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은 비핵화 조치와 군사 긴장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평양공동선언이다.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했다. 또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할 방침이다. 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도 빠른 시일
임대사업 등록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아직도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을, 어떤 혜택을 줄이겠다고는 공개하지 않은 채 축소 방침만 밝히면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지난 2일 등록 임대주택에 주던 세제 혜택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음지에 있던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양성화하겠다며 내놓은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다주택자가 집을 사는 데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을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책변경 추진의 이유다. 하지만 시행한 지 8개월에 불과한 정책을 바꾸는 것을 두고 악용 소지도 예측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일 넘게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의 이유는 간단하다. 등록 임대주택에 사는 무주택자가 안정적 임대료로 4년 또는 8년 이상 거주할 수 있다는 정책적 효과가 커서다. 양도세 중과세 대상인 다주택자에게 매각이나 임대등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주는 효과도 기대했다. 등록 임대사업자에게는 취득·재산세 등 지방세와 건
전주시의 발표에 의하면 ‘한옥마을’은 2017년 1천109만7천33명의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고 2천만 명의 관광객을 목표로 하면서 ‘글로벌 문화도시’로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그래서 전주시에서는 ‘한옥마을’의 핵심 콘텐츠 등을 개발하려고 하는 의지 또한 강한 듯 보인다. 최근에는 ‘한옥마을 역사관’도 개관하였다. 초기 전주 한옥마을은 지금과는 달리 한옥마을의 독특한 운치가 있었다. 이곳에는 조선 태조의 어진(御眞)을 모신 경기전(慶基殿)과 전주향교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다. 이곳 한옥마을은 전주시에서도 가장 부호들이 많이 모여살던 곳으로 1970년대 하더라도 일 년에 1만석을 거둬들이는 이들이 살았다고 한다. 1986년 개정된 건축조례에 의해 ‘4종 미관지구’로 변경 지정하여 변화를 시도했지만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쳐서 1997년에는 한옥 보존을 포기했다. 그러다가 1999년 이곳이 ‘전주생활문화특구’로 기본계획이 발표되고 2002년 전주월드컵경기장 개
한 가지 목표를 이루어 내기 위하여 도전하고 기다리고 실패할 때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지닌 것이 아니다.그런 기백을 지닌 사람들이 신화를 이루고 전설을 남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쫌스러워져서 웬만한 실패에도 그냥 주저앉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이야깃거리가 생겨나지를 않는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그런 전설적인 이야깃거리가 많다. 나라가 커서 그런지 국민들의 기질이 모험과 도전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무튼 그런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나게 된다. 월트 디즈니라면 어린이들까지도 아는 이름이다. 청년 월트 디즈니는 로스앤젤레스 가까운 허허벌판에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디즈니랜드를 세울 계획서를 세우고는 그 설계도를 가슴에 품고 은행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설득하였다. 그때가 그의 나이 20대였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였다.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상상력을 길러 주는 마을을 세우고픈 마음이었다. 무명 청년 월트의 말을 듣고 거금을 투자할 은행이 없었다. 그러나 월트는 불굴의 투지를 불태우며 은행들을 찾아다니기를 20년을 거듭하였다. 드디어 20년 만에 월트 디즈니의 열정에 감동된 한 은행이
발효되는 그늘 /김휼 떫고 단단한 불화를 그늘에 들여놓네 말랑말랑 분이 생겨 단맛을 더할 무렵 그늘을 즐겨 먹던 어머니는 그늘이 되었네 말이 없는 자리에서 나오는 숨 같은 그늘로 한없이 어루만져주고 싶은 보드라운 것들이 몸을 맡겼네 다툼 없이 이룩해 놓은 살가운 영역으로 정처가 없는 구름도 제 몸을 부려왔네 그런 날은 괴이한 슬픔이 안쪽으로 고였네 잎이 넓어질수록 깊어지는 그늘에 어머니는 젖어 있던 웃음을 내어 말렸네 젖무덤 같기도 하였던 당신의 그늘 눈을 뜨니 그늘 밖에 내가 있네 ‘떫고 단단한 불화’를 ‘말랑말랑 분이 생겨 단맛’을 더해주는 것으로 발효시켜주는 그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고 부끄럽다. 그런데 그런 ‘그늘을 즐겨 먹던’ 분이 바로 ‘어머니’라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 그늘은 ‘말이 없는 자리에서 나오는 숨 같은’ 것이었고 그 그늘에는 ‘한없이 어루만져주고 싶은 보드라운 것들이 몸을 맡겼’다. ‘정처가 없는 구름도 제 몸을 부려’오는 그늘은 어머니가 ‘다툼 없이 이룩해
