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발간된 스티븐 킹의 중단편집 ‘피가 흐르는 곳에, If it bleeds’의 모든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현재 한국 극장가의 구석, 곧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거의 종영을 기다리고 있는 ‘척의 일생’도 이 중단편집에 두 번째로 실려 있는 원작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답게 다소 기이한 공포의 감성도 섞여 있는데 예컨대 척의 할아버지 앨비(마크 해밀. 맞다.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 역의 그 마크 해밀이다)가 어린 손자인 척(벤자민 파자크)에게 절대로 올라가면 안 된다는 지붕의 골방과 같은 존재가 그렇다. 인자한 할아버지가 절대 금기시하는 그 방에는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실제로 할아버지 앨비는 이 방문을 연 손자를 계단으로 밀쳐 낸 후 방 안의 ‘어떤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미스터리는 스티븐 킹의 장기이자 일종의 낙관 같은 것이다. 없어서는 안 될 그의 소설 속 요소이다. 그러나 그것은 작품 전체의 주제를 밀고 나가는 하나의 소도구이자 맥거핀(MacGuffin: 눈속임 장치)일 뿐이다. 그의 작품에는 그보다 더 심오한, 인생과 세상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감독인 마이크 플래너건 역시 지금까지 ‘오큘러스’나 ‘힐
영화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 가운데 하나이다. 에피소드가 여럿 있는 드라마와 달리 이 작품은 단 회 형식으로 한 편씩 공개돼 오고 있다. 러닝타임은 대략 2시간 10여 분씩들이다. 이번이 세 번째로 부제는 ‘웨이크 업 데드 맨’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죽은 자가 (예수처럼) 살아나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돼 있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미스터리 추리극을 골간으로 한다. 주인공이 사설탐정이다. 이름은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다. 블랑 탐정의 캐릭터는 1회 때는, 아무리 댄디한 신사형으로 바꿨다 한들 명백히 전설의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에르퀼 푸아로를 모델로 한 것이었다. 2편을 거쳐 이번 3편에서는 역사상 지금까지 손에 꼽을 수 있는 여러 사립 탐정 캐릭터를 다 혼용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도 들어 있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도 들어 있다. 이들은 대체로 더블버튼 재킷 정장을 입고 다니며 총을 갖고 다니지 않고, 폭력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지략과 통찰, 혜안으로 사건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있어 모두가 ‘도사급’이다. 기본적으로
프랑스 영화 '파리, 밤의 여행자들'은 한국 극장가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영화일수록,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지만, 수작이다. 단아하다. 그 안에 많은 말을 담고 있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안 되는 이유는 프랑스 영화이기 때문에? (시장의 할리우드 의존도가 병적인 수준이다)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나오기 때문에? (지금의 영화 주 소비층이 잘 모르는 배우이다) 그것도 아니면 내용이 지난 시대 얘기여서? (1980년대가 배경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어쩌니저쩌니 이 영화를 외면하는 것이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엘리자베트(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막 이혼한 상태다. 정확하게는 ‘당’했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 엘리자베트는 각각 고등학교 고학년과 저학년인 딸 쥬디트(메간 노섬)와 아들 마티아스(키토 라용-리슈테르)를 키우는 중이다. 애들이 커 갈수록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아이들의 할아버지(디디에 산드로)는 그런 딸이 내심 불안하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도와주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일이라는 걸 서로가 잘 안다. 엘리자베트는 남편 의존도가 높았던 전형적인 생활 주부였다. 새로 일을 시작하기도 늦은 나이다. 불안하고 무섭다. 그녀는 그래
영화 역사상 가장 논쟁적이다 못해 추악한 논란에 휩싸였던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가, 당시 주연 여배우였던 마리아 슈나이더의 입장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솔직히, 주요 관계자들이 다 고인이 됐기 때문이다. 감독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말년을 휠체어에서 지내다 (마치 이 영화에서 지은 죄과의 대가를 치른다는 듯) 타계했고, 말론 브랜도는 그 훨씬 전에 죽었으며 마리아 슈나이더 역시 비교적 젊은 50대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베르톨루치는 강간 신을 찍는 과정에서 대본에도 없었고, 여배우에게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로 실제처럼 (실제였을 수도 있는 데다 그것도 항문 섹스 장면이었다) 촬영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미국의 한 좌절한 중년 지식인 남자 폴(말론 브랜도)이 파리에 와서 젊은 여자 잔느(마리아 슈나이더)를 만나고 격렬한 일탈의 정사 신을 이어 나간다는 이야기이다. 1972년 작이다. 이때의 베르톨루치 감독은 '순응자'를 찍은 후였고 '1900년'을 찍기 전이었다. 베르톨루치는 이탈리아를 넘어서서 유럽의 역사, 서구의 역사를 격렬한 서사의 드라마로 만들어 내는데 일가견이 있었으며 당시의 여타 감독들이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