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한테는 미안하지만 아버지를 꼭 꽃가마에 태우고 싶었습니다.”
13일 경남 남해에서 4년만에 열린 천하장사대회에서 ‘천하’를 통일한 뒤 꽃가마에 오르지않고 아버지 윤왕규(47) 씨를 그 자리에 태운 윤정수(23·수원시청)는 “4년만에 부활한 대회에서 우승을 해 기쁘다”며 “가장 큰 대회에서 우승해 그동안 아파트단지에서 열리는 알뜰시장 등에서 생선을 팔며 자신을 뒷바라지했던 아버지를 반드시 꽃가마에 태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 부개초 2학년 때 또래아이들보다 덩치가 커 씨름을 시작했던 윤정수는 고교나 대학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었다. 윤정수가 부평고를 다닐 때만 해도 120㎏이 넘는 선수는 출전에 제한이 있었고, 대회에 나가려면 체중제한이 없는 통일장사부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통일장사부에는 실업팀 선수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에 윤정수는 실력이 한 수 위인 선배들과 경기를 벌여야 했다.
윤정수는 “다른 선수들은 체중을 줄여서 대회에 나가기도 했지만 나는 평소 체중이 140㎏이었다”며 “그 때 대회를 많이 출전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대한씨름협회가 프로팀과 함께 대회를 주최하게 되면서 윤정수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씨름판의 고수들을 차례로 꺾어 나갔다.
그동안 문제시 됐던 기술 완성도와 체력적인 부문도 2007년 수원시청에 입단해 고형근 감독을 만난 뒤 중점적으로 갈고닦아 더이상 약점이 되질 못했다.
대회를 2주 앞두고 오른쪽 종아리 염증이 재발해 맘고생이 심했지만 할 수 있다는 집념으로 체력 향상과 기술연결 동작 훈련에 더욱 매진했다.
씨름판 최고의 영예인 천하장사에 오른 윤정수는 “큰 대회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내년 1월 설날장사를 앞두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2연패를 달성한 만큼 더욱 노력해 꼭 3연패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정수는 “내년에는 이태현 선배도 돌아온다”며 “평소에 존경했던 선배지만 꼭 이겨서 최강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