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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중고책의 매력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독서 사랑이었다.

 

2017년 OECD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에 따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최하위이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쁘고, 각종 디지털 영상 매체로 보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도서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감촉과 남은 부분보다 읽은 부분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부피감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책에서 찾아내는 보물들

책읽기에 속도가 붙은 요즘 나는 거의 매주 책을 산다.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최근서적이 아닌 경우에는 중고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선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허름한 중고책을 사서 보니 밑줄 친 것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까? 그 책의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데에 그 밑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에는 속표지나 페이지의 여백에 독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메모도 발견되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그 책의 전 주인과 일면식도 없지만 오래된 벗 같은 친밀감이 느껴졌고, 그것이 사소한 발견의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내가 구입한 중고책 중 사소한 발견의 백미는 파리 여행서적이었다. 그 책의 전 주인이 얼마나 꼼꼼하게 파리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책의 비닐 표지 안에는 파리 지도와 면세점 할인쿠폰도 들어있었고 다녀간 곳마다 책갈피와 메모가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는 가족에게 줄 선물리스트와 구입처도 적혀있었다. 그 책이 나의 파리 여행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중고책 읽기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도서관에서 빌리는 모든 책들은 중고책이다. 한 권의 책을 한 명만 읽고 묵혀두는 것은 낭비이다. 심지어 읽지도 않은 채 전시용으로 서가에 꽂혀있기만 하는 책이 얼마나 많은가. 여러 명이 읽어서 허름해지고 밑줄이 그어지고 여백에 독자의 생각이 적힌 책은 그야말로 보물이다.

 

작가나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여 중고책 읽기 활성화를 꺼려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독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독서인구가 2배 증가하고 1인당 독서량이 2배 증가하도록 값싼 중고책을 권장하고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책의 판매부수에는 중고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중고책을 읽다보면 종종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나서 새 책을 구입하는데 그것이야 말로 아깝지 않은 행복한 소비가 아닐까? 

 

자, 이제! 오늘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중고책 사이트에서 주문하라. 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고책의 매력, 그 사소한 발견의 뿌듯함에 동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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