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9년간 이어져 온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악연을 끝냈다.

한국은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이근호(대구)의 선제 결승골과 박주영(AS모나코)의 쐐기골에 힘입어 사우디에게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승1무(승점 7)를 기록하며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1무3패·승점 1)과 1-1로 무승부를 거둔 이란(1승2무·승점 5)을 따돌리고 B조 1위를 유지했다.

또 한국은 1989년 이후 19년간 이어져 오던 사우디와의 ‘무승 징크스’를 끝내며 남아공을 향한 남은 여정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동안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 온 한국은 유독 사우디를 만나면 기를 펴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1989년 10월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황보관과 황선홍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둔 이후 19년 동안 사우디를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고, 국가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서도 3승6무5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2000년 레바논에서 치른 아시안컵 준결승부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예선 두 차례 맞대결까지는 내리 3연패를 당하기도 했고, 지난 4차례 원정 경기에서는 1980년 1월30일 친선경기에서 3-1로 이긴 이후 세 차례 만나 1무2패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 2008년 대표팀의 마지막 A매치에서 경험 많은 해외파와 국내파 젊은 피의 호흡을 통해 사우디와의 질긴 악연을 끊었다.

공격 진영에서는 4-4-2 포메이션의 투톱 이근호(대구)와 박주영(AS모나코)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결정지었고,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오른쪽 이청용(FC서울)과 함께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공·수의 연결고리를 했다.

또 수비 진영에서는 경험 많은 이영표(도르트문트)와 오범석(사마라)이 중앙 수비로 배치된 K-리거 조용형(제주), 강민수(전북)와 함께 철벽 방어진을 구축했고, 대표팀 맏형 이운재(수원) 역시 안정적인 수비로 완벽하게 골문을 지켜냈다.

한편 허정무 감독도 대표팀과 함께 사우디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말끔히 씻어냈다.

허 감독은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준결승에서는 사우디에 1-2로 패하며 정상 도전이 좌절된 뒤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바 있다.

허 감독은 경기 후 “전반에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졌다”며 “초반에 몇 차례 위기를 잘 넘기고 나서 우리의 작전과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결과에 만족스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