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연말연시 비상근무기간이 끝나자마자 은행에 2인조 강도가 들어 현금지급기에 들어있던 현금을 털어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 경찰의 비상근무 체계에 헛점을 드러냈다.
더우기 은행 측이 설치한 폐쇄회로TV(CCTV) 저장장치가 범인들에게 노출돼 물세례를 받는 등 은행의 방범장비관리에도 구멍이 뚫렸으며 보안업체도 현금인출기 장애신고를 받고 출동요원을 1명만 보내 관리소홀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6일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8시쯤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원당농협 주교지점에 2인조 강도가 들어 현금지급기에 들어있던 현금 4천800여만원을 털어 달아났다.
범인들은 현금인출기에 장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신고를 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안업체 직원 이모(26) 씨의 왼쪽 다리를 흉기로 찌르고 온몸을 청테이프 등으로 결박한 뒤 30분 만에 현금인출기 안에 있던 돈통 3개를 갖고 달아났다.
경찰조사 결과 범인들은 4대의 현금인출기 가운데 신형모델 3대에서는 현금이 들어있는 통을, 구형모델에서는 현금통을 열고 돈만 가져갔으며 인출기 내부에 현금통과 같이 있던 수표함은 그대로 둔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들은 현금인출기가 설치된 곳에 숨어 있다 이 씨가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자 뒤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농협 현금인출기 주변에 설치된 CCTV 2대를 비롯해 은행 건물 외벽에 2대, 365코너에 5대, 은행 내부에 10대 등 모두 17대의 CCTV가 작동하고 있었으나 범인들이 화면 저장장치에 물을 부어 화면 기록을 없애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상을 입은 이 씨는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강도범 2명 중 1명이 흰색 점퍼를 입고 있는 것 외에 범인들의 얼굴 등은 보지 못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씨는 출동한 뒤 1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는 점을 수상히 여긴 보안업체 동료 직원 방모(26) 씨에게 결박된 상태로 발견됐다.
한편 고양경찰서 강력팀 형사 등 16명으로 ‘현금인출기 강도사건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범인 검거에 주력하는 한편 보안업체 직원 이 씨를 결박한 유리테이프와 허위신고를 할 때 사용된 콜 전화기, 현금인출기 출입문, 365코너 외벽 유리 등에서 지문 12개를 확보하고 은행 내부 CCTV 방제실에서 운동화 족적 2점을 확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범인들이 CCTV 저장용 하드디스크 본체 2대를 CCTV 방제실에서 떼어내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물을 부었기 때문에 곧바로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고 범행시간대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CCTV 화면 저장장치를 훼손하려 한 점, 허위 신고로 직원을 유인한 점, 은행이 업무 마감 전에 현금인출기에 현금과 수표를 채워넣고 있어 다음날 오전 현금인출기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점 등으로 미루어 은행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자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