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전화 여론조사가 늘었다. 모르는 번호면 여론조사겠거니 받지 않거나 수신 거부를 했는데 얼마 후 또다시 전화가 걸려 온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받으면 어김없이 여론조사 녹음 소리다. 바빠서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아 일부러 피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설문에 응답하는 사람의 경우 어떤 질문에든 답할 준비된 상태일 확률이 높은데, 그래서 정당이나 후보 이름만 들어도 어떻게 선택할지 결정의 시간을 크게 들일 필요가 없으니 응답을 수월하게 느낀다. 반대의 경우라면 질문의 내용과 선택해야 할 내용만 들어도 선택결정 어려움 앞에서 피로를 직감한다. 자연스레 응답을 피한다. 정치 관여도가 높은 응답자 확보가 많은 조사라면 모집단 전체 표심과는 다른 분포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흔히 중도층이나 무당층으로 불리는 스윙보트가 여론조사에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조사의 신뢰를 좌우한다고 보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기는 어려우나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보 공천부터 정부 정책까지 결정의 근거로 삼는 게 여론조사인 경우가 많아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곧 여론’인 현실은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기관이 성황을 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올해로 10년이다. 공영방송 KBS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은 당연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KBS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방송을 4월이 아닌 6월 이후로 연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전체 제작 과정을 따지면 80%, 촬영도 40% 이상을 이미 진행했다고 했지만 지시는 철회되지 않았다. 총선 전후 한두달을 영향권으로 본다는 윗선의 인식과 판단 때문이라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KBS 사장과 면담하고자 방송국을 찾았다. 준비 중인 다큐가 세월호 생존자의 삶을 다독이고 재난 참사 피해자와 시민의 연대를 꾀하는 내용이었다는데, 이 내용이 대체 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준다고 보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장은 만나주지 않았다. 일정을 다시 잡고 찾아오라는 공허한 답변뿐이었다. 세월호 다큐가 4월에 방송이 된다고 할 때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KBS 본관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2월 21일 열린 첫 촛불집회는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120명이 넘게 모인 참석자들은 세월호 다큐를 계획대로 4월 18일에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책 기사의 중요성이 커진다. 유권자가 정책 내용을 기준 삼아 투표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선거가 되려면 일차적으로 후보와 정당이 유권자의 삶에 밀접한 정책을 제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권자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일수록 좋다. 표심을 끌어당기기에 이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저출생’ 대책 공약을 발표했다. 덕분에 언론은 양당의 저출생 대책 공약을 비교 보도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민주당은 가칭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여야 모두 저출생 정책 총괄 부서를 둔다는 점에선 비슷한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각론에 들어가 보면 차이가 제법 있다. 여당은 저출생 문제가 부부간 육아 부담 격차, 대‧중소기업의 격차 해소와 연관돼있다고 보았다. 아빠 휴가의 1개월 의무화, 육아 휴직 급여 확대, 유급 자녀 돌봄 휴가 신설 등을 공약으로 냈다. 육아 휴직으로 대책 인력을 고용할 때 지원금을 인상하고 고용보험 미가입자에게도 일‧가정 양립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야당은 자산과 소득의 불평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가짜뉴스를 규제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인터넷 언론 심의를 강행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하는 토론회가 지난 11월15일 열렸다. 방심위가 인터넷 언론 보도에 대해 심의 권한이 있는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접수된 보도 가운데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에 적용한 심의 규정이 적합한지, 그리고 이 내용을 인용한 방송 보도에 대한 과징금 결정이 정당한가를 함께 모여 따져보고 질문을 제기해 보자는 자리였다. 방심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하거나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한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한 KBS, MBC, JTBC, YTN에 총 1억4천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법정 제재 중에 최고 수위의 중징계 결정이었다. 주요 방송사들이 한꺼번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2008년 방심위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음날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이 공식 입장문을 냈다.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뉴스전문채널이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정보를 유통했으므로 범죄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는 내용이었다. 방심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인질 납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알아흘리 병원 폭발까지 모두 무고한 주민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가자지구 내에 있던 알아흘리 병원은 민간인과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던 의료시설이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을 키웠다. 예고 없던 폭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전쟁 상황이라지만 너무하다는 의미다. 학살, 전쟁 범죄, 국제법 위반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전쟁법이라고도 불리는 국제인도법은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병원을 공격할 수는 있지만 이곳이 전투원을 숨기거나 진지 역할을 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경우여야 한다는 식이다. ‘잔인한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 병원 참사의 배후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다. 배후와 경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오폭설을 제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하나인 이슬람 지하드를 지목하면서 병원 남서부에서 발사된 로켓의 궤도를 추적한 영상을 공개했다. 반대로 아랍 언론은 이전에
