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일본 정부가 부당한 무역보복 조치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양국이 총성없는 경제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자본을 투자하는 일명 애국펀드에 단체장 등의 가입이 늘고 있으며 과천시장·남양주시장과 파주시의장도 동참했다. 3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농협이 판매하는 필승코리아 펀드는 부품·소재·장비 국산화 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를 충족하고자 출시된 상품이다. 펀드 운용보수의 50%를 기금으로 적립해 부품·소재·장비 기술 관련 대학에 장학금 및 그 밖에 사회공헌 활동에 지원한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필승코리아’로 지었으며 일명 ‘애국펀드’로 불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6일 가입하며 화재를 모았고 경기도내 윤화섭 안산시장, 신동헌 광주시장, 곽상욱 오산시장 및 단체장들도 속속들이 가입하고 있다. 3일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김종천 과천 시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기쁘고 많은 분들이 가입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날 가입
덫 /전형철 오늘 묵혀 둔 병이 당당히 생의 한 켠을 결딴낸다 비문을 파다 돌쩌귀가 떨어져 내리고 발바닥에 핏줄이 서고 딱 그만큼 내가 선 자리가 서서히 중심으로 깊어지는 딱 그만큼만 풀을 보며 생장점의 위치를 짚듯 천칭 저울의 정지를 점 찍어 두듯 명징한 공리(公理)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걸어온 발자국 불개미처럼 당신의 입가를 맴돌다 붉은 물집으로 남았거나 지렁이처럼 축축한 바짓단을 끌며 비 내린 골목을 걸었거나 문장과 마음 사이를 사포질하던 모래 폭풍이 썩은 이빨이었거나 - 전형철 시집 ‘고요가 아니다’ 공리(公理)의 사전적 풀이는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진리나 도리이다. 우리가 걷는 발자국에는 흔적이 남는다. 내가 살아온 모습과 태도와 모든 생각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그에 따른 여파로 또 다른 길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딱 그만큼 내가 선 자리가, 서서히 중심으로 깊어지는 딱 그만큼만, 그렇게, 그리고 풀을 보며 생장점의 위치를 짚듯, 천칭 저울의 정지를 점찍어 두듯이,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 묵혀 두는 병이 생의 한 켠을 결딴내는 일이며 비문을 파다 돌쩌귀가 떨어져 내리고 발바닥에 핏줄이 서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당신
살바도르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완성했을 때 그는 스물한 살이었다. 이 작품은 한때 젊은 여성들이 애독하던 한 유명 심리학 서적의 표지에 실린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창밖을 바라보며 서있는 뒷모습의 소녀는 그의 여동생 안나 마리아이다. 작품 전체에 감도는 차분한 색조와 단단한 느낌의 선들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그녀가 팔을 기대고 있는 창턱은 드넓은 바다와 잇닿아 있고, 그녀가 입고 있는 굵은 하늘색 줄무늬 원피스는 그녀의 우아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으며,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는 동그랗게 말려 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바다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뒷모습의 소녀가 바라보고 있다. 이즈음 살바도르는 아름다운 누이동생의 모습을 작품으로 몇 점 남겼다. 모두 서정적이면서도 단단한 형태를 지닌 그림이었고 주변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마드리드의 왕립 미술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달리는 학교 수업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와 숙소를 열심히 오가며 그림 공부와 작업에 파묻혀 지냈다. 특히 파리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었던 같은 스페인 출신
“정신과 행동의 불편을 겪는 분이나 좌절과 상심으로 행려나 노숙으로 고초를 겪는 분들 보다 더 불행한 이는 영적 장애인이다. 존재 자체가 거룩함이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축복” 이라고 ‘무지개 선물’과 ‘동행’의 저자이자 작은예수 수녀회 원장인 윤석인 수녀가 자신의 저서에 남긴 글이다. 그는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장애인 수녀였다. 너의 기쁨도 나의 기쁨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삶의 기쁨을 함께 어우르며 살아가는 맑고 맑은 삶, 너의 아픔도 나의 아픔도 모든 괴로움을 서로 나누는 동행의 삶이 곧 영적인 삶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가 바로 가정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공유체가 아닐 뿐만 아니라 능력으로도 소유할 수 없는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삶의 여정에서 돌출되는 불의의 사고, 예기치 못한 인연과 슬픔 등 모든 것을 함께 보듬어 품어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고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앉은 적 없는 의자처럼 그지없이 외로운 것이 인생이라지만, 자기 자신과 만나고 낳아 키워 주신 부모와 또 한집안에서 태어난 형제자매가 공존한다는 것
