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있다. 반면에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워 기억 속에서 모조리 지우고 싶은 추억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혹자는 ‘추억도 추억 나름’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그중 하나가 추억은 항상 아름답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를 원하는 징후(sign)가 있다. 그것이 곧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은 증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수치스럽거나 가슴 아픈 기억은 모두 빼버리고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하려 한다. 현실이 힘들고 고달플수록 과거로의 회귀본능을 보이며, 행복했던 지난날의 자기 모습을 되찾고 아픈 현실을 조금이라고 잊으려고 한다. 아름답고 평안한 행복을 현재보다는 과거의 추억 속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딱히 과거가 현재보다 더 나은 것이 없어도 의도적으로라도 지나간 삶은 아주 행복했다고 여긴다. 그것은 분명 착각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무드셀라 증후군과는 달리 순교자 증후군(Martyr Syndrome)은 과거의 기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쁜 감정만 떠올리는 징후를 말한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과거 퇴직금제도는 법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의 근속연수만큼의 퇴직금을 쌓아두고 퇴직하는 때에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법적으로1년 근속에 대하여 한 달 급여만큼의 퇴직금이 적립되며, 예전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근속연수가 10년 20년 장기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근속연수가 길면 길수록 퇴직금의 금액도 커지게 되고 이렇게 쌓인 목돈으로 ‘치킨 집’으로 대명사화 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도 참 많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퇴직금은 퇴직전까지 회사가 운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이 나빠지면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고, 특히 IMF 구제 금융 시절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과정에서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이후 이를 보안하고자 2005년부터 도입된 것이 퇴직연금제도다. 퇴직연금제도란 회사가 근로자에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운용을 맡겨두는 것을 말한다. 이미 회사를 떠난 돈이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이 나빠져도 금융기관에 있는 근로자들의 퇴직금은 안전하게 보호되는 것이 그 골자이다. 우리가 회사를 다니면 회사는 우리의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맡기게 되는데 이 퇴직금
유인촌 장관님. 저는 영화평론가 오동진이라고 합니다. 프리랜서 라이터입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는 20년쯤 됩니다. 생면부지(라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장관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원고료 좀 올려 주십시오. 원고료가 너무 낮아 프리랜서들의 생계를 이어 가기가 너무 힘든 지경입니다. 프리랜서 원고료 만이 아닙니다. 대학 강사들의 강의료도 좀 올려 주십시오. 여기도 굉장히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는 분야 중 한 곳입니다.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값이 너무 쌉니다. 지식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프리랜서들이 받는 원고료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200자 원고지 장당 8000원~1만 원 수준에서 요지부동, 고착화 된지 오랩니다. 원고 청탁은 대체로 원고지 10장, A4 용지로 한 장 반, 자수로는 2000자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0만원을 받을 때 3.3% 심지어는 8.8%까지 세금을 원천 징수 합니다. 결국 9만 원 남짓을 받는다는 얘깁니다. 한달에 원고지 300장, A4 17장, 글자 수로 6만 자 정도를 써야 300만원을 벌까 말까 합니다. 도시 노동자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 가는 사람이라
말 속에 뼈가 있다는 언중유골의 골(骨 뼈)은 비유의 재료다. ‘가시 돋친 말’ 따위의 여러 쓰임새가 있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건 ‘언중유골’은 그 소리만으로 뜻을 펼 수 없다. ‘말(言) 가운데(中) 있는(有) 뼈’라는, 말의 바탕을 지탱하는 의미의 문자를 새삼스럽게 보자는 것이다. 한글은 소리내기 또는 소리를 기록하기에 적당하다. 한글로 표기되는 한자(어)는 의미를 담거나 빚어내기에 적당하다. 이 두 장점의 합(合), 한국어가 우수한 언어인 까닭이다. 물론 한자어는 ‘오픈’이나 ‘뉘앙스’ 같은 외국어 바탕 외래어(外來語)와 어법상 성격이 같은, 한국어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수교(修交) 외교(外交) 국교(國交) 등도 다 그렇다. 우리나라가 쿠바와 국교를 맺었다, 즉 한국과 쿠바가 수교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외교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언론의 주목은 당연하다. ‘국교’(외교관계)를 맺는(修) 것이 ‘수교’다. 여기서, ‘수교를 맺었다.’는 말은 기자나 외교부 등 언어생산자 또는 전문가 집단이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 ‘수교했다’라야 한다. 외교부도 초롱초롱한 말로 발표해야 하고, 보도하는 언론도 또록또록한 개념으로 전해야 한다. 기껏 ‘말 정도’ 가지고…
어둠이 내려 만물의 수고로움을 위로하는 저녁시간 산길을 걷고 싶어 아파트 뒷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어린 소녀를 만났다. 그 어린이는 내게 대뜸 “몇 살이세요?” 하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다 “70살이야” 하니까 어린이가 “나는 여섯 살이에요” 하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열 배도 넘게 더 먹었구나” 하고 있는데, 어린이 어머니가 와 소녀에게 뭐 하고 있느냐고 물어 나는 서둘러 내 길을 걸었다. 어린이가 쉽게 내게 말을 걸어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움’ 속에서 그리움과의 이별을 못해 바보 같은 노객(老客)이라고 스스로를 구박하고 사는 내게 말을 걸어오다니.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나이를 물어온 것일까. 온통 흰머리도 아니고 아직 바르게 걸을 만한데- 순간이었다. ‘당신 삶의 세월을 잊지 마라. 나이에 걸맞는 삶을 살아라. 앞으로 남은 삶을 낭비하지 말고 나이 값 하며 신이 준 운명의 길을 불만 없이 걸어가라'는 뜻 아닌가 싶었다. 한 생명으로서 때를 안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공부도 때가 있다. 일할 때가 있고 놀 때가 있다. 연애도 때가 있다. 외칠 때가 있고 침묵할 때가 있다. 기회는 꾸준히 주어지는 것 아니다.