“특수학교를 보내든지, 아니면 외국으로 가세요.” 특수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유명 웹툰 작가에게 비난 댓글이 달렸다. 제 자식만 챙기는 이기적인 부모라는 낙인이 따라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쉬운 표현 같겠지만 냉담하다 못해 돌팔매에 가깝다. 처음엔 작가인 부모가 표적이 됐지만, 다음에는 그의 아들로, 그 다음에는 장애아동과 부모에게 비난이 옮겨갔다. 작가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고 하니 교권 침해라고 눈총을 샀다. 특수교사에게 자녀에 관한 당부를 상당하게 전달했고, 아동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고, 적합한 성교육 강사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극성 부모의 모습이었다. 부모 행위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자녀가 비장애아동과 수업을 듣는 통합교실에서 어떤 계기로 특수학급으로 옮겨 수업을 받게 됐는지 자세히 파헤쳤다. “본능에 충실한”, “바지 내려”, “고추‧사타구니 단어 사용”과 같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주로 인용했고 제목에 그대로 노출했다. 자녀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행동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을 생략한 채 보도한 부분은 ‘문제적’이다. 비장애아동과 부모들에게 납득 여부를 묻는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언론, 스핀 닥터는 무엇인가? 스핀 닥터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장악 논란 관련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대변인 혹은 홍보수석 시절 정부에 우호적 보도가 나도록 노력한 것이 당시 홍보를 맡은 조직의 기본 직무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변인 시절 작성한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한 추궁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했다. 스핀 닥터의 일을 한 것일 뿐 딱히 특별할 것 없다는 식의 대답이었다. ‘스핀 닥터’란 무엇인가? 한국말로 공보비서관, 정치홍보 전문가, 정치활동 고문으로 부르는 역할을 지칭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언론기술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이나 국민에게 알려야 할 정책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대변인의 차원으로 이 후보자는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야당의 추궁은 그뿐이 아니었다.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일종의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함을 포함했다. 여기서 일종의 전문성이란 의도한 대로 분위기를 조작하거나 조성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사고 당시 청주 지역 강수량은 기상청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13일부터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16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455.2mm로 지난 2021년 여름철 강수량인 446.6mm보다 많았다. 4일간 쏟아진 비의 양이 여름철 강수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이면 태풍이나 호우와 같은 계절성 재해로 인한 피해가 잦다. 인명 피해도 늘고 재산상 피해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예년보다 빠른 장마와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내리는 ‘극한호우’ 빈도가 늘고 있다. ‘집중호우’는 시간당 30mm 이상 내리는 비를 일컫는다. 이에 반해 극한호우는 시간당 50mm 이상이면서 3시간에 90mm 이상인 강한 비를 말한다. 물폭탄 같은 강수량에 홍수와 침수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극한호우에는 보행자가 보이지 않고 차량 와이퍼가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렵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와 지난해 서울 강남 침수 사고 등도 해당 지역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한호우가 내렸던 사례다. 강한 비는 더 자주 내리고 반대로 약한 비는 줄어드는 경향이 늘면서 예상하지 못한
아이가 어릴 적에 어른이 묻는 공통의 질문이 있는데, 이런 것도 있다. 너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래?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 첫째, 실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대통령부터 과학자, 선생님, 축구선수 그리고 유튜버가 되겠다는 답변처럼 미래의 모습을 설계해 보고 함께 상상해 보자는 취지다. 첫 번째 답변은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하는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답변은 일할 의지를 강조한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커서 원하는 수익을 벌 만한 직업을 못 가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게 한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는 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았거나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효과가 있다. 두 가지 답변 모두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일해야 먹고산다는 명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일은 삶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바쳐야 하는 것이 일이요, 노동이다. 그런데 일에 대한,
언론은 노동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진보 성향 매체나 노동 전문 매체를 제외하면 노동 관련 기사를 애써 다루려 하지 않는다. 언론사 수익인 광고를 대주는 물주가 기업인 상황에서 노동조합(노조)이나 노동자를 중심에 둔 보도란 예외적 상황이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노동쟁의가 일어나야 언론이 보도하니까 노동 관련 보도는 ‘노동문제’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곪았던 문제가 터진 상황이래도 기업이 언론을 상대로 광고로 거래하고, 취재 응대를 거부하면 그마저도 기사로 접하기가 쉽지 않다. 언론이 노동 주제를 적극 다루지 않으니까 노동을 둘러싼 공론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경우만 해도 2007년 사태가 시작되었지만 2010년이 돼서야 언론이 조금씩 보도를 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언론 상당수는 사태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의 최신 설비와 안전한 작업 환경을 부각한 보도가 훨씬 많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 사실을 주장한 반올림의 목소리는 소외되거나 축소됐다. 그나마 삼성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2014년에 전환하자 비로소 노동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증가했고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