시흥시, 이천시, 가평군은 2018년도 지방재정 운영사항을 각 시·군 홈페이지에 공시했다고 2일 밝혔다. 시흥시의 2018년도 살림규모는 2조 4천1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6.1%(1천394억 원)의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이는 유사지방자치단체 평균(1조 6천21억원)보다 8천109억 원이나 많은 규모라고 밝혔다. 시흥시는 9개분야 59개 항목을 공개했으며 지방세 및 세외수입 등 자체 수입은 6천219억 원, 지방교부세 및 조정교부금, 보조금 등 이전 재원은 5천130억 원, 보전수입 및 내부거래는 1조 2천781억 원이다. 시흥시는 특수공시로 오이도유적 종합정비 및 역사공원 조성사업, 목감도서관 건립 등 7개 사업을 선정해 재정에 대한 주민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천시는 9개 분야의 공통공시와 특수공시를 공개했다. 시는 공통공시에서 2018년도 살림규모는 1조4천844억 원으로 전년대비 2천260억 원 증가했으며, 이는 유사 지방자치단체 평균액(1조629억 원) 보다 4천215억 원이 많다고 밝혔다. 이 중 지방세 및 세외수입을 더한 자체수입은 5천660억 원으로 유사 지방자치단체 평균액(2천349억 원)보다 3천311억 원이 많
경기도가 ‘수술실 CCTV’를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도내에서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서 ‘수술실 CCTV’가 운영되고 있다. 도는 오는 2020년부터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지원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먼저 공모를 통해 민간의료기관 10~12곳을 선정, 1개 병원당 3천 만 원의 설치비를 지원한 뒤 효과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의 말처럼 수술실 CCTV는 도민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 결과 경기도민 93%가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이 의료사고 분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 91%가 ‘도립병원 수술실 설치 운영에 찬성 한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월 안성병원의 총 834건 수술 중 523명(63%)의 환자가 촬영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했으며 올해 5월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병원에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 전국 1천8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수원지역 민주화운동 역사가 기록으로 남는다. 1980~2000년대 초반까지 운동사가 ‘온/오프’ 형태로 묶여진다. 과거는 흘러가는 범주지만 역사는 기록으로 남을때 그 의미가 찾아지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를 만드는 일에 ‘수원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편찬위원회’가 자처하고 나섰다. 수원 2049 시민연구소 유문종 소장을 비롯해 이종근, 구본주, 이상명, 오양섭, 강석우, 김영균, 홍현정 등이 일을 나눴다. 수원지역 종교·청년·대학·통일·여성 운동사를 총망라한다. 빠르면 2023년 말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편찬대장정의 뿌리는 박우석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 경기 남부의장이 소장하고 있던 큰 종이 상자 10여 박스 분량의 방대한 자료다. 자료집과 전단지 등 20년 세월 동안의 지역 운동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를 바탕으로 파일 분류부터 D/B 작업, 박물관 소장까지 긴 여정을 떠난다. 지역 단체와 활동가 등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말까지 1차로 수원 EYC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와 불교청년운동에 대한 자료를 정리할 예정이다. 당시 지역 운동의 구심점이
‘밥도둑’. 간장게장의 별칭이다. 진한 간장에 은은하게 삭힌 게살의 쫀득하고 탱탱하면서도 짭쪼름한 감칠맛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쪽쪽 소리를 내며 연신 빨아먹고 집게다리 속살까지 발라먹은 뒤 게딱지 내장에 윤기 나는 밥 한 술 비벼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앉은 자리에서 밥 두 그릇 정도는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다. 오래 전부터 간장게장은 귀하게 대접받은 진미였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은 간장게장의 맛을 이렇게 노래 하기도 했다. ‘눈 내린 강 언덕에 얼음 아직 남았는데/ 이 무렵 게장 가격은 더욱 비싸구나/ 손으로 게 발라 들고 술잔을 드니/ 풍미가 필탁의 집게를 이기는구나’라고. 중국에선 기원전 7세기부터 게장을 천제(天祭) 에 썼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의 옛 문헌에도 게장 음식이 많이 나오는데, 서거정 시에 나오는 진나라의 필탁(畢卓)은 술안주로 게발을 항상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시인 이태백도 ‘월하독작사수시(月下獨酌四首詩)’에서 “한 손에는 게발을 들고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요” 하고 읊었다. 조선시대에는 민물게로 담근 참게장을 주로 먹었다. 임
유통기한 /이근화 오늘은 검은 비닐봉지가 아름답게만 보인다 곧 구겨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 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고 비명을 무명을 담는 비닐봉지여 오늘은 아무렇게나 구겨진 비닐봉지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이근화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곧 구겨지겠지만 비닐봉지가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 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듯이, 곧 유통기한이 닥치겠지만 ‘나’도 사람의 편에서 사람을 비출 수는 없을까. 비명이면 어떻고 무명이면 어떤가. ‘나’도 사람의 편에서 부풀어 오를 수는 없을까. 입고 먹고 사는 것들 편에서가 아니라, 무슨 이념이나 신념의 편에서가 아니라, 나아가 삶의 의미와 무의미의 편에서가 아니라 사물의 편에 선 아름다운 검은 비닐봉지처럼, 사람의 편에 서서 인정미 넘치는 사람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