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지치거든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참으로 단아하고 따뜻한 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작은 배를 타고 쉼 없이 멀고 먼 항해를 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바닷길, 언제 어디서 폭풍우를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눈을 뜨면 망망대해 수평선만 보인다. 그저 두려울 뿐이다. 이럴 때 멀리서 섬이 보이면 삶의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그곳에서 잠시 닻을 내리고 정박한 다음 이 시를 읽고 싶다. ‘그리움에 지치거든’ 혹은 ‘기다림에 지치거든’ 세상에 지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면서. 이 시를 읽게 되면 아마도 주술처럼 새로운 힘이 솟구칠 것만 같다. /정겸 시인
어느 시절 도적놈 셋이 고관대작의 무덤을 도굴하여 많은 황금을 훔쳤다. 일확천금을 손에 쥐었으니 축배를 들기로 하여 한 놈이 술을 사러 갔다. 그놈은 혼자 독식 하려는 욕심에 오는길에 술에 독을 넣었다. 그가 도착하자 두 놈이 다짜고짜 벌떡 일어서더니 술을 사온 도적 한 놈을 죽도록 패서 죽였다. 그 짧은 시간에 도적 둘이 50대 50 공평히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두 놈은 기뻐하며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공평하게 죽었다. 도적 세 놈이 다죽었으니, 그리하여 황금은 길 가던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애초부터 황금을 도굴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고 황금을 본 뒤로는 세놈 다 눈이 뒤집혔음이리라 권세 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권력을 잡고 나면 안하무인(眼下無人)보이는 것이 없게 마련이라고 한다. 권력에 눈이 뒤집혀 사람이 보이지 않음이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록한 글이 황금대기(黃金臺記)인데, ‘대’는 경포대, 을밀대, 영일대, 포항 가까이의 창녕 수성대, 울산 반구대 등이 그 ‘대(臺)’이다. 세 도적놈들이 더불어 3분의 1씩 공평히 나눠 가졌다고 박수 칠 일도 아니지만, 내 것만이 옳고, 남이 한 것은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께 완전 진화됐다.이 불로 탱크에 있던 휘발유 440만ℓ 중 260만ℓ가 연소됐다. 이 화재 사고로 많은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그런데 이 사고의 원인은 한 외국인 노동자가 날린 풍등(風燈)이었단다. 실화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범인은 인근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스리랑카인으로써 인근 문방구에서 산 풍등을 날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풍등이 저유소 주변 풀밭으로 떨어지면서 불이 붙었고 이후 내부로 불길이 옮겨지면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믿기 힘들지만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한 언론 매체가 보도한 어느 경찰 관계자의 말처럼 좀처럼 믿기 힘들었다. 누리꾼들의 의견도 비판적인 것이 대다수였다. “풍등 때문에 잔디에 불이 붙어 유류탱크에 불이 난다면 잔디를 심지 말았어야지. 풍등을 탓할게 못 된다” “저 정도로 관리가 부실하면 그동안 불이 안 난 걸 감사해야하는 수준… 제발 일 좀 제대로 하자” “풍등 하나로 대한민국 박살 낼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준 스리랑카인에게 정부는
국회 국정감사가 오늘부터 29일까지 실시된다. 취임 5개월 만에 실시된 작년 국감과는 달리 올해 국감은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경제, 사회 정책 등 현 정부에서 추진된 국정 전반을 따지는 사실상 첫 국감이 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의 각종 실정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송곳 감사를 벼르고 있다. 특히 고용 부진과 성장률 지표 악화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으로 몰아세우며 정부 경제정책 실패에 공격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용 악화 등의 원인은 보수 정권의 정책실패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고통 분담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여야가 부딪히며 난타전을 벌일 격전장은 경제정책 외에도 수두룩하다. 심재철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열람 및 유출 논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부동산 정책,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놓고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대부분 야당이 공세의 칼을 쥐고 여당이 방어에 나설 테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발판으로 오히려 여당이 판문점
