이다. 사람들이 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주면서, 그것을 나 자신의 문제로 체감하게 하는 데 문학의 힘이 있다. 우리 문학에서 이 대목에 탁월한 성취와 공명(共鳴)을 촉발한 작가가 전상국 선생이다.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 2학년 때 학교에서 만들던 '문리학총'의 편집 때문이었고, 선배 문인에의 청탁으로 '동포여'라는 콩트를 받으면서였다. 어린 눈에도 참 좋다는 생각, 틀림없이 대 작가가 될 것이란 외람된 생각을 했다. 당시 경희고등학교 교사로 있던 선생은, 일련의 분단소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단번에 동시대의 주요 작가로 떠올랐다.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다. 선생은 만학(晩學)으로 대학원을 왔고 석사과정을 같이 다녔으며 이후 강원대 교수로 갔다. 그 사이에 얽힌 선생과의 추억들은 참으로 여러 가지다. 작가로서 한 시대의 중심을 관통한 선생은,
지난 12일, 미국 전쟁부(Departmnet of War)는 미국의 AI 군사 패권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AI 가속화 전략(AI acceleration strategy)이다. 후방에서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AI 도입과 실험을 촉진하여 다른 국가는 넘볼 수 없는, 비대칭적인 군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AI 가속화 전략은 속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전투 방식을 발견, 테스트, 피드백, 확장하는 전 과정을 빠르게 해치운다. 이를 위해 컴퓨팅 파워, 미군의 군사 작전 데이터,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투자 역량까지 아낌없이 집중한다. 군의 모든 부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인터페이스와 접근 메커니즘을 공개해야 한다. 새로운 AI 기술이 개발되어 군에 도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연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단축한다. 이 모든 가속화 과정을 방해하는 관료제적 장벽은 ‘식별하고 제거’한다. 전쟁부는 ‘전사의 정신(warrior ethos)’을 가지고 AI 속력전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전사의 정신이라니 거창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최신의 AI 도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일 뿐이다. 방해 요소가 있다면 전시에 그러하듯 가차 없
‘2025년 경기도 사회조사’ 결과 도민의 삶 만족도와 행복감이 함께 상승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민의 삶 만족도와 행복감은 꾸준히 상승해 모두 평균 6점대를 웃돌아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시에 삶의 걱정 정도가 5.5점으로 과거(2021년 5.1 점·2023년 5.4점)와 비교해 소폭 상승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족과 걱정이 동반 상승하는 난기류를 정밀 분석해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20일 ‘2025년 경기도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20일부터 9월 3일까지 도내 3만 1740가구, 15세 이상 도민 5만 99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 결과 도민 삶의 만족도·행복감이 모두 평균 6점대를 웃돌아 전반적인 생활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점으로서 이는 지난 2021년(5.8점), 2023년(6.2점)과 비교해 소폭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만족(6~10점)이 57.6%, 보통(5점)이 33.7%, 불만족(0~4점)이 8.8%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구원수별 만족도에서는 1인 가구가
영화계의 큰 별이요, 국민배우라 불린 안성기가 지난 1월 5일 7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다섯 살 때 아역배우로 데뷔하여 70년간 1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우리나라 3대 영화상인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받아 트리플 크라운을 이루었으며, 그 외 수상 경력도 너무나 화려하다. 영화계는 특별히 고인이 주연을 내려놓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이후 그의 모습을 높이 산다. 조연도 흔쾌히 출연했고, 작은 역을 맡아서도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앞자리를 내어주고 뒤로 물러서 스스로 내리막길을 갈 때에도 그 길을 아름답게 만들었던 그였다. 그는 한결같이 후배나 스태프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그들의 필요를 도왔다. 한국 영화계가 어려울 때 스크린 쿼터제 폐지를 위한 영화인공동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우리나라 독립영화의 후원자를 자처했으며,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맡기도 했다. 영화인으로서의 품격을 갖추고 선한 영향력을 보인 그의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후배들의 다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영화가 아닌 그의 아들 이야기를 할까 한다. 십수 년 전 한 잡지에서 안성기의 둘째 아들 안필립(1991년생)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우리가 전혀 모르는 아프리카 언어, 이를테면 탄자니아 등지에서 쓰이는 스와힐리어(Swahili)를 듣고, 그 말의 소리에서 어떤 느낌을 가진다면 그것은 얼마나 유효한 느낌이 될 수 있을까. 생판 모르는 말소리를 듣고 어떻게 그 의미에 다가갈 수 있겠는가. 설령 어떤 느낌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임의적인 반응에 지나지 않아서, 그 느낌을 일반화하여 공감을 요청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소리가 동물의 모양이나 소리를 나타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프리카 구전 동화를 국내에 알리는 동화책이 나왔을 때, 아프리카 동물들의 움직임과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 아프리카 사람들의 실제 말 그대로 소개되었는데, 필자의 느낌으로는 상당한 공감이 갔다. 물론 여기에는 코끼리나 사자나 하마나 원숭이 등을 동물원에서 보았던 나의 감각적 경험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예를 들면 스와힐리어에서는 사자의 포효를 ‘응구루마(nguruma)’라고 한다든지, 몸집이 큰 동물이 쿵쿵 발을 구르는 걸 ‘삐가 두무 두무(piga dumu dumu)’라고 한다든지, 원숭이 등이 껑충껑충 뛰는 형용을 ‘꾸루카루카(Kurukaruka)’라는 음성 상징으로 나타내는 것은, 이들 말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