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변은 없었다. 대선 경선을 방불케 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7·3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박희태 신임 대표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막을 내렸다. 친이와 친박의 계파대결, 여론조사의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정몽준 최고위원의 거센 추격과 후보간의 불꽃튀는 설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한나라 전대는 주류 ‘친이계’의 당권장악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고속버스 수 백대가 체조 경기장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수천명의 당원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후보간 응원을 진행해 현장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가 묻어나는 어울림 한마당이었다.
대회장 밖에는 책나누기 행사가 열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기도 했다.
대회 시작과 함께 연단에 오른 6명의 당권주자들은 각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등 짐짓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정현 의원의 사회가 돋보인 전당대회는 개회선언과 당기입장, 경과보고, 내빈소개에 이어 오후 1시 30분경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이명박’, ‘우리 대통령’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이 대통령은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여러분이 만들어준 대통령, 저 이명박도 새롭게 출발하는 한나라당과 함께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일어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친이-친박계 계파 세몰이 논란 속 대통령이 전당대회장에 참석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를 격려한뒤 자리가 마련된 귀빈석이 아닌 대구-경북지역 당원석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에 이어 최경환, 김선동, 이정현, 구상찬, 유정복, 현기환 의원 등 측근들도 나란히 일반 당원석에 앉아 이 날 전대를 지켜봤다.
결국 2층 일반 당원석에 앉은 박 전 대표를 보지 못한 박희태 후보는 이 날 후보연설에서 “여기 오늘 박근혜 대표 나오셨나, 아직 안오신 것 같은데”라고 실수 아닌 실수를 하기도 했다.
후보들의 열띤 연설에 이어 진행된 대의원 투표에서는 전자투표방식이 도입돼 투표시작 1시간여 만에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등 신속한 투개표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투표결과 발표와 박 신임대표의 수락연설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박 신임대표가 대의원 현장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해 6천129표를 얻어 5천287표에 그친 정몽준 최고위원을 누르고 새로운 당대표에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체제’ 구축이 완료되는 순간이었다.
유일한 경기 출신 최고위원 후보 박순자 의원도 여성몫 최고위원 당선을 확정지으면서 “청와대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새 바람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전대를 계기로 친박복당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특유의 화합력과 정치력을 자랑하는 박 신임대표를 중심으로 산적한 국정현안과 확연했던 민심이반을 극복하고 집권여당다운 정책정당으로서의 한나라당을 기대해도 좋다는 성급한 예상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