일생동안 풍경화를 거의 그리지 않았던 드가는 1889년에서 1992년 사이 갑자기 수십 점의 풍경화를 완성했다. 눈을 쉬게 하려고 떠난 기차 여행길에서 그토록 많은 작품을 남겼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모로코, 부르고뉴, 볼로냐 등을 여행했으며, 풍경화들은 모두 파스텔로 그려졌다. 작가의 시력이 너무나 많이 손상되어 유화작업이 어렵게 된 시기이기도 했다. 대상의 정확한 묘사를 중요하게 여겼던 그간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산천들은 완만하게 그려졌고 둥글둥글한 덩어리처럼 포현되었으며, 그러면서도 색은 더욱더 빛을 발하였다. 그것은 마치 추상화처럼 보인다. 시력의 손상은 화가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시련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가는 다시 한 번 새롭게 도전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세잔은 엑상 프로방스의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리며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저 사실적인 회화보다는 대상으로부터 그 안에 숨어있는 더욱 견고한 그 무엇을 끄집어내길 원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목표는 일치하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회화적 노선은 전혀 달랐다고 봐야 맞는데, 세잔의 경우 좀 더 일찍부터, 그리고 보다
오징어 총각과 멸치 처녀가 열렬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둘은 혼인을 하려고 양가를 번갈아 방문했다. 오징어 가문에서는 “멸치가 체구는 작아도 뼈대는 있는 집안이니 그 집 규수를 한번 얻어 보자”며 환영했다. 그런데 멸치 문중에서는 “예로부터 뼈대 없는 집안 사람들은 지조가 없어요”라며 반대했다. 거절당한 오징어 집안은 그래도 자신들은 먹 글씨 쓸 먹통도 있는 선비 집안이라며 애써 멸치 집안을 무시한다. 소설가 한승원의 동화 ‘뼈대 있는 집안, 뼈대 없는 집안’에 나오는 이야기다. 흔히 세상에서 공부깨나 한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먹물 좀 먹었다는 말로 빗대곤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뼈대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먹물 좀 먹은 자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데,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며 서민보다 우월적 지위에 놓여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입만 열면 애국 애족을 말하고 국방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석연찮은 이유로 자신과 자식들의 병역은 면제받은 자들이고 대부분 미국 영주권자들이 많다. 민족의 자존과 역사의 심판을 거론하지만 친일 행위와 역사 왜곡을 정당화하는 자들, 모두 먹물 좀 드신 분들이다. 인간은 오징어보다는 멸치에 가까운 존재라고 한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김주영 경기도교육청 대변인
“한 가지 병이 겨우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기니 나의 쇠로함이 심하다.” 비만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렸던 세종의 한탄이다. 숙종은 “느긋하지 못한 성격으로 노심초사하며 식사도 때를 어겨 노췌하고 현기증이 있다”고 말했다. 늙음과 질병의 고통과 안타까움은 왕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역대 조선의 왕들을 살펴보면 더욱 실감난다. 태종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추정되는 풍질로 고통을 받았고, 오랜 전쟁에 시달린 선조는 편두통으로 고생했다. 조선 왕들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질병은 손을 안 씻는 데서 오는 종기였다고 한다. 화병, 상심 등 스트레스성 질환도 빠질 수 없다. 그런가 하면 태조·정종·태종이 뇌출혈(중풍), 세종·숙종이 당뇨병, 선조·영조는 폐렴, 문종·성종·순조는 패혈증, 연산군·현종·경종은 전염병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최고의 의료와 식생활을 누렸던 조선 왕들의 평균수명이 47세라는 기록과 세상을 떠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질병’이라는 진리를 남긴 채.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현대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세상이 변하며 질병의 종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더하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통계’를 보아도
신발이거나 아니거나 /박명숙 저것은 구름이라, 한 켤레 먹구름이라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이랴 흐르는 만경창파에 사로잡힌 나막신이라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 문수도 잴 수 없는 헌신짝 같은 섬이라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한 켤레 먹구름이라 이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 모두 반듯하게 배열을 하고 정형의 미학을 모범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3단의 구성을 취하면서 그려지는 이미지는 각각 구름처럼 부유하는 필부필부들의 인생과 살아온 날에 대한 회고이다. 박명숙의 시조는 운도 깔끔해서 시조 정신이 곧고 굳다. 이것을 바느질에 비유하자면 한 땀 한 땀 매끈하여 바느질 자국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이 시조에서 구름 이미지는 신발이 되었다가 외딴 섬으로 바뀐다. 여기에 ‘허둥지둥 달아나다 벗겨진 시간’ 즉 우왕좌왕 하는 시간의식이 더해지고 ‘혼비백산 내던져진, 다시는 신지 못할’이라는 표현이 합세하여 이리저리 얽혀 살다가 죽는 군상이 연상된다.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놀라서 넋을 잃을 정도일까. ‘헌신짝 같은 섬’으로 뻗어나가는 상상력은 전환을 이루면서 선연한 이미지에 여운이 강하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