칭기즈칸, 알렉산더, 카이사르, 나폴레옹. 이들의 공통점은 위인전 주인공이자 정복자이며 ‘전쟁영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광개토태왕, 김유신 장군, 강감찬 장군 그리고 천재적인 전략과 지도력으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전쟁영웅’이란 지금까지는 왕국 혹은 국가들 간에 패권경쟁에서 남다른 전공(戰功)을 세운 자들을 위한 칭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앞선 전쟁영웅들과는 현격히 성격이 다른 전쟁영웅을 주목하게 되었는데, 그는 리차드 위트컴(Richard Seabury Whitcomb, 1894~1982) 준장이다. 필자가 한묘숙 여사(1927~2017)를 처음 만났을 때가 4년 반 전이다. 당시에는 그녀의 남편이 미군 장성이었다는 소개와 함께 이름이 ‘위트컴’이라고 들었을 때는 생소했다. 한 여사와의 교류를 통해서 남편과 관련한 많은 에피소드, 주요사건들을 접하면서 점차 위트컴이라는 인물에 대해 매료됐고 자료들을 수집하면서는 빠져들게 되었다. 더욱이 한국전쟁 직후 이뤄진 두 분의 러브스토리와 전쟁참화 속에서 일어난 기록적인 실화들, 그리고 위기와 반전 등의 긴장감 넘치는
붉은불개미의 위력은 빠른 확산 속도다.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1930년 미국 화물선에 실린 목재에 붙어 플로리다에 상륙한 뒤 몇 년 사이에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토착개미의 3분의 2를 사라지게 만드는 등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니 가히 공포 그 자체다. 아시아에서는 2004년 11월 중국 광동성 일대에서 발견된 후 홍콩 등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때문에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세계 100대 악성 침입 해충으로 규정하고 있다. 생존력과 번식력도 강해 홍수나 가뭄은 물론 영하 9도의 날씨에서도 끄떡없다. 여왕개미는 그 중심에 있는 개미제국의 지배자다. 평생 수천∼수십만 개의 알을 낳으며 종족을 보존시키는데 헌신한다. 일개미 병정개미를 아무리 없앤다 해도 여왕개미를 죽이지 않으면 소용없다. 특히 홍수가 날 때도 붉은불개미는 여왕개미를중심으로 구(球)를 만들어 물에 떠다니며 견딘다. 사실 개체로서 개미는 연약하지만 군집으로서의 개미는 무시무시하다. 철저한 계급사회, 분업사회이기 때문이다. 개미는 집을 짓고 음식물을 모으고 저장하며 새끼를 기르고 전투를 치르는 모든 일이 분업화돼 있고 페로몬으로 고도의 의사소통을 한다. 개미 한 마리에게 페로몬 냄새를 없애는 올레
유난히 무더웠던 111년만의 폭염이었지만 점차 기온이 내려가면서 인근 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얼핏 보면 사랑하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반려견을 입마개와 목줄을 하지 않고 휴식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반려견에게 물린 경험이 있거나 유사한 경험으로 반려견에게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 일명 ‘도그포비아’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 개물림 사고로 인해, 유명 한정식 음식점 대표가 패혈증에 걸려 사망하여 이슈가 된 적이 있었고, 또한 어린아이가 개에 얼굴 등을 심하게 물려 전치 3주를 입어서 견주에게 6천4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었으며, 최근 출동한 소방관이 개에 물렸다는 뉴스 등 개물림 사고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개에게 물려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는 2015년 1천841명, 2016년 2천111명, 2017년 2천405명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공
연화장에서 /이현지 아주 잠깐이었어 꽃으로 기억되기 까지 예고도 없이 사라졌어 붉었던 그 자리 동트기 전 떨어져버린 풋감 같은 생 날개 치듯 털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계절을 잇는 비릿한 바람 한 겹 한 겹 거느리고 제 몸을 휘돌아 나간 연꽃 진자리 세상을 살다보면 준비되지 않은 이별, 원치 않는 이별, 어쩔 수 없는 이별 등 수없이 많은 이별을 접하며 살게 된다. 불가에서도 ‘愛別難苦’라 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을 큰 고통 중의 하나로 여겼다. 이별 중에서도 죽음으로 빚어지는 이별이야 말로 가장 큰 아픔이고 고통이지만 그 죽음마저 속수무책,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순리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산다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사라졌어/붉었던 그 자리” 삶이란 동트기 전에 떨어진 풋감 같은 ‘것’이라고 화자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담담히 적고 있다.그리고 꽃으로, 누구로 기억되는 것은 &ld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