운명의 꽃미남이 내게로 왔다! 앗! 근데 그가 악명높은 B형이라니! 2005년 이동건,한지혜 주연의 B형남자란 영화의 홍보카피다. 2004년 가수 김현정은 “태양에너지 그리고 B형남자”란 노래를 발표하고 B형 남자들의 항의에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까지 올렸다 80년대 들리기 시작하더니 90년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난 89년에 장가갔으니 잘 비껴간 셈이다. 90년대에서 2010년 초까진 혈액형 성격론이 맹신되던 분위기였다. 학자들이 말해도 귓전으로 흘렸다. 과학이 사회적 통념을 이긴다는게 어렵다. 더 신기한건 B형 여자는 이 사회적 핸디캡에서 비켜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일본만 혈액형별 성격을 믿는 지구상 유이한 나라다.어이없는 일이 사회를 바꾸곤 한다. 1971년 일본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혈액형 인간학”을 출간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에선 혈액형별 성격론이 사회적으로 유행했다. 일본문화가 유입되며 우리나라에 뜬금없이 흘러와 90년대 이후엔 정설이 되었다. 2017년 갤럽조사 58%, 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 56%가 혈액형별 성격차이가 있다고 믿는다로 나왔다. 중국에선 혈액형 대신 별자리가 중시된다. 태어난 별자리에 따른 운세와 인생의…
“한국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언론입니다. 언론이 바뀌면 한국 민주주의가 50년 앞서 나갈 것입니다.” 유학에서 돌아와 강단에 선 필자가 자주 하던 말이다. 그 언젠가부터 기성언론이 앞장서 ‘운동권 기득권’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득권은 어떠한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난공불락 아니던가.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은근 슬쩍 여론 편에 다가와 탄핵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양면의 얼굴 야누스다. 4.10 총선도 그들이 좌지우지 할듯하다. 그들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말을 대서특필하기에 급급하다. 한 위원장은 운동권 대 전문가 프레임으로 총선의 포문을 열었다. 임종석 대 윤희숙, 정청래 대 김경률... 하지만 그의 말은 틀렸다. 이들 중 누가 더 정치 전문가인가? 임종석, 정청래 등은 필시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찍 정치권에 들어가 정치를 경험한 정치 전문가다. 반면에 윤희숙, 김경률은 정치권에 발을 디딘지 얼마 안 되는 정치 초년생이다. 그런데 진위를 따져보지 않고 한 위원장의 말을 표제어로 덜컥 뽑는 저의는 무엇인가. 총선 정국을 정책선거가 아닌 빈탕
북한은 예방의학, 남한은 치료중심 의학이다. 북한은 1966년 보건의료를 ‘예방의학’이라고 규정했다. 예방의학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 하는 것이고, 치료중심 의학은 이미 발생한 병의 회복에 중점을 둔다. 예방의학은 환자가 발생하기전 의사가 담당구역을 찾아가 예방하고, 치료중심 의학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간다. 찾아가고 찾아오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면 의사나 환자도 좋겠다. 북한에는 의사담당구역제가 있다. 이 제도는 1948년부터 시행되었다. 의사에게 담당구역을 맡겨 구역내 주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의사는 담당구역으로 나가 방역과 위생에 대한 상식을 전달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약품과 주사기를 챙겨가지고 담당구역 학교에 찾아가 예방접종을 했다. 아버지가 자주 왕진가방을 메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녀오면 가방안에 환자들이 넣어준 사탕이며 과일이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의사도 환자가 병원에 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의사나 환자나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예방의학을 말할 수 있는 것도 오래전 일이다. 1990년 이후 홍역, 말라리아, 파라티브스 같은 전염병이 돌면서…
경기도는 연천군과 함께 2022년 3월부터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연천군 청산면 주민들에게 2026년 12월까지 58개월 동안 매월 15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지역화폐는 병원, 약국, 보습학원을 제외하고 청산면에서 3개월 내 사용해야 한다. 사업이 추진된 지난 23개월간 무슨 변화가 생겼을까? 가장 큰 변화는 인구의 증가다.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12월 청산면 인구는 3,895명이었다. 2023년 12월의 인구는 4,176명으로 281명이 늘었다. 이 기간 연천군의 인구는 42,721명에서 41,584명으로 1,137이 줄었다. 연천군의 2개 읍, 8개 면 중 인구가 늘어난 읍·면은 청산면이 유일하다. 연천군은 가평군과 함께 경기도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인구소멸 위기 지자체다. 이런 곳에서 인구감소 곡선의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 수의 증가도 눈에 띈다. 2023년 6월 기준 농촌기본소득 가맹점 수는 281곳이다. 시범사업 시행 초기인 2022년 4월에는 190여 곳이었다고 하니 90여 곳이 늘어났다. 지역경제활성화에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지역 청소년들에게서도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독서 사랑이었다. 2017년 OECD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에 따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최하위이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쁘고, 각종 디지털 영상 매체로 보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도서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감촉과 남은 부분보다 읽은 부분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부피감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책에서 찾아내는 보물들 책읽기에 속도가 붙은 요즘 나는 거의 매주 책을 산다.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최근서적이 아닌 경우에는 중고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선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허름한 중고책을 사서 보니 밑줄 친 것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까? 그 책의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데에 그 밑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에는 속표지나 페이지의 여백에 독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메모도 발견되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